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쓰는 100 편의 편지-14:불완전한 세상

불완전한 세상에서 평화를 찾아보자

by 영국 아빠

네가 열여덟살이 되어 이 글을 마주할 때쯤이면 세상이 가끔은 불공평하고 모순덩어리라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사랑하는 올리비아.


아빠가 인생을 살며 '세상과 화해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단다.


장자는 중국의 오래된 철학자였단다. 세상의 이치와 인간의 삶을 깊이 바라보던 그는, 억지로 무엇을 붙잡기보다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이야기했던 분이지.

장자는 이런 말을 했어. "도는 깨우치기만 하는 것이지, 함부로 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이야.


아빠가 한국에서 젊었을 때 길 위에서 '도를 아십니까'라며 다가오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던 건, 진정한 진리는 말로 쉽게 떠드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지.


평생을 수행한 스님들도 인생을 더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어찌 길 위에서 쉽게 도를 논할 수 있겠니.


예수님이나 마호메트 같은 성인들은 모두 훌륭한 분들이지만, 그들의 가르침을 두고도 사람들은 전쟁을 하고 서로를 해치기도 한단다.


믿음조차 타락할 수 있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야.


그러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세상이 좀 모순되고 불합리하다고 해서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


사실 젊은 날의 아빠는 정의에 너무 집착했었어. 회사에서 부조리를 보면 그것을 낱낱이 파헤치려 했었고, 감사부에 직접 이야기한 적도 있었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늘 앞장서서 해결하려 했고, 어떻게든 바로잡아 보려고 애를 썼단다. 작은 불합리도 용납하지 못해 스스로를 참 많이 힘들게 했었지. 물론 그런 신념은 지금도 가치 있는 것이기에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의 어둠을 마주하며 너무 아파하고 절절매는 일이 때로는 아빠 자신을 병들게 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단다. 이제 아빠는 세상을 바꾸려 모든 힘을 쏟기보다, 그 안에서 '나'를 어떻게 단단하게 가꾸어 나갈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안단다.


유시민 작가는 "인간은 천사와 악마의 중간쯤 되는 존재라 원래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했어.


아무리 좋은 것을 주어도 그것이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그것이 인간의 운명일지도 몰라. 그래서 좋은 것을 실현해 내어 성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거란다.


하지만 올리비아,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전혀 없어. 그것 또한 삶의 한 부분이며, 그 과정 안에도 너만의 소중한 의미가 분명히 있으니까.


세상의 불완전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 마음의 평화가 시작될 거야.


올리비아를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