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4대 자동차 업체 벤츠 BMW 폭스바겐 포르쉐의 공통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들 모두 히틀러 때 히틀러에게 충성했던 전범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독일의 자동차 업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이미 그때부터 갖고 있어서 전시에는 탱크 장갑차 항공기 엔진 오토바이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전쟁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이 네 기업 중에서 가장 히틀러와 친했던 인물은 포르쉐의 창업자 페르디난트 포르쉐입니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이며 스포츠카 하면 떠오로는 911 포르쉐의 그 포르쉐는 전쟁에 가장 협력했던 전범 기업 중의 끝판왕이었던 거죠. 포르쉐는 히틀러와 같은 오스트리아 출신 독일인으로 히틀러와 여러 차례 독대하면서 친분을 쌓았던 인물입니다. 독일군 마니아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탱크 레오파드 시리즈(팬저 모델)를 개발한 이도 바로 포르쉐였습니다. 히틀러는 본인 자신은 운전면허도 없으면서 자동차에 엄청 관심이 많은 자동차 마니아이기도 했죠. 그는 포르쉐에게 특별히 부탁합니다. 독일의 국민차를 1000 마르크 이하의 가격으로 국민들이 구입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는 부탁이었죠. 그게 바로 폭스바겐의 전신인 비틀입니다. 폭스바겐의 비틀을 만든 이가 폭스바겐이 아니라 포르쉐라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죠, 결국 폭스바겐의 설립자는 다름 아닌 아돌프 히틀러가 되는 셈입니다. 히틀러는 폭스바겐의 비틀을 만든 법인을 KDF라고 지었습니다. 폭스바겐이라는 이름은 전쟁이 끝나고 폭스바겐의 본사가 있던 지역을 잠시 통치했던 영국군이 부쳐준 이름이죠.
폭스바겐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금은 포르쉐의 주인입니다. 포르쉐를 2012년 인수했죠. 아우디도 자회사가 됐으니 폭스바겐은 더 이상 딱정벌레로 불릴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실제 폭스바겐은 이미 2018년부터 비틀 생산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오늘날의 폭스바겐을 만든 사람 즉 폭스바겐의 사장이었던 인물이 바로 피에히라는 사람으로서 포르쉐의 외손자였다는 사실입니다. 포르쉐는 결국 포르쉐라는 성을 가진 포르쉐의 친손자 볼프강 포르쉐에게 경영권이 넘어갔습니다. 외할아버지를 진짜 사랑하고 존경했지만 한국이 아닌 독일이라고 해도 외손자가 친손자를 제치고 회사를 차지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피에히는 아버지(포르쉐의 사위)의 성을 이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름은 외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페르디난트가 되었죠. ‘들판의 무사’라는 별명을 얻은 피에히는 얌전한 모범생이었던 사촌보다 할아버지를 더 닮았습니다. 그는 당연히 사촌인 볼프강 포르쉐와 사이가 안 좋을 수밖에 없었고 그 반목은 그가 폭스바겐의 사장이 되면서 더욱 심해졌습니다. 피에히는 포르쉐는 자기 같은 공대 출신이 이어받아야지 문과 출신인 볼프강이 이어받으면 할아버지의 유지를 이어갈 수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포르쉐는 결국 선전포고를 합니다. 바로 폭스바겐을 적대적으로 인수하려고 든 거죠. 사실 포르쉐는 90년대에 자금난을 겪기도 하면서 사세가 위축되었고 폭스바겐을 인수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포르쉐는 당시 폭스바겐이 보유하고 있는 130억 유로의 여유 자금이 탐났습니다. 포르쉐는 폭스바겐을 주식 옵션으로 인수하려고 은밀히 시도하죠. 소위 작전을 한 겁니다. 비싸지면 싸게 살 수 있는 권리인 콜 옵션을 사들이면서 조용히 폭스바겐의 주가를 올렸습니다. 주가가 너무 올랐다 싶으면 하락을 부추기는 뉴스를 흘려 주가를 떨어뜨렸죠. 일종의 주가조작입니다. 그런데 모든 일은 특히 은밀히 진행하는 일은 절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바로 변수 때문이죠. 2008년 9월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바로 그 돌발변수였습니다. 폭스바겐 주식도 폭락했죠. 그래서 포르쉐가 콜 옵션을 은밀히 구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폭스바겐의 주가는 역으로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200유로에서 1000유로로 하루에 5배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독일도 미국처럼 주식 상승 제한 폭이 없습니다. 일시적이나마 그 당시 세계 시가 총액 1위였던 미국의 엑슨모빌의 시총을 뒤집기도 했습니다. 폭스바겐 공매도를 때리던 헤지펀드들이 서둘러 숏 스퀴즈를 하면서 주식 구입 대열에 합류했고 이때 벌어진 주가 랠리로 공매도를 치던 헤지펀드 매니저가 감당을 못해 자살하기도 했죠. 이렇게 주가가 올라버리면 싸게 구입해서 회사를 먹으려던 포르쉐의 계획이 어긋날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처음에는 산양 크기로 삼킬 수 있었다면 순식간에 그 덩치가 코끼리로 변해 보아뱀이 도저히 삼킬 수 있는 규모가 된 것이죠.
이렇게 주가가 오르면 폭스바겐이 오히려 포르쉐를 인수할 수 있게 되죠. 포르쉐의 인수 계획이 드러난 이상 폭스바겐도 더 이상 발톱을 숨길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포르쉐는 지지 않으려고 더 폭스바겐 주식을 매수하려고 했고 부족한 돈은 차입금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채 덩어리 회사는 인수하기가 더욱 좋죠. 포르쉐는 은행으로부터 차입을 거절당했고 결국 폭스바겐의 현금 지원으로 포르쉐는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합니다. 결국 포르쉐는 이 일을 계기로 폭스바겐에 인수됩니다. 상대를 먹으려다 오히려 먹힌 자연계의 적자생존의 전형적인 예였죠. 자본주의는 독일이나 미국이나 유일한 법칙이 작용하는 세상입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가 디는 거죠. 폭스바겐은 살아남았고 결국 강하다는 것이 증명이 된 셈이죠.
커버 이미지 : 히틀러 앞에서 포르쉐가 독일의 국민차 비틀을 소개하는 모습
본문 사진 : 독일 레오파드 전차 위에서 시연중인 포르쉐 창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