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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네스 Mar 20. 2024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평생 이야기해도 모자랄 것이다. 

그림책 "사람이 아름답다"(Les gens sont beaux)에서도 역시 사람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정말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이 그림책은 밥티스트 글과 렝 킹의 그림으로 프랑스 출판사 레자렌느(Les Arenes)에서 2022년 발행한 책으로, 어린이의 시선에서 비롯한 인간의 본질 중의 하나인 "자기만의 고유의 서사"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그 이야기를 만들아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이는 방학을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서 보낸다. 평소 말이 별로 없는 할머니와는 달리 은퇴 의사인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줄 뿐 아니라 농담도 많이 해서 할아버지와 보내는 시간은 즐겁기만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 얼굴에 자리 잡고 있는 상처로 인해 가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얼굴에 난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6살 때 삼촌이 운영하는 이발소에서 뛰며 놀았다. 일하는 삼촌 옆에서 이리저리 뛰다가 삼촌과 부딪쳤고 삼촌이 가지고 있던 면도칼이 6살이었던 할아버지 얼굴 위로 떨어져 상처를 낸 것이다. 


예기치 않은 일은 일상에서 빈번히 일어날뿐더러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남겨진 모든 것들로 우리의 역사는 만들어진다, 고 말이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할아버지와 산책을 하면서 아이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사람들은 정말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만의 고유의 이야기를 가지고 말이다. 즉 그들의 외모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의 한 단면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람의 외모를 가지고 놀릴 땐, 그 사람의 삶을 통째로 놀리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등이 굽은 사람, 다쳐서 불구가 된 사람, 검은 피부의 사람, 하얀 피부의 사람, 마른 사람, 뚱뚱한 사람 등등. 몸의 역사는 사람의 역사인데, 사실상 각각의 사람의 삶을 얼마나 어떻게 알고 있어서 놀릴까? 


할아버지와 아이는 "하킴"과 마주친다. 할아버지와 하킴은 서로 반갑게 인사한다. 이후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하킴이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하킴은 프랑스에서 40년 동안 타일을 까는 노동자로 일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했다. 병원을 지을 땐 바닥부터 건물의 꼭대기증까지 타일을 까는 일을 했다. 사람들은 그를 잘 알지 못했지만, 그가 깐 타일 바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수술을 받았다. 예술가이기도 한, 90도 등이 굽어 지팡이를 집고 다니는 그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낏 쳐다보는데, 사람들은 하킴의 삶을 얼마나 알길래 힐끗거릴까. 


긴 장갑을 끼고 계속 손과 팔을 긁는 마릴린, 몸이 뚱뚱한 레베카, 비쩍 마른 앙투완 등등 정말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는 단 한 가지, "사람은 곧 이야기이다"라는 것을 거듭확인한다. 집에 돌아와 아이는 할머니를 마주한다. 할머니는 젋었을 때 자신의 피부 색깔을 끔찍이 싫어했다. 너무 어둡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피부색을 밝게 하려고 끊임없이 많은 크림을 발랐는데, 결국 그 크림들은 피부에 하얀 반점을 만들어놓았다. 지금은... 그 하얀 반점들을 가리기 위해 파우더를 바른다. 그리고.... 


아이는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한다. 할머니에게 묻는다. 각각의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냐고. 사람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각자 그들만의 서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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