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100편의 편지-2: 정말 공짜는 없을까?

by 영국 아빠

사랑하는 올리비아.


이곳 영국의 남단 도시 치체스터의 공기는 차갑고 너에 대한 그리움은 뜨겁다.


오늘 학생들을 가르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한 영국 청년이 나에게 음료 가게에서 공짜로 음료를 시음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잠깐 들어가 어떤 음료를 시음하라 하는지 들어가 볼까 잠시 고민을 하다, 웃으며 괜찮다고 지나쳤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어딘가에서 들은 말이다. 그럴 듯 한 말이다.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아름다운 자유로움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렴. 그것은 공짜가 아니다. 공짜 같지만 공짜가 아닌 것들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지. 내가 누리는 이 자유란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으로 얻은 결과라는 것을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되겠지...


돈...

세상의 대부분의 원리가 금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은 노동의 대가와 돈의 지불이라는 큰 틀에서 형성되었단다.


아빠도 때로는 그 속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가 있다.

아빠는 컬리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엄마는 집안을 지키며 산다.

그렇다 보니, 우리에게 돈이 많을 리 없다.

그래서 대부분 가격을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생각하면 나의 노동력이 그것들과 바꾸어진다는 사실에서 우리도 돈이 적게 드는 것을 찾곤 했다.


하지만, 돈이 없다 하여, 우리가 작아지면 안 된다.

돈이 우리를 굴복시키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존엄을 접는 것이니 말이다.

사람들이 ‘돈이 들지 않는 행복’을 잊은 채,

돈으로만 세상을 재단하려 할 때,
멀어지는 것은 행복뿐이다.



사랑하는 아빠의 소중한 딸 올리비아,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렴.

공기, 햇살, 하늘의 빛,

새의 노래,

개미 한 마리의 행진—이 모든 건 돈 없이도 누릴 수 있는 축복이지 않니?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을 보는 것이 공짜이고,

런던을 통과하는 템즈강의 강변에서 친구와 사색하며 이야기하는 것은 공짜다.

아름다운 상점을 지날 때, 작아지기보다는 사람들이 펼쳐 놓은 장식을 보며 감탄하고,

무료인 갤러리와 박물관을 방문하여, 헤드폰에 음악을 실어 뜨거운 눈물 한 방울 맺힌다면, 우리의 메마르지 않은 정서를 보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방문한 스스로의 현실을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성당이나 교회 혹은 절에 가서 기도를 하며, 쌓아 올려지는 종교와 신념의 틀 안에서 가난한 사람의 기도가 부자인 사람의 기도보다 미약하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원에서 열심히 걸으며 공짜의 자연을 마시며 많은 돈을 내고 굳이 운동센터에 가서 운동을 못했다고 그가 누린 무료의 환경에서 굴욕감을 느끼지 않듯.


무료로 개방이 된 런던의 한 도서관에서,

사랑하는 딸과 함께 공부를 하고 무료로 주어진 책을 읽으며,

일요일 한때를 보내는 이 시간에 우리가 더욱 무게감을 실어 인생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생기는 것은

공짜의 철학을 터득한 현명한 사람의 지혜가 아닐는지.


어쩌면 정말 어쩌면,

공짜로 주어진 소중한 삶의 혜택을 포기하고, 자본만을 쫓아왔던 우리 현대인이 짊어지고 가야 할 고통 속에 우리는 많은 꿈과 소중한 순간들을 잃어버렸는지 모르겠구나.


공짜로 주어진 이 많은 세상의 존귀함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더욱 그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자꾸나.

이 공짜였던 많은 것들에 사람들은 비용을 물리려 한다. 마치 공짜였던 물에 그 많은 돈을 지급하듯.

지금도 무료로 주어진 이 아름다운 것들에

비용이 지급되기 전에,

이 순간 즐기며 감사해야 할 것 같구나.



사랑하는 아빠가

치체스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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