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와 Context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Text는 쉽게 말하면 문장이나 글로 표현된 내용을 의미한다. Context는 문맥, 맥락 즉 그 문장이나 글이 쓰인 상황이나 배경이다. Context는 Text를 해석하는데 필요한 정보이다. 여행할 때 만나는 도시의 건물, 도로 등이 하나의 Text라면 그 위에 덧입혀진 역사와 이야깃거리가 바로 Context라고 보면 된다.
책을 읽을 때 문장 속에 흐르는 문맥을 제대로 짚어낼 수 있다면, 감동도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그러나, 가끔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잘 안 되는 시(詩) 구절이 있긴 하다. Text는 알겠는데 Context가 무엇인지 감(感)이 영 잡히지 않는다면 과연 잘 빚은 시(詩)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또 때로 사람마다 Context 해석 방식이 달라서 오롯이 Text만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오해와 갈등은 Context를 모르는 상태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영화〈아바타〉에서 사랑한다는 표현을 “I See You”라고 했다. Text로 해석한다면 그냥 “나는 너를 본다”라는 문장이지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상대를 다정하게 마주 보는 것처럼 사랑의 다른 표현임을 우리는 직감적으로 안다. 그것이 Context이다. 그런 Context에 둔감하면 누구와도 교감이 어려워 연애도 제대로 하기 힘들 것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흔히 건네는 “밥 먹었니?”라는 인사말도 단순하게 밥 먹었니? 하는 차원을 넘어, 그 사람이 내게 주는 무심한 듯 따듯한 관심과 애정의 “I See You” 같은 Context이다. 굳이 해석이 필요 없다. 또 굳이 밥 먹기 싫은 이에게 억지로 떠먹여서도 안 된다. 이처럼 Context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Text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때로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이 단순한 Text조차도 Context는 복잡해질 수 있다. 정말로 사랑해서 하는 말일 수도 있고, 이별을 염두에 두고 “너를 사랑함에도 이제 나는 헤어져야 해”라는 말을 하기 위해 던지는 미끼의 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 강신주도『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책에서 “우리가 철학과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Text와 Context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라고 했을 정도다.
인간관계에서도 Text와 Context를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상대의 발언이나 행동이 어느 상황에서 나왔는지, 어떤 배경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알게 되면 올바른 판단을 제대로 내릴 수 있다. 마치 말 못 하는 갓난아기가 왜 우는지를 알아야 처방을 해줄 수 있는 것처럼. 아기가 운다는 Text가 있다면 아기가 울 수밖에 없는 Context가 있을 것이다. 학벌이나 직업 그리고 빈부라는 겉으로 드러난 Text보다 그 사람이 품고 있는 성격, 인품 등의 Context도 함께 알아야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사람이 '현란한 위선자'인지 '숨어있는 진국'인지 구분(區分)이 아닌 구별(區別)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 구분 :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전체를 몇 개로 갈라 나눔. 구별 :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 갈라놓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단순히 문자로 쓰인 Text가 전부가 아닌, 정치·사회·문화 등 다양한 Context의 배경 속에 둘러싸여 있다. 국제정세 속의 숱한 갈등과 테러 행위도 해당 Context를 제대로 잘 이해하고 살펴봐야 Text의 당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인터넷과 SNS 시대에서는 가짜 뉴스나 혐오 발언 같은 문제들이 너무 쉽게 전파되고 있다. 또 똑같은 Text를 두고도 Context 해석이 너무나 다른 정치가들을 보면 더 혼란스럽다. 주고받는 문장도 예전보다 더욱 짧아져 Context를 찾아내기도 점점 힘들어진다. 모두 자기중심으로 해석하다 보니 SNS로 인해 오히려 오해와 갈등도 더 많이 일어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Text와 Context를 올바르게 구별할 수 있는 안목, 즉 사고의 유연함과 깊이를 지녀야겠다. 그 안목은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과 축적된 지식, 체험, 생각의 정리, 꾸준한 명상 등을 통해 개인별로 천차만별 달리 나타날 것이다. 하여튼 Text만 보고 쉽게 일희일비(一喜一悲) 판단하기보다 Context가 무엇인지를 한 번쯤 되짚어본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효과적인 의사소통과 더 나은 행복을 찾아가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