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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부자언니 Sep 04. 2022

일곱. 늦잠과 남편 예찬

일주일의 늦잠, 비집고 들어오는 게으름, 그래도 한결같은 남편 

사방이 고요하다. 눈을 떠 시계를 보니 9시 44분. 

“아~~~ 잘 잤다!!! 너무 좋앙!!!”


아무도 없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남편을 출근을 하셨다 보다. 


우리 집의 하루는 아침 6시에 시작한다. 

알람이 울리면 남편은 부엌으로 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고 아이들 점심 도시락을 싸기 시작한다. 

아이들 간식, 물통, 간단한 아침 식사 준비와 아이들 깨우기는 내 몫이다. 7시에 학교에 데려다주고 와서는 운동을 한다. 전형적인 아침 일상이다. 


월요일. 어제부터 시작한 생리통이 내 몸에게 <게으름에 대한 면죄부>를 씌워 주었다. 

자정이 넘어 잠든 까닭에 알람을 듣지 못하고, 5살 둘째가 와서 “엄마!” 하고 불렀을 시계를 보니 이미 6시 40분이었다. 이미 교복을 입은 아이를 보니 안심. 잠깐 갈등했다. 


‘아 귀찮은데 오늘은 그냥 아이들 등교는 기사님 혼자 보낼까.” 


그리고 게으름이 승리. 난 다시 잠에 빠져들고 나는 게으름과 친구가 되었다. 


잠깐 있을 줄 알았던 이 녀석은 3일이 지나고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슬쩍 눈치가 보인 나는 남편에게 메시지를 흘린다. 


“여보, 고마워! 생리 시작해서 흐름이 깨졌나 봐…”

“괜찮아! 생리할 때는 잘 쉬어야지!” 



흠. 이쯤 되니 남편의 속내가 궁금해져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엄마, 대체 남편의 꿍꿍이는 뭘까? 나 며칠 더 버텨볼까? ㅋㅋㅋ “

“있긴 뭐가 있어! 착해서 그렇지! 내일부터 일찍 일어나!” 

“히잉… 알겠어…”



오늘은 목요일. 학기 시작 첫 학부모 회의가 있는 날이다. 7시 45분에 시작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필히 등교를 해야 했다. 


“엄마~~~~~” 

사랑스러운 둘째의 목소리에 일어나 보니 7시! 


아니, 어제 내가 분명!!! 자기 전에 오늘 학부모회의 있다고 깨워달라고 메시지 남겨 놓고 잤는데!!! 


어제 3시까지 동영상 강의를 들은 여파였다. 부스스 일어나 거실로 나가니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오늘 회의 있다고 했지? 10분 줄 테니 가서 준비하고 와~”


“(태연스럽게 웃으면서) 괜찮아. 애들 먼저 보내~ 난 우버 타고 갈게 ^^” 


(속마음) 아니 이 사람아!!! 어떻게 10분으로 준비를 하냐??!!! 



정말 눈썹이 휘날리게 준비를 마치고 7시 반에 우버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주중의 마지막, 금요일. 눈을 뜨니 10시다. 

오늘은 정말 의도가 아니었다. 핑계를 대자면, 어젯밤에 아이들이 중간에 번갈아 우리 방으로 오는 바람에 중간에 두 번이나 깼고, 모기가 있다는 말에 가서 손수 모기를 잡아 주느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헐… 슬슬 불안이라는 녀석이 내 마음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토요일. 

오늘은 비가 와서 일까. 꿀잠을 자고 일어나니 10시다.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일요일. 

오늘도 비가 왔다. 어젯밤에 1시경 누웠는데, 그놈의 모기를 잡느라 에너지와 신경을 쓰느라 늦게 잔 것 같다. 


“크루아상 먹을 사람?? 오늘 승마 안 가?”

“응… 비가 오는 것 같은데…” 


잠결에 남편이랑 대화를 한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리니 10시!!! 


헉!!! 망했어 망했어!!! ㅜㅜ 



하… 꼬박 일주일을 9시, 10시에 일어나니 하루가 이렇게 짧을 수가 있나. 


운동은 한 번도 못 했고, 반면 계속 부엌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바삭하고 달콤한 것들을 찾고 있다. 

간헐적 단식으로 16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중인데, 왜 자꾸 몸이 붓는 느낌이 날까. 


늦잠도 실컷 자고, 

밤에 늦게까지 하고 싶은 것 하고, 

새벽 시간 대신 밤을 선택했는데 

왜 나는 만족스럽지 않은 걸까? 


왜 기쁨 대신 불안이라는 녀석이 야금야금 내 마음을 잡아먹을까. 

누구 하나 나 잘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사람이 없는데도 말이다. 


누가 나를 비난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서다. 

내가 스스로 뭔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늦게 자고도 듣지도 못할 시간에 알람을 맞춰 놓는 것보다 

상식적인 시간에 잠들고 일어날 수 있는 시간에 일어나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1의 잔소리나 불평도 없이 일주일 내내 아침에 아이들 간식, 도시락 챙기고 학교에 보내준 남편에게

새삼 존경과 사랑의 감정이 마구 샘솟는다. 



(오늘은) 사랑해, 여보.  존경한다, 여보야. 


(게으름에게) 이제는 이별하자! 오늘은 몇 시에 자든 내 애들은 내가 지킨다!!! 



#게으름 #책과강연 #백백7기 #남편예찬 #늦잠 #아프리카부자언니 #최지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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