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과 가까운 일본으로 짧은 일정의 첫 해외 골프투어를 다녀왔다.
골프를 통한 성취감과 상쾌함, 통쾌감이 물 건너 해외에서는 더 신선하게 느껴졌고 그동안 해외 골프투어에 막연하게 가졌던 부정적인 시각도 달라졌다. 단순한 관광 차원의 여행보다 골프 여행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책에서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라고 했다.
국내보다 거의 절반 수준인 저렴한 그린피, 플레이어가 직접 카트를 운전하기에 당연히 캐디비용도 없다. 별도의 카트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다. 클럽 식당에서는 바가지요금도 없다. 겨울 잔디 관리도 괜찮은 편이다. 골프 비용만 놓고 보면 국내보다 훨씬 저렴하다. 아. 이래서 해외로 나가려는구나. 국내 골프비용도 줄여 준다면.
짧은 며칠 세상만사 잊고 그냥 골프에 빠지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골프 여행도 그동안 쌓였던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에서 벗어나 현재에 더 집중하게 해주는 묘미가 있는 것 같다.
골프는 매 홀에서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스포츠다. 아무리 주변의 경치가 이뻐도 마음을 비우고 내 샷에만 집중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 여하튼, 아무리 다양한 장애물과 어려움을 만나도 이를 잘 이겨내는 도전정신을 해외에서도 똑같이 느껴보면서 휠링도 보태지니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깨끗하다 못해 정결한 거리. 곳곳에서 묻어나는 현실 속 사람들의 친절함. 차량을 직접 운전해 보니 도로의 노면 상태도 매우 좋다. 중간중간 땜질한 공사의 흔적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초고령사회의 한산한 시골 풍경도 간결하고 깔끔하다. 쓰레기통도 보이지 않는데 쓰레기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여기저기 골목골목 길가에는 쓰레기조차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시스템적으로 쓰레기 수거가 잘 되나 보다. 여행객인 나도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될 듯싶다.
칸막이로 혼자 먹어본 라면과 한 공간에서 충분한 휴식이 되도록 시설을 잘 갖춰놓은 고즈넉한 온천도 색달랐다. 학문의 신을 모신 신사에서 줄 서서 기다리며 정성 어리게 기도하는 구복(求福) 문화는 어디서나 비슷함도 느꼈다. 퇴근 후 직장인들의 선술집은 활력이 넘쳤다.
선진국을 여행해 보면 우리보다 나은 제도나 환경을 보면서 배울 점이 있다. 물론 후진국에서도 예전의 우리를 생각하며 반면교사의 교훈을 배우기도 한다.
일본은 모든 면에서 습관처럼 늘 우리의 경쟁상대다. 우리가 반드시 잊어서는 안 될 과거 역사가 주는 교훈은 교훈대로,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갓 탑승했어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할 것이다. 이곳을 다녀간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한국 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한 또 하나의 긍정적 촉매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골프 점수는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도 비슷하다. 숨어 있던 핸디가 어느덧 바퀴벌레처럼 슬금슬금 나온다. 아무리 새로운 풍경의 해외골프장이 좋아도 점수까지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동행자들과 함께하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짧은 여정이지만 골프장 주변을 돌아보는 관광과 골프를 통해 그 나라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겼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프랑스 소설가 장그리니에가 말한 “여행이란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워주는데 필요한 활력소다”라고 했던 말에도 공감하며, 해외 골프투어에서 일상에 지쳐 졸고 있던 나의 감정도 되살아남을 잠시 느끼고 돌아왔다.
이후에도 몇 번 해외 골프투어의 기회가 더 있었다. 태국에서는 은퇴한 70대 한국인들이 팀을 맞추어 한 달 동안 골프장에서 골프투어로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적당한 날씨와 한국인 사장이 운용하는 골프장이라 맛있는 식단에, 국내와 비교해서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생활비용까지.
나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여력이 된다면, 여러 나라에 관광을 병행한 골프투어를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열심히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