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룰렛’의 저자 데즈먼드 슘은 68년 중국 상하이에서 미천한 신분(반동 계급의 손자)으로 태어나 홍콩과 미국을 거쳐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성공한 사업가입니다. 90년대 초 자본 시장 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시점에서 사모펀드로 큰돈을 벌었죠. 원자바오 전 총리를 뒷배로 두면서 공산당과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며 정치적으로도 입지를 굳힌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인물은 지금은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문제적 인간이 되었습니다. 전 부인이자 가장 든든한 사업 파트너였던 휘트니가 2015년 갑자기 실종되면서 그도 중국 정부를 버리고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미국 편에 붙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사실상 사법부가 없는 나라로 언제든 그 누구든(시진핑이 아닌 한) 하루아침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는 나라입니다. 그에 따르면 지금 시진핑 1인 집권 하의 중국은 ‘도를 넘은 애국’이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30년대 독일과 일본이 보여준 아주 위험한 길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갈수록 수렁에 깊이 빠져들고 있습니다. 바이든 집권 이후 미중은 누가 봐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 확실해 보이죠.
레드 룰렛은 중국 공산당의 부패에 대한 체험자의 생생한 증언인데요, 중국의 부패는 공산당 이전부터 뿌리가 깊습니다. 공산당으로 성공하면 그 집 강아지들도 천국을 맛보는 나라에서 사업을 하려면 자신이 부패의 사슬에서 공급자로 살아남을 정도의 자본력을 충분히 갖고 있어야죠. 그러면서 겉으로는 체면을 내세우고 속으로는 돈을 밝히는 중국 문화의 이중성도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의 기업인과 금융인들은 중국의 부패 문화를 경멸합니다. 채식주의자가 최고의 스테이크 요리사가 될 수는 없는 법이죠. 그래서 그들은 중국계 미국인이나 미국 유학파들을 중국과 비즈니스 전면에 내세워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돈을 벌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에 따르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딱 두 가지만 신경 쓰면 됩니다. 바로 중국 공산당과 끈인 꽌시죠. 이거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실행력입니다. 한 마디로 중국에서 돈을 벌려면 중국 공산당이랑 먼저 친해지고(당 인사는 고위급이면 일수록 좋습니다. 최고의 백은 시진핑 백이죠) 그리고 무조건 중국 공산당을 믿고 밀고 가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에서 공산당은 못 하는 게 없습니다. 저는 중국 기업의 회계 그리고 중국 정부가 자랑하는 경제 성장률을 믿지 않습니다. 그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은 일단 공산당이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러면 각 부처와 지자체들이 알아서 맞춰내는 숫자놀음일 뿐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 그 자체인 공산당은 모든 부패에 연루된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해군 장교가 맥주 사업에 이권을 노리고 참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정도로 당의 부패는 군의 부패로 이여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중국 군대의 군사력이 미국과 겨룰 수 있다는 주장 또한 믿을 수 없죠.
중국 공산당은 사실 이름만 공산당이지, 마르크스 레닌주의와는 많이 다릅니다. 특히 마르크스와는 정말 결이 다르죠. 중국 공산당이 보기에 마르크스는 마 씨 성을 가진 중국인이 아닙니다. 공산당이 볼 때 중국 공산당의 정신적 지주는 공자입니다. 공자의 사상 중에서 충효를 중국인들이 겉으로 가장 중시하는 체면과 연결시킨 게 현재 중국 공산당의 지배 이념입니다. 물론 중국인들은 속으로는 정말 돈을 밝히고 좋아하죠. 후진타오 때까지는 그런 중국인의 욕망을 적극 이용하며 미국의 기업가 정신을 받아들이는 척은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텐센트든 알리바바든 시진핑의 권력을 위협하는 잠재적 정적일 뿐입니다. 저자가 보기에 마화텅이나 마윈이나 장부상으로만 부를 소유한 이름만 부자일 뿐 실제로는 중국 공산당에 충성을 맹세한 하수인일 뿐인데도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의 장기 집권에 걸림돌로 여겨지는 것들은 미리미리 치워버리려고 합니다. 홍색 귀족이었던 그가 황제가 되려고 하는 순간이죠.
결국 정치가 경제를 결정하는 나라에서 돈을 벌려면 철저하게 정치적이어야 합니다. 중국 공산당 특히 시진핑이 싫어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왕치산 등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꽌시를 돈독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시진핑은 말 잘 듣는 사람 그러나 야망은 없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스탈린과 사람을 보는 기준은 같죠. 왕치산은 레이 달리오가 보기에는 미국을 좋아하는 믿음직한 실용주의자 일지 몰라도 중국 공산당의 부패를 너무 잘 아는 슘에게는 전형적인 중국 공산당 관료일 뿐입니다. 그도 시진핑처럼 미국의 민주주의와 표현을 자유를 경멸하면서 끝없이 의심하고 미국이 가진 힘과 동맹국의 연대를 두려워하죠. 즉 중국 정치인들이 미국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의심과 두려움, 경멸을 이용해 중국이 미국을 꺾고자 하는 분야, 그것이 아니라면 미국의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깎아낼 수 있는 그런 사업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중국이 내연 자동차 시장에서는 3 류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1류이고 적극적으로 정부가 투자하는 것을 이용하면 좋겠지요. 우리도 배터리 2차 전지 시장에서는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니 소재 분야가 좋은 파트너십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제가 볼 때 한류를 비롯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지극히 미국적인 그러면서 믿을 수 없는 산업입니다. 그들은 사드 때문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획일적 사고보다는 열려있는 수평적인 미국적 사고에 기반을 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한한령으로 응수했을 수도 있습니다.
책에서 보면 슘은 인내심과 자신감 그리고 끝없는 노력을 자신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돌리고 있는데 사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통하는 만국 공용의 비즈니스 법칙이죠. 저는 결국 중국과의 비즈니스는 정경분리가 아닌 정경 일치가 되는 분야에서 돈이 보일 텐데 문제는 한국은 새 정부에서 더욱 더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 중국과는 경제 협력만 이야기할 게 분명하다는 사실이죠.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보다 더 미국에 가까워질 것이 뻔해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과는 먹고 사는 문제, 미국과는 죽고 사는 문제로 경중안미는 허구이며 경미안미가 맞을 수밖에 없으니 나라의 미래를 위해 중국보다는 미국을 택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결국 우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아들과 딸 중에 한 사람만 살려야 하는 소피의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이 올 겁니다 이는 결국 앞으로 중국과 비즈니스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암울한 결론으로 이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