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휴무라 오전 내내 늦잠을 자고 여유 있게 일어났다. 여유가 생겼지만 아이들 수발들다 보면 하루는 짧기만 하다.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다.
맞벌이 가정은 주말에 몰아서 처리할 일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나눠준 “시력 검진 안내문”을 가지고 왔다. 안과 검진을 받기 위해 집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대기하는 사람은 엄청 많은데 다행히 몇 주 전에 검진 한 기록이 있어 바로 결과를 알 수 있었다. 다음 과제는 시내 시설을 견학하고 견학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숙제다. 잠시 짬을 내 두발 정리를 위해 “헤어 밸리” 들러 커트를 했다. 아무리 바빠도 주말에 해야 하는 일이다. 헤어숍에서 어디를 데리고 갈지 고민하다가 " 화훼 단지”를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밖을 보니 내리던 비는 잠시 멈춘듯했다. 심심하다며 주리를 트는 아이들을 태우고 출발했다. 날씨 때문인지 화훼 단지에는 손님들이 별로 없었다. 사장님은 아쉽겠지만 오히려 번잡하지 않은 공간은 여러 가지 식물들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조잘대는 아이들과 이것저것 살펴보다 보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집사람과 의논해 이왕 나온 김에 집에서 키울 화초를 하나 골랐다. 기르기 쉽고 좀 게을러도 잘 자라는 식물,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산세베리아"다. 전자파 차단과 공기 정화에 좋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숙제가 숙제인지라 양해를 구하고 본격적으로 사장 아주머니와 인터뷰를 하였다.
“화훼 단지가 언제부터 형성되었나요? ”
“아마 신도시 들어서기 시작할 때부터였을 거예요. 11년쯤 되었을 거예요.”
“지금 이 식물원에 있는 화초 종류는 모두 몇 종류나 되나요?”
“글쎄요, 세어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약 250종은 될 겁니다.”
나는 평소에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렇게 많은 화초들을 어떻게 일일이 물은 주는지 궁금했다.
“아주머니, 이 많은 식물들에게 어떻게 매일 물을 주세요? 힘들지는 않나요?”
“물은 매일 주기는 하는데 그냥 샤워기로 뿌리면 됩니다.”
“그러면 바닥이 흙이기 때문에 그냥 땅으로 스며들지요”.
참, 그러고 보니 화초를 사러 가보면 대부분 바닥이 대리석이나 시멘트 바닥이 아니라 흙이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아이들과 화훼 단지 안에서 사진을 찍고 나오다가 문득 “옥잠화”가 눈에 들어왔다. 머릿속에서 평소 아들이 물고기를 키우고 싶다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옥잠화와 함께 옥잠화가 떠있는 마블 수조도 함께 샀다. 단지를 나서는데 주인아주머니가 한마디 하신다. "이 화초는 키우기 쉬우니까 아줌마가 선물로 주는 거야. 잘 키워봐!." 아주머니가 주신 것은 "신경초"이다. 살짝 건드려도 바로 오그라들어 버린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화초에 무척 신기해하며 차 안에서 계속해서 만져보곤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물고기를 골랐다. 물고기 이름은 “레드 플레이” “스마트라" 2종류이다. 모두 열대어인데 매우 귀엽고 날렵한 녀석들이다. 아이들은 매우 들떠 있다. 그런데 현관에 들어서며 집사람이 한마디 한다. ”오늘은 쉬는 날이니 게임 30분만 해라“ 아이들은 ”예“하더니 물고기는 집어던지고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다. 집사람은 아이들 심리를 꿰고 있다. 참, 아이들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우리 부부는 수조를 잘 정리하고 물고기를 옥잠화와 함께 넣었다. 이리저리 헤엄치며 노니는 물고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뭐가 그리 바쁜지 정신없이 일주일을 보내고 또 무엇에 쫓기듯이 살고 있는지, 지금보다 조금만 여유 있는 그런 삶을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평범한 일상이 행복일지 모른다.
주어진 현실에 자족하는 삶은 마음을 여유롭게 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인생을 바라보는 한 가지 방법이다.
성경의 잠언을 기록한 아굴이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나로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적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
오늘도 쉼 없이 달리고 있는 모든 분들의 평범한 일상이 급한 일이 없는 삶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