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100편의 편지-5: 치체스터 바닷가에서

by 영국 아빠

사랑하는 올리비아


오늘은 치체스터 바닷가의 별이

유난히도 밝구나.

그래서 아빠는

이렇게 조용히 시의 편지를 적는다.




기쁠수록 더 선명해지고

멀어지면 더 깊어지는

그 이름 하나가

마음의 도화지에 수채화처럼 번져간다.


눈을 감으면

가슴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기억으로,

보고 싶은 빈자리가

그림자처럼. 현실처럼.


치체스터의 찬 공기를 가로질러

너의 선한 웃음이 먼저 도착하여

솜사탕 같은 달콤함들이 초롱불 되어 온 밤을 밝혔다.


너의 천진난만하고 장난스러운 온기가 느껴져

시커먼 저녁 치체스터 앞바다를 향해

하얀 한숨 하- 하며 내뿜으니,

너의 초록 숨결 후-하고 아빠의 머리를 간지럽힌다.


바람에 흔들리던 추억의 조각들이

울컥하고

빗방울처럼 뺨을

스치면,

그 마음 하나 붙잡고

만개의 별빛들이 하나 둘

치체스터와 런던의 징검다리를 놓아

100마일의 거리를 단숨에 뛰어갈 수 있으련만.


똑. 똑. 똑. 우리 집 문을 두드려

뛰쳐나올 너를 안고 '늘 그리운 나의 딸'하며

얼굴 비비면, 넌 또 그렇게 나의 목을 잡고 말하겠지.

'I hate Chichester.

Please don't go daddy....never..

저는 치체스터가 너무 싫어요

제발 아빠 가지 마세요'


못 견디게 미안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아빠가 약속할게



떠나지 않는 항구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남아
너를 등불처럼 지켜줄게



난 너의

영원한 아빠쟎아.


사랑하는 아빠가

치체스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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