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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해용 May 25. 2023

필드와 코트 사이에서

골프와 테니스는 모두 매력적인 스포츠이다. 둘 다 기술과 체력이 기본으로 필요하며, 매우 재미있다. 두 종목 모두 야외에서 대부분 하기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운동할 수 있고, 근육과 관절을 강화하며 특히 스트레스 해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골프가 다소 정적이라고 하면 테니스는 과격하게 동적이다. 테니스가 순발력이 꽤 필요한 운동이라면 골프는 짧은 시간 집중력과 자기 절제가 꽤 필요한 운동이다. 골프가 18개 홀을 돌아 돌아 필드 위를 떠나는 여행 같은 과정이라면, 테니스는 코트 위에서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결정짓는 검투사 같은 분위기랄까. 여하튼 공통점은 다른 운동 종목과 마찬가지로 이를 통해 동반자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삶의 즐거움과 끊임없는 에너지원을 얻는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20~30대 층에서 일어났던 골프 붐이 테니스 붐으로 산불처럼 번져가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낀다. 평일 휴일을 불문하고 젊은 친구들이 코너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 중년층이 젊었을 때 느꼈던 재미를 들켜버린 모양새다. 코트 잡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골프는 부킹도 어렵고 만만치 않은 비용과 과도한 시간이 들어가지만, 테니스는 도심지 중심으로 가까운 이동 거리와 코트 사용료가 저렴하여 비용 대 효율성 차원에서는 더 유리하다. 본인이 느끼는 재미의 정도, 경제성, 건강 상태 등의 기준에 따라 골프나 테니스를 선택할 수 있다.     


골프와 테니스는 모두 작은 공을 다루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공통점이 많다. 두 종목 모두 강력하고 정확한 스윙이 필요하다. 골프의 파워풀한 스윙 기술을 테니스에도 적용하면, 더 강력하고 정확한 서브나 포핸드를 할 수 있다. 또 테니스의 경기 전략을 골프에 적용하면, 실점을 더 이상 방지하는 샷과 퍼팅을 할 수 있다.     


예전에는 테니스와 골프는 병행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 자세가 망가져서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만류했었다. 현재 두 종목을 오랫동안 함께 즐기고 있는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제대로 기량이 부족할 때는 정말 이도 저도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숙달이 되고 적응이 되니까 오히려 서로의 기술을 접목하여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세계적 선수 가운데도 테니스와 골프를 함께 즐기는 이들도 많다. 골프의 아담 스콧과 로리 매킬로이도 수준급의 테니스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년 은퇴를 발표한 스페인의 세계적 테니스 선수인 라파엘 나달은 2020년 프로 아마 혼합 골프 대회에 출전해 6위를 한 적도 있다. 선수들 가운데는 주니어 시절부터 본인의 주 종목 외 다른 운동도 병행함으로써 오히려 근력과 지구력 등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     


골프는 왼팔을 기준으로 하여 오른팔이 보조해 주는 운동인데 반면, 테니스는 오른팔이 기준이 되고 왼팔이 보조(오른팔 잡이 경우) 해주며 주로 사용하는 근력이 서로 달라서 보완이 되기도 한다. 나도 왼팔이 아프면 테니스를, 오른팔이 아프면 골프 연습을 주로 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니까 골프 스윙할 때도 습관처럼 나오던 정면으로 엎어지는 테니스 자세가 점점 사라지고 힘의 중추인 코어 근육의 강화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서 오히려 골프 샷이나 테니스 포핸드 등에서 이전보다 더 강한 힘이 실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운동의 목표나 자세 그리고 파워 측면에서 스스로 조절해야 오랫동안 아프지 않고 즐길 수 있다. 흔히 팔꿈치 부상으로 ‘테니스 엘보’와 ‘골프 엘보’가 있다. 통증 부위가 각각 팔근육의 안팎으로 나뉜다. 오랫동안 팔근육을 사용하다 보면 당연히 팔꿈치, 손목, 어깨를 중심으로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 계속 운동을 즐기려면 때때로 휴식 기간을 갖든지 팔 주변의 다른 근육을 강화하여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이 있다. 그래도 통증이 지속되면 정형외과의 의학 기술을 빌려야 한다.     


최근 내가 사는 지역의 테니스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개회식 축사를 하시는 분이 90세가 넘은 나이였다. 그럼에도 꼿꼿한 자세로 건강을 유지하는 자신만의 비법이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는 테니스 때문"이라는 말씀을 듣고 저으기 놀랐다. 물론 90세에도 골프 카트를 타고 신나게 필드를 누비는 건강한 분들도 많다. 나도 가능하다면 이 재미있는 골프와 테니스를 병행해서 오랫동안 즐기고 싶다.     


골프나 테니스. 한 종목을 하든 두 종목을 병행하든, 축구, 배드민턴 등 다른 어떤 종목의 운동을 하든, 진정 좋아하고 자기에게 적합한 운동을 통해 자신이 늘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고, 자신만의 넘치는 활력소를 찾을 수 있다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여하튼 운동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여러 가지 비법(秘法) 중 하나이다.     


지난주에도 나는 군대에서 훈육관 시절 생도들과 필드에서 사제지간(師弟之間)의 훈훈한 정을 골프를 통해 오랜만에 나누었다. 이번 주에는 테니스를 사랑하는 선후배들과 코트에서 자웅을 겨뤄가며 흠뻑 땀에 젖을 생각에 벌써 설렌다. 나의 바람은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골프와 테니스를 병행하면서 다치지 않을 만큼 적절하게 즐기며 계속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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