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때 코로나로 인해 20~30대 층에서 일어났던 골프 붐이 테니스 붐으로 산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MZ세대의 영향력이 스포츠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골린이에서 테린이로 옮겨가고 있다.
평일과 휴일을 불문하고 젊은 친구들이 테니스 코트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다. 중장년층이 젊었을 때 느꼈던 재미를 청년층에 들켜버린 모양새다. 코트 잡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골프는 부킹도 어렵고 만만치 않은 비용과 과도한 시간이 들어가지만, 테니스는 도심지 중심으로 가까운 접근성과 코트 사용료가 저렴하여 가성비도 좋다. 목적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역동적인 활동이 반복되는 테니스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운동이라는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쉽게 접근하는 것 같다. 젊은 세대에서 테니스붐이 일어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물론 골프와 테니스는 모두 매력적인 스포츠이다. 둘 다 기술과 체력이 기본으로 필요하며, 매우 재미있다. 두 종목 모두 실내 테니스장과 스크린 골프연습장에서 연습도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야외에서 진행되기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운동할 수 있고, 근육과 관절을 강화하며 특히 스트레스 해소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운동이다.
골프가 다소 정적이라고 하면 테니스는 과격하게 동적이다. 테니스가 순발력이 꽤 필요한 운동이라면 골프는 짧은 시간에 집중력과 자기 절제가 꽤 필요하다. 골프가 18개 홀을 돌고 돌아 필드 위를 떠나는 여행하는 분위기라면, 테니스는 정해진 코트 위에서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결정짓는 검투사 같은 분위기랄까. 여하튼 공통점은 다른 운동 종목과 마찬가지로 이를 통해 동반자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삶의 즐거움과 끊임없는 에너지원을 얻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경험 있는 사람들은 테니스와 골프는 병행하지 말라고 했다. 자세가 망가져서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만류했었다. 현재 두 종목을 함께 즐기고 있는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초기에 기량이 부족할 때는 정말 이도 저도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숙달이 되고 적응이 되면 오히려 서로의 기술을 접목하여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세계적 유명 선수 가운데도 테니스와 골프를 함께 즐기는 이들도 의외로 많다. 골프의 아담 스콧과 로리 매킬로이도 수준급의 테니스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년 은퇴를 발표한 스페인의 세계적 테니스 선수인 라파엘 나달은 2020년 프로 아마 혼합 골프 대회에 출전해 6위를 한 적도 있다. 선수들 가운데는 주니어 시절부터 본인의 주 종목 외 다른 운동도 병행함으로써 오히려 근력과 지구력 등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
골프는 왼팔을 기준으로 하여 오른팔이 보조해 주는 운동인데 반면, 테니스는 오른팔이 기준이 되고 왼팔이 보조(오른팔 잡이의 경우) 해주며 주로 사용하는 근력이 서로 달라서 보완이 되기도 한다. 나도 오른팔이 아파서 테니스 하기가 어려울 때면 골프 연습을 할 때도 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니까 골프 스윙할 때도 습관처럼 나오던 정면으로 엎어지는 테니스 자세가 조금씩 사라지고, 힘의 중추인 코어 근육의 강화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서 오히려 골프 샷이나 테니스 포핸드 등에서 이전보다 더 강한 힘이 실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50세가 넘으면 무슨 운동이든 그 운동의 목표나 자세 그리고 힘의 강도 측면에서 스스로 적당히 조절해야 오랫동안 다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 라켓을 쥐고 팔을 사용하는 테니스나 골프에서 흔히 나타나는 팔꿈치 부상으로 ‘테니스 엘보’와 ‘골프 엘보’가 있다. 통증 부위가 각각 팔근육의 안팎으로 나뉜다. 오랫동안 팔근육을 사용하다 보면 당연히 팔꿈치, 손목, 어깨를 중심으로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 계속 운동을 즐기려면 때때로 휴식 기간을 갖든지 팔 주변의 다른 근육을 강화하여 통증을 완화하는 스트레칭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도 통증이 지속되면 정형외과의 의학 기술을 빌릴 수밖에 없다.
최근 지역의 테니스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개회식 축사를 하시는 분이 90세가 넘은 나이였다. 그럼에도 꼿꼿한 자세로 건강을 유지하는 자신만의 비법이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즐기고 있는 테니스 덕분"이라는 말씀을 듣고 저으기 놀랐다. 물론 90세에도 골프 카트를 타고 신나게 필드를 누비는 건강한 어르신들도 많다.
어떤 운동이든, 진정 좋아하고 자기에게 적합한 운동을 통해 자신만의 넘치는 에너지원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나도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골프와 테니스는 오랫동안 함께 즐기고 싶다. 반대로 어쩌면 골프와 테니스를 함께 해주는 동반자들이 나를 건강하게 지켜주고 있는지 모른다. 감사한 일이다. 모든 운동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비법(秘法) 중 하나이고 보약임에는 분명하다.
지난주에도 나는 훈육관 시절 생도들과 필드에서 사제지간(師弟之間)의 훈훈한 정을 골프를 통해 오랜만에 나누었다. 이번 주에는 테니스를 사랑하는 선후배들과 코트에서 자웅을 겨뤄가며 흠뻑 땀에 젖을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