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라면 세계 최고의 헤지 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회장이며 지정학에 기반을 둔 미래 세계 경제의 흐름을 꿰뚫는 천재적 전략가이기도 하죠. 그러면서 중국 찬양론자로서 시진핑 다음의 권력 서열 2위 왕치산과 절친이기도 합니다. 그를 중국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데요. ‘변화하는 세계 질서’도 사실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사이클 상 미중 패권 전쟁의 승자는 중국으로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그는 중국 주식을 사라. 중국 주식은 금처럼 안전자산이라고 대놓고 이야기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올해 중국 증시는 4월 상하이 봉쇄가 끝나기 시작하면서 오르기 시작해 7월부터야 고개를 들기 시작한 미국 증시보다는 확실히 사정이 나은 편이죠.
그런 그가 가지고 있던 중국 주식 대부분(10억 달러 분량)을 전량 매도했다면 정말 믿기 힘든 가짜 뉴스가 아닐까 라는 의심마저 들 정도입니다. 그가 전량 매도한 종목들은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한 대표적인 중국 빅 테크 주식들입니다. 다음 다섯 종목입니다.
알리바바, 디디글로벌(DIDI), 징둥닷컴(JD), 빌리빌리(BILI), 넷이즈(NTES)
이 다섯 업종은 2018년 2분기부터 매수를 시작해 가장 최근에 상장한 디디의 경우 21년 3분기에 매수를 했죠. 그리고 다음 종목들은 전량은 아니지만 일부를 매도했습니다.
텐센트뮤직(TME). 아고라(API), 바이젠(BGNE), 바오준(BZUN), 뉴오리엔탈에듀케이션&테크놀로지(EDU), 웨이보(WB)입니다.
추가 매수한 중국 주식은 딱 두 종목입니다. 바이두와 생명공학 업체 차이랩뿐입니다.
알리바바와 징동닷컴은 중국 전자상거래를 양분하는 투탑인데요, 달리오는 왜 이 두 주식을 전량 매도했을까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살 때는 알리바바가 미국에서 한창 잘 나갈 때로 그는 고점에 사서 어쩌면 저점에 팔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3년 사이 거의 반토막이 났으니까요. 누가 봐도 손절이죠. 징동 닷컴은 손절까지는 아닌데 그렇다고 익절도 아닙니다. 제가 볼 때는 40달러 선에서 사서 56달러에 팔았을 것 같습니다. 텐 버거는커녕 따블도 못 먹었죠. 역시 대가 다운 저점 매수 고점 매도와는 거리가 멉니다.
달리오의 생각과 행동이 달랐던 걸까요, 아니면 몇 달 사이에 생각의 변화가 생겼을까요? 저는 달리오가 놓치고 있는 중국에 관한 뭔가를 몇 달 사이에 읽게 된 것이 계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언급하지 않은 중국의 진짜 역린을 본 건 아닐까요? 바로 시진핑의 장기집권과 실리콘 밸리식 혁신 DNA가 과연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입니다. 그는 시진핑의 연임을 장기적인 체제 안정성으로 오히려 미국의 정치체제보다 긍정적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혹시 레이 달리오의 생각이 바뀐 건 아닐까요? 레이 달리오는 중국 빅테크의 비중을 크게 줄이고 구글과 메타의 주식을 대량 매수했습니다. 책에 나온 내용과는 정 반대로 행동한 거죠. 그의 평소 스타일이라면 구글과 메타 대신 틱톡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해야 말이 되죠.
레이 달리오의 중국 빅 테크 주식 전량 매도만큼 쇼킹한 뉴스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텐센트가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3퍼센트 감소입니다. 이익은 56%나 감소했습니다. 게임 규제와 방역 규제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중국 빅 테크 중에서 알리바바보다 텐센트가 더 경쟁력이 있고 미국의 빅 테크가 정말 무서워해야 할 기업은 텐센트라고 생각합니다. 시진핑이 마윈을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텐센트의 마화텅은 시진핑과도 아주 친하죠, 친하다기보다는 충성을 맹세한 사이라고 보는 게 맞는데 그런 텐센트가 이런 부진한 성적표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준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중국 투자는 정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국 주식은 기업의 혁신이 주가를 죄우하지 않고 내부자 정보를 공산당만이 알 수 있는 특유의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죠. 지금 정말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중국 공산당의 실세들 말고는 아무도 모릅니다. 예상대로 3 연임을 해도 걱정, 그 반대가 되어도 걱정입니다. 레이 달리오가 다 팔아버리는 이유도 그 걱정 때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