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후회다.
아침 7시 기상, 너무 피곤한 날은 7시 30분.
어제저녁 마무리하지 못한 집안 정리를 한다. 거실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딸아이의 유치원 가방을 챙긴다. 국공립이라 그런가, 아니면 이 유치원이 그런가 챙길 게 많다.
점심 수저/칫솔통/간식통과 간식 수저/물통.. 한 짐이다. 밤새 키운 키 다 줄일 정도다.
그리고 아이가 먹을 간단한 아침을 준비한다.
사과나 방울토마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이유식을 만들고 한 상 차려 주던 때 나는 다른 사람이었나 싶다.
남편은 종종 건강 도시락을 먹기 때문에 점심 도시락 준비도 함께 한다.
진짜 별거 없다. 셀러리 토마토 야채찜 아보카도 등등 대충 때려 넣고 삶은 달걀 2-3개를 싸준다.
그리고 나의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회사에 이뻐 보일 사람도 없고, 아줌마한테 신경 쓸 사람들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말끔하게 최소한의 것은 하고 가야지. 전날 밤에 오늘 입을 옷을 생각해내지 못했다면 그냥 뭐 쨍한 니트에 청바지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하니 얼굴로 밀어붙이자. 아줌마치곤 나쁘지 않으니까.
7시 40분에 깨우기 시작해도, 결국 이불 밖으로 나오지 않는 마씨들이라.
10분이라도 더 깊이 자라고 50분에 깨운다. 그것도 전쟁이다.
마흔 먹은 아빠랑 여섯 살 딸이랑 둘이서 ‘내가 먼저 일어났는데~’ ‘아닌데 내가 먼저 일어났는데~’ 그러고 실실 웃으면서 장난을 친다. 그럴 시간에 제발 일어나서 씻어줄래?
곧 일곱 살이라 스스로 씻고 준비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조금 수월해졌냐?
아니.. 한번 더 봐줘야 한다. 양치도 대충, 세수도 대충~ 그래서 욱할 때가 많다.
아침 전쟁은 여전하다. 3년을 치르고 있지만 여전히 숨이 탁탁 막힌다.
8시 30분에 오는 유치원 버스를 태워 보내지 못하면 ‘끝장이다.’
어떤 날은 부드럽게, 어떤 날은 소리를 질러야 끝나는 날이 있다. 요 며칠이 그랬다.
그러면 아침 출근길 내내 남편도 밉고 나도 밉다.
8시 30분 유치원 버스를 태워 보내고 나면, 우리의 출근길이 시작된다.
이제는 경기도 남부에 살기 때문에 우리는 강남까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출근길에 오른다.
보통 9시 40분~50분 사이에 회사에 도착한다.
우리 회사는 10시 출근이다. 그리고 나는 월급을 대폭 후려치고. 16시에 퇴근한다.
돈 보단 엄마를 선택했다.
15시 59분, 주섬주섬 정리를 한다. 그리곤 16시가 땡 하면 달려 나간다.
16시 07분경에 도착하는 지하철을 타야지 늦지 않게 아이를 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늦으면 안 된다. 1분 1초라도, 더 늦게 아이를 둬서는 안 된다.
8시 30분부터 17시 넘어까지 8시간을 넘게 유치원에 둬 놓고선… 얄팍한 엄마의 자존심인가?
활짝 웃으며 나에게 안기는 아이는 조잘조잘 집에 걸어가는 15분의 시간 동안 엄마한테 얼마나 할 말이 많은지, 쉬지 않고 말한다. 어떤 날은 바로 집으로 또 어떤 날은 요즘 핫한 인형 뽑기 방에 들린다.
하! 이제 저녁이다.
집에 도착하면 아침에 저지르고 간 식탁과 부엌과 방을 정리하고 저녁 준비를 한다.
아이는 그 사이에 혼자서 옷을 갈아입고 가방 정리를 한다.
안 그런 날도 부지기수라 손 씻어라, 가방 정리해라~ 노래를 부르지만… 요즘은 스티커 권법을 이용하고 있어서 잘 먹히는 편이다. 습관화되어 가고 있기도 하고.
저녁을 먹이고 정리를 하고, 같이 한글수학영어도 끄적였다가 그림도 그리고 장난도 치고 간식 먹으면서 조잘거리기도 하고 씻고 책 보고 잔다. 그렇게 마무리되는 시간은 10시에서 10시 30분.
그런데 이 모든 게 정말 무탈하게 지나가는 날일 때의 이야기다.
내 머릿속에는 집 정리, 아이의 7살 준비, 아이가 다니고 싶다고 한 발레는 언제 시켜줄까, 유치원 스케줄, 양가 어른들 생각, 회사 일, 날이 더 추워지는데 옷장 정리해야 하는데, 다음날 저녁은 뭘 해주지?, 여보 도시락은 어떻게 하지?, 연말 준비, 내년에 있을 겨울방학 스케줄 등등…
끝없이 돌아간다.
시간이 없다. 틈이 없다.
이럴 때 아이가 나를 계속 찾고, 짜증 섞인 말을 하고 고집을 부릴 때 화를 축적하기 시작한다.
정말 말 그대로 화가 축적이 된다.
꾹 눌러 참아보고 또 꾹 눌러 참아본다. 그러다 이성의 끈을 놓고 만다. 엄마가 다섯 번 넘게 말했지!!!!
다른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살아가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왜 난 내 아이 앞에서 나타내고 마는 것일까?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하는 그런 하나밖에 없는 아이한테 무섭게 아주 매섭게 무섭게 변하고 말았다.
미친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가.
남편은 무척 가정적인 사람이다. 그런 남편이 있어도 왜 나는 버거워할까.
남들처럼 9시 출근을 위해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지도 않으면서.
여섯 시 퇴근에, 기약 없는 야근까지 하는 워킹맘이 아니면서.
나약한 사람인가 반문하기도 하고 나 진짜 아득바득 애쓰는 사람이다 자신하기도 한다.
어제도 10시에 아이를 재우러 들어가면서 퇴근하고 처음 앉았다. 처음으로 몸을 뉘었다.
시간이 없다, 그러니 마음에 여유가 없다.
그 이쁜 아이한테 또 무서운 엄마가 되었다.
내 마음을 다 잡아보려 글을 쓴다. 나를 돌아보려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