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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네스 May 08. 2022

모두가 벌거숭이예요

알몸을 좀 더 공평한 시선으로 

프랑스 어린이 그림책 "모두가 벌거숭이!"(TOUS A POIL!)는 작가 클레르 프라네(Claire Franet)와 마크 다니오(Marc Daniau)에 의한 공동작업으로 2011년 출판사 루에르그(Rouergue)에서 출판되었다. 


모두 벌거숭이!

그림책의 표지는 털로 둘러싸인 강아지가 '모두가 벌거숭이!', 란 제목과 함께 어정쩡하게 있다. 표지로만 봐서는 이 그림책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짐작하기 어렵다. 왜냐면 강아지는 온통 털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 한 장을 넘기면, '아기야! 벗어!'로 텍스트는 시작한다. 자신의 기저귀를 벗는 아기가 우리 모두를 벌거숭이가 되는 길로 인도하고 있다. 아기가 벗고, 베이비 시터가 벗는다. 그리고 이웃집 가족!  제과점 주인아줌마도! 그들의 옷을 내려놓는다. 경찰관! 할머니! 는 옷을 내려놓는데,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살짝 재촉한다. 어서 벗으세요! 그리고 강아지도! 강아지는 어떻게 벗을까? 어정쩡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벗어도 털이다. 축구선수들도! 마술사도! 선생님도! 가수도! 의사도! 회사 사장님도!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도! 내 친구 피에로도! 아... 할머니는 여전히 ^^   

그림책 " TOUT A POIL"은 어른들과 어린이들이 옷을 벗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일련의 모습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자, 이제 바닷가로 다 모였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모두 벗었으니 말이다. 모두 비슷한 구조이다. 모두는 성기를 엉덩이를 그리고 가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 편 모두가 다르다. 뚱뚱한 사람도, 마른 사람도, 키가 큰 사람도, 키가 작은 사람도 있고, 피부가 검은 사람도 그리고 하얀 사람도 있다.   


글은 많지 않다. 아니 반복적이고 무척 단조롭기까지 하다. 그저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다 벌거숭이로 벗으라고 하는 게 전부다. 그림책의 구조 역시 다분히 고전적이다. 텍스트는 왼쪽에 이미지는 오른쪽에 배치되어있다. 그러나 그림은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있다. 옷을 벗는 사람들이 무척 분주해 보인다. 시끄러워 보인다. 벗는 모습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즐거워하는 소리 말이다. 벗으라, 는 다소 명령 투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스스로 옷을 내려놓는 즐거움이 보인다. 무척 실제적이다. 그림작가는 프랑스 그랑제꼴인 보자르에서 수확한 나체 전문화가로 '성교육 그림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소 도식적이며 단순화한 선의 터치에서 완전히 탈피한 리얼리즘을 추구하고 있다. 


이 그림책은 프랑스에서 한 때 '나체'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책에 대한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알몸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시선을 주기 위해' 출판사에 의해 기획된 이 그림책은 어른들과 어린이들이 옷을 벗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일련의 그림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이 그림책에 대해 '학생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당시 일부의 우려의 목소리에 정부와 출판사는 '도덕적인 질서로의 회귀'라며 그 '우려'를 정면에서 비난했다.

사실상 우리는 갖가지 광고에 둘러싸여 있다. 티브이, 길거리 광고 표지판, 인터넷, 신문, 잡지 등 일일이 거론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이다. 그러한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들이 무엇인가? 다소 뒤틀려진 벗은 몸들이다. 알몸을 좀 더 공평(équité)한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벗은 몸을 금기시하지 않고 접근하기 위해 이 그림책을 기획 출판한 출판사와 작가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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