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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 Dragon Mar 20. 2023

타고난 재능을 찾아서

 

가끔 TV에서 어린아이들이 어른 못지않게 트롯 가요를 실감 나게 절절한 감성을 가지고 무척 잘 부르는 모습을 보곤 깜짝 놀란다. 언제 저런 감성을 터득했을까. 또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자신의 재능을 찾아서 원하던 가수의 길을 뒤늦게 가려는 이도 있다. 언제든지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래서인지 타고난 재능을 찾으려는 사람들한테서는 늘 진심이 우러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이 땅에 태어난다. 그래 놓고는 인생의 절반을 그 재능을 내버리거나 다른 사람들의 말에 미혹되어 잊어버리고 산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눈을 뜨고 깨달아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면, 나머지 후반의 인생을 바쳐 원래 갖고 있던 선물을 되찾기 위해 애쓴다.”라고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Let your life speak)』의 저자 파커 J. 파머는 말한다. 100세 시대를 사는 많은 이들이 지금 그렇게 살아가는 듯하다.     


부모의 역할 중 하나는 자녀의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 그 길을 제대로 잘 안내하는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조차 제대로 찾지 못했던 부모의 세대에서는 자녀의 재능 찾기에도 역시 미숙하다. 자녀의 재능을 분명히 발견하고도 사회가 만들어 놓은 명문대학, 대기업 등 소위 성공 코스로 따라주기만을 바란다. 그래서 모른 척 그냥 지나친다. 어떤 부모는 자녀의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서도 끝없는 간섭으로 결국 자율성을 잃게 만들어 그 놀라운 재능마저 위축되게 만드는 사례도 있다.     


타이거 우즈도 2살 때부터 군인 출신 아버지 손에 이끌려 골프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아버지는 아들이 4살이 되자 본격적으로 레슨 프로에게 맡겼다. 지원이 간섭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KLPGA 선수들도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골프를 시작한다. 내 딸도 초등학교 때 엄마 따라 연습장에 다니다 투어프로 활동을 10년 이상 하였다. 물론 골프에 재미를 느낀 본인의 의지가 크게 한몫했다. 하여튼 재능을 일찍 발견했으면 꾸준하고 체계적으로 잘 다져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어느 날 문득 “지금 나는 제대로 잘살고 있는 것일까?”, “진정 내가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나를 돌아볼 때가 있다. 사회생활에 파묻혀서 때로 영혼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싶은 일과 재능을 발휘하여 잘하는 일은 차이가 있음을 알지만, 오늘도 나는 그저 익숙한 일을 기계처럼 직장생활을 반복하고 있지나 않은지..     


파커 J. 파머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나는 누구인가”를 먼저 물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껏 살아온 나의 삶에서 답을 찾아보란다. 여하튼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가 늘 중요한 화두다.    

 

나도 오랜 군 생활을 마친 후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우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나 자신을 탐구해 보았다. 지금껏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돌이켜보니 어린 시절부터 글짓기를 즐겨했다. 글짓기 대회에서 줄곧 입상도 했었다. 새삼 50대 후반에서야 학원에 난생처음 등록하였고, 마침내 수필가로 등단했다. 지금도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독서를 통해 나의 빈곤한 영혼을 살찌우고 글짓기로 조금씩 더 성장해 가는 여정은 또 다른 즐거움이고 삶을 만족하게 해 준다.      


선물 같은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늦게라도 찾게 된다면 결코 늦은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돌고 돌아 그동안 켜켜이 쌓아 올린 눈물과 땀방울 그리고 숱한 사유의 노고는 더 가치 있는 밀알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허둥대며 정신없이 흘러간 그 옛날보다 앞으로 더 알차고 더 여유 있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아무튼 세상에 늦음이란 없다. 지금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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