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슈퍼리치들은 아마 세상 어떤 직업보다도 오래 살고 또 오래 일할 겁니다. 워런 버핏 92세, 그의 멘토 찰리 멍거 97세, 조지 소로스 92세 그 나이에 살아있고 또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80세 짐 로저스가 현업에 있다는 소식은 “아직 한창이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돈의 미덕 중에 으뜸은 그 경제적 자유에 있는 게 아니라 부를 가진 사람을 건강하고 열정적으로 살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조지 소로스는 샤일록의 후예(유대인) 답게 돈을 벌 때는 악마로 불리고 실제 악마를 자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 발언을 할 때는 20대 진보주의자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입니다. 그 역시 버핏처럼 기부천사이기도 하고 동유럽 국가들의 민주화와 자본주의화에 누구보다도 더 많은 도움을 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스승인 칼 포퍼의 영향을 박아 뼛속까지 자유주의자인 그는 닫힌 사회를 혐오하고 열린 사회를 간절히 원합니다. 그는 푸틴을 증오하며 미국이 그를 죽여야 한다고까지 주장하는 극단적인 자유주의자입니다. 푸틴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는 같은 유대인인 키신저와는 생각이 전혀 다르죠.
그런 그는 상반기 하락장에서 어떤 투자를 했을까요? 언론에 보도된 대로 아마존과 테슬라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는 점, 그리고 구글에도 투자를 늘렸다는 점에서 그는 미국의 힘 정확히는 실리콘 밸리의 힘을 믿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는 러시아의 푸틴만큼이나 중국의 시진핑 체제도 부정적입니다. 상반기에는 나스닥 하락에 베팅을 걸며 나스닥 풋옵션을 보유량을 늘렸는데, 2분기부터는 나스닥의 상승에 베팅하며 콜 옵션을 대량으로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대가들의 옵션 투자로 7월부터 나스닥이 반전에 성공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또 어떤 전략을 폈을까요? 인수 차익 거래에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그가 매수한 종목 상위 5위 중에 4위가 인수가 결정된 피인수 기업들이었습니다. 인수 합병은 인수를 하는 회사의 주가를 떨어뜨리고(부채가 늘 수 있기에) 인수되는 회사의 주가는 견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종 확정되면 그는 인수 가격에서 자신이 산 가격만큼의 차익을 얻게 되는 거죠. 앉아서 편하게 돈 버는 방법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는 아마존이 투자한 라비안에 많은 투자를 했던 인물이었는데, 이번에 라비안의 주식을 많이 팔고 테슬라를 샀습니다. 리비안은 작년 11월 최고가를 기준으로 76% 급락한 상태라 거래의 신인 조지 소로스도 아주아주 깊게 물린 종목이죠. 일종의 손절입니다. 여전히 리비안의 주식 보유량은 전체 2위로 아마존 다음으로 많숩나다만 그의 심경에도 최근 변화가 일어났다는 증거가 테슬라 주식이 낮을 때 쭙줍했던 사실입니다, 그리고 테슬라의 경쟁상대인 루시드의 주식이 하락하는 쪽에 승부를 거는 풋 옵션을 다수 샀습니다. 그는 전기차 전쟁에서 결국 테슬라가 최종 승자가 되리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는 증거죠.
조지 소로스는 버핏과는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다릅니다. 그는 시장이 언제나 틀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류를 잡아내 마치 하이에나가 먹이를 사냥하듯 빈 틈을 파고드는 전형적인 헤지 펀드이고 단타 트레이더입니다. 가치투자 장기투자가 원칙인 버핏과는 투자 철학이 다르죠. 세계를 지배했던 나라의 통화를 건드려 엄청난 돈(하루에 10억 달러)을 벌기도 합니다. 대영제국의 파운드화도 그를 이겨내지 못했죠. IMF 때 한국도 당했습니다. 그래서 잉글랜드 은행이 그 때문에 파산하기도 했죠. 그는 옵션 같은 극도로 위험한 상품에 베팅 그것도 과감하게 레버러지를 써서 큰돈을 벌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돈을 썼습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100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습니다. 기부에 대한 태도만큼은 버핏과 유사합니다. 다만 기부금을 전적으로 빌 게이츠에게 맡긴 그와 달리 그는 기부에서도 철저하게 헤게모니를 쥐려고 한다는 점이죠. 벨 게이츠는 주로 공중보건과 교육에 투자하지만 그는 인권단체에도 기부를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의 기부는 보다 더 정치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개인 자산은 200억 달러(26조 원)가 넘습니다. 그 재산이 줄어들지 늘어날지는 그가 이번에 취한 액션이 옳은 것으로 판명이 난 후에 증명이 되겠죠. 아마존과 테슬라에 투자하신 서학 개미들은 조지 소로스와 한 배를 탔다는 심정이실 겁니다. 소로스의 투자 철학에 공감하신다면 그가 자신의 직업을 위험을 다루는 일로 정의 내린 것을 귀담아들으셔야 합니다. 위험을 자기 힘으로만 견디려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는 사람들은 모두 투자자의 자격이 없다는 게 그의 냉정한 충고입니다.
참고로 소로스가 올린 평균 수익률은 31%로 26%인 워런 버핏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20대를 철학 공부로 보내며 상대적으로 투자를 늦게 시작한 소로스가 동갑내기 버핏보다 총재산에서 밀리는 이유는 버핏이 일찍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누적수익률 즉 복리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버핏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