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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바를 따로 볼 필요가 없는 요즘 한미 주식시장

by 신진상
켄 피셔 레이 달리오.jpg

한국 주식 미국 주식 중국 주식 비트코인 게다가 부동산까지 모두가 무너지고 있는 9월입니다. 인플레가 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이들의 가치가 올라가야 하는데 세상 물가는 모두 올라가면서 모든 금융과 비금융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리세션의 공포죠. 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40년 만에 겪는 일이라 모두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리세션이 장기 우상향 한다는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을 근본적으로 허물면서 자본주의가 퇴보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자본주의의 가장 큰 적입니다.

‘변화하는 세게 질서’의 저자이며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매니저의 회장인 레이 달리오는 미국 경제는 반드시 장기침체로 들어간다며 앞으로도 미국 주가가 20%는 더 떨어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쯤 되면 주식은 쓰레기를 넘어 똥이 되어버린 텐데요. 그는 주가가 떨어져도 원자재 선물 옵션 공매도로 돈을 충분히 벌 수도 있는 사람이니 그의 걱정(걱정이 아니라 바람이겠죠,)대로 흘러간다면 개미들만 죽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주가가 평균적으로 20% 떨어지면 성장주는 그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떨어져서 지금보다도 반 토막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오로지 미국의 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은 지금까지 보다 더 힘든 앞날을 만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지금은 메타버스 NFT 비트코인 ESG까지 미래를 상징하는 4대 키워드가 모두 숨죽인 채 아무도 주도주로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애널리스트들이 급조해 만든 태조 이방원이라도 있지만 미국은 테슬라와 애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성장주들이 추풍낙엽처럼 추락하고 있죠. 특히 비트코인과 연동돼 비트코인이 폭등하면 따라서 뜨고 폭락하면 따라서 지는 엔비디아의 추락이 눈물겹습니다. 게임주 반도체주도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미국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엔비디아는 트리플 악재를 만나 지난해 고점 대비 3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우리 서학 개미 중에 엔비디아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인지라 AI 반도체 메타버스 모두 최고의 기술을 갖춘 이 빅 테크의 공룡이 이렇게 무너지는 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악재이며 커다란 공포로 작용할 수밖에 없죠. 지난주에도 다들 떨어졌지만 유달리 크게 떨어졌던 게 엔비디아입니다.

저는 전 세게 금융시장을 덮친 막장 드라마에서 해피 엔딩을 기대한다면 역시 환율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매도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옵션 투자로 미국 주식을 팔기가 어려운 서학 개미들은 이런 하락장에 모두가 손해를 보는 마이너스 섬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만 원화로 환산하면 수익률이 큰 폭으로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집니다. 성장주 투자에 캐시 우드처럼 몰빵한 저는 고환율과 고금리에 어려움을 더더욱 겪을 수밖에 없는데 사연은 그렇습니다. 아마존을 제외한 미국의 빅 테크 기업들은 마국 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가 되면 해당 국가에서 받는 돈의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오히려 수입이 줄어들기 쉽습니다. 애플 구글 그리고 중국 시장에 올인하는 테슬라까지 미국 성장주들은 고환율이 반갑지 않습니다. 특히 아시아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넷플릭스는 더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달러가 비싸지면 한국에서 번 원화를 바꿀 때 달러 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고환율이면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 국가들의 제품 가격이 떨어지기에 물가를 잡기엔 좋겠죠. 그런데 외국에 진출한 빅 테크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는 거지요. 그리고 외국에 투자해 외국 화폐로 자산을 조유한 월 스트리트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은 고용이 최고이며 교용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빅 테크나 월 스트리트에 비우호적이고 미국을 다시 제조업 국가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이든은 생각보다 적어도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트럼프와 결이 다르지 않은 사람이죠. 금리를 높이면 경기가 무너질 수도 있는데 실업률만 줄이면 된다는 관점은 그가 중간선거에 재선거에 임하는 전략이 주가를 높이겠다는 트럼프 때와는 달리 고용의 창출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계산이 너무나 선명해 보입니다.

역사적으로 달라만 초강세이고 세계 모든 통화가 약세였을 때 리세션은 피할 수 없었고 리세션만큼 주식 시장에 안 좋은 요인도 없죠. 바이든이 여전히 미국은 주식 시장에 머물러 주가 상승을 원하는 사람보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내 표라고 생각하는 한 미국 중시가 올해 안으로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한국 주식 시장은 전망이 좋을까요? 미국 주식보다 한국 주식이 먼저 반등할 것이라는 한국의 닥터 둠 김영익 서강대 경재대학원 교수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에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레이 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게 질서’인데 그 책에서 미국의 내전 가능성이 30%라는 걸 조금 더 학률을 높게 보면서 미국의 앞날을 더욱더 어둡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근거로 활용하고 있죠. 미국아 못 나가야 대안으로 한국 증시가 잘 나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미국으로 돈이 몰리는 상황은 결코 한국 증시, 특히 외국인이 좌주우지하는 삼성전자 등의 대형 우량주에 도움이 되지 않죠. 환율이 떨어져야 외국인이 몰려오고 그래야 5만 전자까지 떨어진 삼성전자의 주가가 반등할 기미가 보이겠죠. 태조이방원에서 이차전지를 제외하면 사실 주도주라 하기에는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그리 전망이 좋지 않은 상태인지라 저는 태조이방원이 하반기에 한국 증시를 강하게 반등시킬 요인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마치 현대미술의 평론가처럼 주가 맞히기보다 제목 달기에 능한 한국의 애널리스트들은 태조 이방원 식의 언어유희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겠지만 미국과 따로 노는 한국 증시란 것이 국제 경제의 네트워크에서 월마나 어려운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박스피를 뚫고 2020년처럼 폭발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상영되는 2022년의 막장 드라마는 도대체 언제쯤 끝날까요? 희망전도사 켄 피셔는 이제 많이 기다리셨다. 4분기가 되면 막장 드라마는 끝나고 4분기 반등의 희망 드라마가 펼쳐질 거라고 예언했는데, 그 근거는 원자재 가격을 보라, 인플레는 이제 끝나가는 중이라는 견해였죠. 8월 CPI 쇼키는 결국 해프닝으로 끝날 거라는 전망입니다. 레이 달리오가 맞을까요? 켄 피셔가 맞을까요? 저는 이번만큼은 켄 피셔가 맞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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