마늘육회
며칠째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아침부터 찜통처럼 눅눅한 공기에 입맛도 기운도 함께 녹아내리는 기분.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마에 땀이 맺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며칠 전 주문해 둔 육회용 한우가 도착했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냉장 박스를 열고 선홍빛 고기를 꺼내는 순간,
문득 "그래, 오늘은 불 안 쓰는 요리로도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늘.
다진 마늘은 쓰지 않았다.
대신 통마늘을 하나하나 직접 썰었다.
번거롭지만, 이건 나만의 고집 같은 것이다.
칼로 썰어낸 마늘은 향이 훨씬 살아있고,
작게 아삭이는 식감이 고기와 어우러질 때의 만족감이 있다.
양념은 아주 간단하다.
참기름과 맛소금.
그 두 가지로만 버무려도 충분히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난다.
조용한 주방, 버무린 육회를 접시에 담기도 전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김을 꺼내 한 장 찢고,
갓 버무린 육회를 조심스럽게 올려 한입.
고소한 참기름 향, 아삭한 마늘, 그리고 신선한 육회의 부드러움.
한입이 끝나자마자 두 번째, 세 번째.
결국 절반은 서서 먹어치워 버렸다.
그 짧은 순간이 참 위로가 되었다.
요리를 한다는 건,
그날의 나를 달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렵고 번거로운 것이 아니라,
지친 나를 위해 준비하는 작은 성의.
그게 마늘육회처럼 단출한 한 접시일지라도.
오늘도 나는 냉장고를 열고,
작은 한 끼의 힘을 꺼내본다.
재료와 간단 레시피
육회용 한우 (신선한 것으로 준비)
통마늘 (다진 마늘 대신 직접 썰기)
참기름
맛소금
김 (선택 사항, 하지만 강력 추천)
고기와 마늘에 참기름과 맛소금을 넣고 살살 버무립니다.
김에 싸서 먹으면 금상첨화!
불 없이 만드는 여름 보양식.
입맛 없던 날, 위로가 되어준 마늘육회 한 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