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100편의 편지-6:선생이라는 사람(1)

치체스터의 하루하루를 보내며..

by 영국 아빠

사랑하는 올리비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오는 길

하늘에 조금씩 노을이 내려앉고 있었단다.


아마 긴 하루 중 마음이 가장 느슨해지는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구나.

숨 가쁘게 미용 이론수업과 실습수업을 오가며 학생들과 하루를 보내고, 사무실로 돌아와 리포트를 정리한 뒤 가방을 메고 건물을 나섰다.

초저녁 공기를 빨아들인 잔디 냄새가 물씬 풍기는 풀숲 사이를 지나 차를 몰아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탕미어(Tangmere) 집으로 돌아오며 아빠가 지금 걷고 있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게 되었단다.


아빠가 생각하는 선생님이란 자고로,
교육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생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작은 불을 밝혀주는 사람이라 믿는다.

그중 단 한 명의 학생에게라도 그 등불을 따라 세상에 빛과 소금의 존재가 될 수 있게 도와주었다면 그는 참 훌륭한 스승일 것이다.


좋은 선생님은,

피어나는 꽃을 꺾는 사람이 아니라

그 꽃이 잘 자라도록 물을 주고, 기다리고, 지켜보는 사람이다.

혹시라도

“넌 안 돼.”

“그걸 글이라고 썼어?”와 같은 모진 말을 내뱉는 선생님이나 어른을 만나게 되더라도, 우리 올리비아는 현명할 테니, 그 말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라.

순수한 영혼에 상처를 남기는 어떤 사람에게도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 되지. 선생님이라 할지라도..

하지만, 선생님의 충고에 ‘혹시 내게 고칠 것이 있는지 ‘를 생각해 보는 것은 좋은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아빠는 돌이켜보면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었구나.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들이 모두 훌륭하신 분들이었단다.

오육십 명이 빽빽이 들어찬 콩나물 교실에서도

그 많은 학생 하나하나에게 신경을 써주고 가능성을 심어주려 애쓰셨던 분들이었단다.


한 교실에 열다섯 명 남짓 앉혀 놓고 수업하는 이곳의 환경을 생각해 보면, 그때의 교실은 상상조차 쉽지 않은 공간이었을 거야.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사회로 나와 각자 알아서 제 갈길을 가는 것을 보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언젠가 올리비아가 아빠와 함께 세상의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눌 날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너에게 성장의 기회를 사랑으로 전해 주었던 많은 선생님들에 대해 듣고 싶구나.


사랑하는 올리비아,

아빠가 주중에 너와 떨어진 먼 이곳에서 바랄 것이 뭐가 있겠니?

그저 올리비아가 건강하고, 기쁜 하루를 보내기를 바랄 뿐이지. 너에게 친절을 베풀고, 동양인이지만 차별을 하지 않고, 행복한 초등학교(Primary school)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고마운 선생님들의 도움을 생각해 본다.

아빠도 이곳 치체스터에서 그런 선생님이 되도록 노력할게.


사랑한다. 그리고 많이 보고 싶다.

치체스터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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