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이 오늘도 떨어지고 있네요. 이럴 때는 주가 창을 보지 않고 옛날이야기에 빠져드는 게 최선이죠. 오늘은 삼국지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 합니다. 저희 딸은 삼국지를 게임으로 배운 세대입니다. 코에이 게임즈의 최고 히트작 진삼국무쌍으로 삼국지를 배웠죠. 아마 저희 딸처럼 게임으로 삼국지를 처음 접한 사람이 의외로 많을 겁니다. 롤 플레잉 액션 게임인 이 게임을 저희 딸은 주로 여성 캐릭터를 사용해 즐겼는데요, 소교와 대교 자매 유비의 부인이자 손권의 여동생인 손상향, 제갈공명이 일곱 번 잡았다 일곱 번 놓아준 맹획의 아내인 축융 등도 열심히 한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역시 삼국지의 여자 주인공은 초선입니다. 제 기억은 저희 딸이 초선을 가장 많이 플레이했음을 말해줍니다. 초선은 서시 양귀비 왕조군과 함께 중국 4대 미인으로 손꼽히는 인물인데요. 놀라운 사실은 존재한 적이 없는 나관중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저도 이번에 최진열 교수의 ‘역사 삼국지를 읽고 알게 된 사실입니다.
초선은 사도 왕윤의 수양딸로 왕윤이 여포와 그의 양아버지 동탁 간의 사이를 이간질시키기 위해 사용된 비밀 병기로 소설에서는 소개됩니다. 미인계이자 이간계였던 거죠. 여포와 동탁은 한 여자를 놓고 부자지간에 삼각관계를 형성한 거죠. 소설과 달리 게임에서는 초선이 여포를 진심으로 사랑해 끝까지 최후를 함께 하는 것으로 나오지요. 초선이 사용했던 다절편 무기는 진삼국무쌍 마니아들에게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무기입니다.
소설에서는 동탁이 초선 때문에 양아들인 여포에게 창을 던진 일화가 유명합니다. 왕윤은 초선을 이용해 동탁과 여포를 분열시킨 뒤 동탁을 황궁에 입궐시키는 과정에서 탈무장시키고 척살하는 데 성공하죠. 이때 저희가 고등학교 시절 삼국지를 읽으면서 역대급 뻥이라고 모두가 외쳤던 이야기가 나옵니다. 동탁의 배 위에 심지를 놓고 불을 붙였더니 하루 동안 불에 탈 정도로 동탁이 비대했다는 이야기, 정말 말도 안 됩니다. 동탁이 아무리 살이 쪘어도 코끼리 만하겠습니까?
초선은 게임과 달리 소설에서는 여포의 앞길에도 재를 뿌립니다. 여포가 조조 군대와 싸울지 말지 결심할 때 싸우지 말라고 설득해 술판을 벌이고 있는 도중 조조 군의 급습을 받아 여포가 죽게 되죠. 동양 역사 최강의 미녀이자 팜므파탈은 초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소설 속에서만 그렇다는 이야기죠. 삼국지연의를 실제 역사로 알고 있는 수많은 한국인들 그리고 코에이 게임으로 삼국지를 처음 접한 2030 세대는 초선을 영원히 실제 인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