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1)
가족들 중에 아픈 이가 있으면 집안 분위기가 우울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 얘긴 우리 가족에게도 곧 적용되었다.
근데 나는 아픈 가족의 현재 모습 그대로로도 다함께 산책도 가고, 가끔은 힘들어도 밥도 먹으러 가고, 아픈 이가 말을 하지 못해도 옆에 다같이 모여 행복하게 대화하는것도 좋다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간호사였던 이전의 지식을 이용해 누구보다 예민하고 정확하게 할머니를 케어하는데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자신의 우울감과 짜증을 비난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당연하게 가족들에게 풀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분노를 고스란히 주사기로 꽂아준다. 혈액을 통해 상대방에게 온전히 흡수되고 원하여도 다시 토해낼수 없다.
불효자(2)
가족이 아프면 당연히 돌볼수 있을때까지 돌보는게 맞지만, 아픈 이를 돌봄으로써 드리워지는 우울감은 가족 모두가 감수하고 받아내주기로 한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스트레스를 가족들에게 풀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기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당신이 그녀의 어머니를 돌보기로 택한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가족들이 다함께 으쌰으쌰 다독이고 힘을 내야할 때다. 분열과 균열이 일수록 악영향이다. 이 행위가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 업무 스트레스로 집에 와서 짜증을 내는 것과 같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자신이 힘들것이라 배려하여 참아주고 받아주는 다른 가족들을 반대로 생각하고 배려할줄 알아야 한다.
불효자 편에 이어-
그리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1)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묵묵부답이다.
어릴적부터 엄마는 나에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가 살갑게 말을 걸면 내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냉담하게 무시했다. 다시 똑같이 말해도, 몇번을 말해도,
들었어? 라고 말해봐도 무시했다.
묵언은 공격의 방법 중 하나이다.
참는다던가, 순응한다던가, 운다거나, 대화를 해본다던가 하는것에서 방법을 바꿔서
내가 아주 세게 말해서 결투를 신청하면, 가끔 그제서야 대답을 들을 수 있을 때가 있었다. 항상 그랬다.
그리고 대답을 들을수 있을때 보통 무응답의 이유는 보통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내 행동들 중 잘못된 것으로 적절한 것이 하나 당첨된다. 사람의 말은 얼마든지 다채롭게 그릴 수 있어서 나는 그때 보통 내 잘못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2)
그래서 나는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난 그걸 사실 약하면서 강해 보이고 싶거나 매우 비겁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상대방이 싫거나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웬만해서는 무응답이라는 수단을 쓰지 않는다.
부작용도 있다.
상대방에게까지 들리는지 안들리는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말해보는 것이다. 대답을 안하고 냉담하게 굴어도, 세게 말하면 가끔 들어줄 때가 있고 어차피 내가 많이 말해도 상대방은 반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나의 상황과 이유를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며 답장 오지 않는 편지를 계속 보내곤 한다.
그리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3)
남자들은 이런걸 싫어해서, 아무래도 귀찮은 애정결핍 소녀를 진지하게 만나고 싶은 남자는 없을것이다.
근데 사람은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나는 이 방식 그대로 자신의 기분에 따라
달콤한 사랑→폭력(육체적인 것이 아닐지라도)→가스라이팅
을 하는 상대만 귀신같이 골라서 상대가 내게 튀기는 침을 우산 없이 그대로 받아낸다. 주로 그 상대를 사랑하곤 하며, 내게 찾아오는 혼란과 고통은 자진해서 감내하기로 결정한다.
쉽게 말하면 맨날 찌질하게 치이다가 차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너무 무거운 진지충이 되거나, 나에게 올 상처가 두려운 나머지 힘을 주느라 과하게 무관심해지거나, 심하게 좋아서 불도저처럼 다가가기도 하는 모자란 사람이지만
꼴에 또 속으로 새침한 평가리스트 체크는 하고 있어서 내게 먼저 대화를 신청하고 나와 진짜 대화하려고 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4)
무응답이라는 편리하고 깔끔한 수단은 곧잘 주변에 학습되고 전염된다. 나는 이 비틀어진 대화수단이 부디 널리널리 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덜 세련되고 덜 무게감 있어 보일수는 있지만, 차라리 나는 내가 모자라보이더라도 먼저 장난치고 먼저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보편적인 윤리에 따른 올바르고 따뜻한 행동 그리고 존경받을만한 모습을 겉으로 보여주는 것보다는, 조금 서투른 방식일지라도 주변을 진심으로 신경쓰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는 좋다.
내가 뭘 해도 잘못했다 지적당하게 되는 곳에서 나는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고 그곳을 싫어함과 더불어, 결국 몸이 아파져서 그만두기를 선언한다.
그리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5)
울지 않는다. 우는 행위는 상대방의 감정에 어떤 영향도 줄수 없어서, 나는 상대방이 나를 힘들게 할때 몇가지 방법을 쓰곤 한다.
첫번째로, 얼굴에 난 뾰루지 손질의 방법이다. 얼굴에 난 뾰루지가 신경쓰일 때 온 얼굴을 짓이기고 피부 군데군데를 찢어버리는데, 내 피부 미모라던지 나중에 벌집이 되거나 흉터나 남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만큼 얼룩덜룩을 만들어버린다.
둘째로, 명령의 이행이다. 몸안에 채워넣은 불안 주사제의 양이 과도하게 많아 흘러내리면, 뇌에 행동을 순간순간 제어하라는 명령이 입력된다. 이는 세밀하고 좁은 간격으로 꿰메는 봉합 시술의 바늘처럼 촘촘한 간격이다. 로봇처럼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던가, 뇌가 한곳을 바라보라 명령하면 이를 이행하는 등의 방식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6)
마지막 방법은,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숨을 쉬지 않는다. 들이마시고 내쉬지 않고 숨을 끝까지 반복해서 참는다. 한계가 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은 계속해서 일할수 있고 쉽게 죽지 않는다.
기대에 충족시키려면, 무엇이든 쉬지 않고 계속 일해야 한다.
잊지 말길, 처음에 그저 소설을 한번 써보기로 마음먹은 것이고, 이래로 이것들은 모두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라서, 실제로 이렇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보이다.
번외.
<나의 뻘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