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TV에서 어린아이들이 어른 못지않게 트롯 가요를 실감 나게 잘 부르는 모습을 보곤 깜짝 놀란다. 언제 저런 절절한 감성을 터득했을까. 또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 때려치우고 자신의 재능을 찾아서 그토록 원하던 가수의 길을 뒤늦게 가는 이도 있다. 언제든지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래서인지 타고난 재능을 찾으려는 사람들한테서는 늘 진정성이 우러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이 땅에 태어난다. 그래 놓고는 인생의 절반을 그 재능을 내버리거나 다른 사람들의 말에 미혹되어 잊어버리고 산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눈을 뜨고 깨달아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면, 나머지 후반의 인생을 바쳐 원래 갖고 있던 선물을 되찾기 위해 애쓴다.”라고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Let your life speak)』의 저자 파커 J. 파머는 말한다.
부모의 역할 중 하나는 자녀의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 그 길을 제대로 잘 안내하는 일이다. 자신의 재능조차 제대로 찾지 못했던 부모의 세대에서는 자녀의 재능 찾기에도 역시 미숙하다. 그러다 보니, 자녀의 재능을 분명히 발견하고도 사회가 만들어 놓은 명문대학, 대기업 등 소위 성공 코스로 따라주기만을 바라기도 한다. 자녀의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서도 끝없는 간섭으로 결국 자율성을 잃게 만들어 그 놀라운 재능마저 위축되게 만드는 사례도 있다.
타이거 우즈도 2살 때부터 군인 출신 아버지 손에 이끌려 골프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아버지는 아들이 4살이 되자 본격적으로 레슨 프로에게 맡겼다고 한다. 지원이 간섭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KLPGA 선수들도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골프를 시작한다. 내 딸도 초등학교 때 엄마 따라 연습장에 다니다가 투어프로 활동을 10년 이상 했다. 물론 골프에 재미를 느낀 본인의 의지가 크게 한몫했다. 하여튼 재능을 일찍 발견했으면 꾸준하고 체계적으로 잘 다져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누구나 어느 날 문득 “지금 나는 제대로 잘살고 있는 것일까?”, “진정 내가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나를 돌아볼 때가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에 파묻혀서 때로 영혼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싶은 일과 재능을 발휘하여 잘하는 일은 차이가 있음을 알지만, 오늘도 나는 그저 익숙한 일을 하나의 기계 부품처럼 반복하고 있지나 않을지..
파커 J. 파머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나는 누구인가”를 먼저 물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껏 살아온 나의 삶에서 그 답을 찾아보란다.
여하튼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가 늘 중요한 화두다.
나도 오랜 군 생활을 마친 후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우선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나 자신을 새삼 탐구해 보았다. 지금껏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돌이켜보니 어린 시절부터 글짓기를 즐겼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글짓기 대회에서 줄곧 입상도 했었다. 군에서 작성했던 숱한 보고서도 생각났다. 단순 명료한 보고서에 불과하지만, 기승전결의 논리를 분명하게 말하는 글의 능력은 글짓기에 도움이 될 수 있음도 발견했다. 새삼 50대 후반에서야 글짓기 학원에 난생처음 쑥스럽게 등록하였고, 마침내 수필가로 등단했다. 지금도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 수필을 넘어서 소설과 시나리오에도 도전하고 싶다. 독서를 통해 나의 빈곤한 영혼을 살찌우고 글짓기로 조금씩 더 성장해 가는 여정은 또 다른 즐거움이고 내 삶을 만족하게 해주고 있다.
퇴직하고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고 새로운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취미로 해오던 일을 직업으로 바꾸는 사례나 그동안 못했던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많이 보고 있다.
선물 같은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늦게라도 찾게 된다면 결코 늦은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돌고 돌아 그동안 켜켜이 쌓아 올린 눈물과 땀방울 그리고 숱한 사유의 노고는 더 가치 있는 밀알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허둥대며 정신없이 흘러간 그 옛날보다 앞으로 더 알차고 더 여유 있고 더 성장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아무튼 세상에 늦음이란 없다. 지금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