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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돈 Feb 26. 2022

Broveo! 다시 시작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dawn.com/news/15649

7년간 객지생활을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재택 연수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동안 인사이동과 업무조정 등으로 실타래처럼 얽혔던 일상이 조금씩 가닥을 잡아간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조금은 비껴 나 있으니 마음이 가볍다. 그동안 새로운 반전을 꿈꿔도 허락하지 않는 현실에 속수무책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냥 있자니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려 했던 오래전 잊힌 꿈이 꿈틀거렸다. 모두가 살아가는 이유가 있을 텐데 어떤 것에 의미를 두고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던 밤들도 있었다.

차장을 스치는 회색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옥죄는 넥타이를 풀었다. 문득 한 달째 유럽 여행 중이라던 친구가 생각나 SNS로 문자 안부를 물었다. 그동안 지방을 오르내리던 KTX 대신 지하철에 올라 물끄러미 밖을 바라보았다. 일상이라는 것, 그냥 그저 그런 하루라는 것이 감사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목포에 근무할 때 몸이 평소와 달리 피곤해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의사는 CT를 찍어봐야 한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의견 제시에 당황스러워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불안했다. 하지만 예감은 비껴가질 않는 법, 수술을 하라고 했다.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대로 놔두는 것보다는 제거하는 게 낫다고 했다. 병원 로비에 앉아 좀 더 일찍 건강을 챙겼어야 했다는 후회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일상이라는 생각을 골똘히 했다. 당시 검진조차도 시간에 쫓겨야 하는 나 자신이 우울했었지만  '빨간불'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잘 극복했다.

생각해보니 힘든 순간에도 당당하게 내보이는 자신감이 나를 지탱하는 것 같다. 상황을 견디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믿는 자존감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시절을 잊지 않는다면 어려움을 다시 마주해도 긍정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겠다. 가야 할 삶의 방향을 해석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당시 수술을 앞두고 면담하는 와중에 의사가 건넨 한마디가 마음을 추스르게 했다. "환자분이 잘못한 것 하나도 없어요. 원인이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그냥 그럴 수 있는 거예요.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담당 의사의 한마디는 의외였다. 단순히 시시콜콜 원인이 무엇인지, 향후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위로였다.

긴 여행을 끝낸 듯 이제 서재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어쨌든 해야 할 일이 아직은 남아 있으니까 일상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니까 가끔은 쉬어가는 법도 배워야겠다.  어찌 생각하면 잠시 멈추는 것도 기나긴 여정에서 필요한 전략일 수 있겠다.

예전에 전세살이 시절, 이사한 집 현관문에 커다랗게 붙어있던 시구가 떠오른다.

Dance, like nobody is watching you.

Love, like you've never been hurt.

Sing, like nobody is listening you.

Work, like you don't need money.

Live, like today is the last day to live.

(Alfred D Souza의 'Love, like you've never been hurt')

어려웠던 시절은 항상 있었고 그때는 상처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때를 기다리는 근성도 생겼다. 남은 하루하루에 박수를 쳐주고 싶은 나의 삶을 고민 중이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도종환의 '담쟁이')

(2022.02.26. 맑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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