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에 회사가 묻어나는 순간
예전 같은 팀원이었던 사람 이야기다.
업무 특성상 거래처에 메일로 회신할 일이 많았다.
나는 메일을 쓸 때,
특히 내가 쓴 메일이 거래처 직원에게
‘내 이름 ㅇㅇㅇ’이 아니라
‘우리 회사’로 비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쓴다.
그래서 메일을 보내고 나서도
여러 번 다시 읽어본다.
가독성은 괜찮은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일목요연한 지.
그날은 옆 팀원이 거래처에 회신을 했다.
—
김아무개 부장님,
…
(중략)
그럴꺼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주 사소한 부분이지만
나는 저 ‘그럴꺼같습니다’가 너무 거슬렸다.
한 번은 단순한 오타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동료는 다음 메일에서도
똑같이 그렇게 썼다.
내가 만약 상대 거래처였다면,
“여기 회사 수준, 알 만하다”라며
동료들과 웃음 섞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숏폼 댓글이나
맞춤법을 지키지 않는 카톡을
친구들과 주고받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
공적인 문서에서의 사소한 실수 하나가
내가 속한 집단 전체가
가볍게 보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집 근처 헬스장 사물함에 붙어 있던 안내문이다.
‘임의조취’
헬스장 안내문은 친구와의 대화처럼
맞춤법이 조금 틀려도 웃고 넘길 수 있는 글일까.
아니면 이 헬스장의 관리 수준을 보여주는
작은 지표일까.
참고로 이 헬스장은 시설 관리가 썩 잘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