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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네스 Apr 09. 2024

"프란츠, 도라,
어린 소녀 그리고 인형"

소설 “변신”으로 잘 알려진 체코 프라하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의 실제 이야기로도 잘 알려진 어린 소녀와 인형에 얽힌 이야기가 두 차례에 걸쳐 그림책으로 소개되었다. “프란츠, 도라, 어린 소녀 그리고 인형”이 2016년에, “카프카와 인형”이 2022년에 각각 프랑스의 다른 작가, 다른 출판사에서 발행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그림책 “카프카와 인형”이 번역되어 사람들을 만난 바 있다.  

    

그 두 그림책 중에 특히 “프란츠, 도라, 어린 소녀 그리고 인형”을 소개하고 싶다. 이 그림책은 2016년 사르바칸 출판사에서 디디에 레비의 글과 티지아나 로마냉의 그림으로 세상에 나왔다.      

늘 자신을 둘러싼 삶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작가 카프카와 그의 연인 도라, 그리고 아끼던 인형이 사라져 슬픔에 겨워하는 어린 소녀 앵그리드 그리고 소녀의 인형이 그림책 “프란츠, 도라, 어린 소녀 그리고 인형”의 주요 인물들이다.      

공원의 산책길에서 앵그리드는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고 있다. 산책하던 카프카와 도라는 우는 아이에게 왜 우느냐고 말을 건넨다. 아이는 아끼던 인형이 사라졌다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말하는데, 슬픔에 겨워하는 아이에게 카프카는 인형의 거취를 이야기한다. 인형은 여행을 떠났다고 말이다. 우체부가 자신에게 인형의 편지를 남겼다고, 앵그리드가 원한다면 그 편지를 다음날 읽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처음엔 경계하는 듯한 눈빛을 보인 아이는 그러나 인형의 소식이 궁금해 반갑게 다음날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매일, 프란츠는 도라와 함께 산책을 위해 공원에 온다. 11월이지만, 여름이 뭔가를 잊었다는 듯 다시 돌아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그들을 감쌌다.


카프카는 아이가 슬픔에 빠져있는 것을 두고 볼 수없어서 인형이 여행을 떠나면서 편지를 남겼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때문에 인형의 입장이 되어 아이에게 편지를 써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인형의 입장에서 그것도 아이에게 전하는 적절한 단어를 찾는 게 어려웠다.   

   

그림책 작가 토미 웅거러는, 어린이 책을 쓰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마음을 간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책 작가들이 잃지 말아야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카프카가 인형이 입장이 되어 어린 소녀 앵그리드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낸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밤늦게까지 힘겹게 편지를 쓴 카프카는 다음날 도라와 함께 공원에서 아이에게 인형이 쓴 편지를 읽어주었다. 인형은 앵그리드가 아직 글을 읽을 줄을 모르기 때문에 카프카와 도라에게 자신의 편지를 읽어주기를 부탁하고 떠났다며 편지의 말머리를 시작한다. 인형은 여행이 너무나 하고 싶어서 떠날 수밖에 없었으며, 자유롭고 싶고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인형의 입장이 되어 편지를 쓴 카프카는 사실은 인형에 감정이입을 해 인형이 입을 빌어 편지를 쓰면서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앵그리드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강조한 것이다.    

  

평생 자신의 글에 만족하지 못했던 작가 카프카는 인형이 되어 어린 소녀 앵그리드에게 편지를 쓰면서 글 쓰는 즐거움을 되찾았다. 어린이는 현재를 즐기며, 그 순간에 집중하는 능력이 있다. 작가 카프카는 어린이의 이러한 능력을 간파하고 정성 스래 글을 썼다.   


그림책 “프란츠, 도라, 어린 소녀 그리고 인형”에서는 특히 카프카의 다정하고 주의 깊은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카프카가 느끼는 계절의 감각, 아끼는 인형의 행방을 모른 채 슬픔에 빠져 있는 어린 소녀를 차마 모른 척할 수 없는 감성, 인형이 되어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음에도 그의 삶을 상상하고 고심하는 면면 등 독자는 카프카의 세계에 흠적 빠질 수 있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카프카가 그러했듯이 그림책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살아 숨 쉬는 존재감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순간순간의 각각 존재의 중요성에 집중하고 있다. 그림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림책의 주요 인물을 빼놓지 않고 나열한 것처럼, 작가는 카프카의 문체와 정신을 그대로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에 반영하고 있다. 카프카를 둘러싼 모든 환경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각자 개별적인 이야기 역시 자신 혼자서는 만들 수 없듯이 말이다. 

일러스트레이션 역시 프란츠가 살았던 1920년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정겹고 아늑하다.     

 

봄이 성큼 다가왔다. 봄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를 둘러싼 모두! 가 함께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우리 모두가 같이 나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의 주요 인물들은 실제 존재했다. 프란츠, 도라, 어린 소녀... 프란츠는 자신이 쓴 글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친구 막스에게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모든 글을 없애라고 부탁했을 정도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친구 막스, 덕분에 세상은 20세기의 최고의 작가 중의 한 명인 프란츠 카프카의 천재성을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인형의 편지는 찾아볼 수 없지만 도라는 프란츠와 관련된 기억들을 수없이 이야기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인형의 편지들 역시 여행을 떠난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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