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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부자언니 Aug 31. 2022

3일차. 엄마가 아파도 되는 순간은

말레이시아의 마지막 도시 랑카위 - 일주일간 세 번의 병원 방문


말레이시아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는 랑카위 섬이었다.

랑카위는 말레이시아 섬의 북쪽에 위치한 고급 리조트와 면세 지역이 있는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 럭셔리 한 곳에서의 우리가 한 비중 있는 체험은 현지 병원이었다.

세 명 이 사이좋게 한 번씩, 의사를 만났고, 엄마인 나는 세 번 병원을 찾았다.


첫 번째 병원에 간 것은 다섯 살 둘째였다.

몸이 뜨겁다 싶더니 혹시나 해서 재보니 39.5도. 부랴 부랴 해열제를 먹였지만 밤 새 뒤척이며 울었다. 결국 다음날 병원을 찾았다. 이틀을 꼬박 40도 고열에 시달리다 간신히 열이 잡혔다. 이틀 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한 루이가 “엄마 배고파” 말할 때 얼마나 기특했는지.


루이가 회복되고 하루를 쉬고 랑카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맹그로브> 투어를 떠났다. 며칠을 계속 리조트에서 보낸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이 좋은 섬에서는 한 것이 없어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스피드 보트를 타고 맹그로브 나무가 많은 곳에 사는 원숭이들을 만나러 가는 여정이었다.

혹시 루이가 힘들어할까 염려스러웠으나, 이틀을 꼬박 세운 내가 혹시 아플까 걱정이 되었다. 열이 나는 것 같은데  으슬으슬 추위가 느껴져 긴 팔을 입었다. 온몸이 멍든 곳을 누르는 것처럼 아픈 게 몸살인 것 같다.

 

‘그래, 이 한 몸 희생에서 아이들에 좋은 기억을 선물하자!’


스피트 보트 위에서 맞는 시원한 바다 바람은 마치 한 겨울 칼바람처럼 내 몸을 스쳤다. 나는 아프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지 않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었다. 마침내 투어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야 보트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아. 이제 리조트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구나.


배가 물 위에서 통통 튀면서 흔들릴 때마다 아이들은 꺄르륵 거리며 즐거워했다. 그러다가 ‘쿵’ 하며 높이 뛰어 오른 배가 물 바닥에 부딪히며 초이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으앙… 엄마…”


‘올 것이 왔구나…’


몸을 일으켰는데 상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초이는 턱에 피를 줄 줄 흘리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중간 지점에서 내려서 살펴보니, 턱이 1.5센티가량 찢어지고 파인 부분 깊고 넓었다. 하… 한숨이 나왔지만 아이 앞에서는 웃으면서 별거 아니라고 했다.


그렇게 3일 만에 나는 또 같은 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다. 아이는 잔뜩 겁에 질려 울면서 치료를 거부하고 난 결국 환자 침대에 같이 누워 팔베개를 한 채 아이를 달래주었다. 의사는 상처가 너무 많이 파여서 봉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빨간약과 붕대만 처방해주었다.

한숨이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큰일이 아니라 다행이다 싶었다.


여름 나라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긴 잠바에 후드까지 쓰고 오들오들 떨던 나는 결국 리조트에 오자 마자 열을 쟀다. 39도. 어젯밤 한 숨도 자지 못하고 참고 참다가 아침 5시에 프런트 데스크에 전화해서 진통제를 먹은 것이 다였다. 그 후에 투어를 떠나고 아이들 데리고 병원을 다녀왔다. 그 모든 시간 동안 참을만하다고 여겼는데 루이가 아픈 후로 잠을 제대로 못 잔 것이 생각났다. 거울을 보니 꼴이 말이 아니다. 난 그제야 내가 아플 수 있도록 허용해 주었다.

 

아팠다가 살아난 호기심 덩어리 둘째는 밖에서 신나게 나가 놀고 싶어 하고, 턱에 거즈를 덮은 첫 째도 이제 살만한가 보다. 아이들이 괜찮다 생각하니 이제야 내가 아파도 되는가 보다 안심이 든다.


주변을 보면 아이가 호되게 앓고 난 후 회복 될 쯤 엄마가 아프기 시작한다.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게다.


우리 엄마는 아픈 적이 없었다.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밥을 차리고 우리를 학교에 데려다 주시고 데리러 오셨다.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엄마는 정말 아픈 적이 없었을까.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은 날이었다.


내일은 체크아웃을 하고 싱가포르로 넘어가야 한다. 고민 끝에 결국 리조트를 이틀 연장했다. 엄마는 이틀 동안 어떻게든 컨디션을 회복해야 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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