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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지는 게 윤 정부 때문인가? 문 정부 때문인가

by 신진상
윤석열 시대 부동산 사용설명서.jpg

문재인 정부는 왜 모두의 예상과 달리 5년 만에 정권을 내줬을까요? 정말 이 모든 게 부동산 때문일까요? 그리고 가장 논란이 되는 질문.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 잡은 걸까요, 못 잡은 걸까요?

이 질문은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이며 ‘윤석열 시대 부동산 투자 사용 설명서’의 저자 우용표 작가는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명쾌하게 제시함으로써 첫 번째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도 우회적으로 말합니다. 그는 일부러 안 잡았다는 입장입니다. 그 이유는 부동산 비전문가인 김현미 장관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앉혔다는 증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김수현 청와대 전 비서관의 책 ‘부동산은 죽었다’에서 한 말, “집을 가지면 보수가 된다. 따라서 20~30대가 계속해서 민주당을 지지하도록 만들려면 집이 없이 임대주택이나 전세로 살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남 집값이 높아야 한다.” 이런 취지의 말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한 것도 사실입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올 이유가 있는가?” 그는 이렇게 지난 정부 첫 번째 대통령 실장이었던 임종석 전 전대협 의장과 전대협 출신 청와대 비서관들을 일갈합니다.

우 작가는 이 정부는 2020년 제로 금리 이후 유동성이 부동산에 흡수돼 집값을 올릴 것을 충분히 알았다고 합니다. 다만 그 결과를 정반대로 해석했다는 이야기죠. 즉 집값이 올라가면 그 분노가 강남 서초 주민들과 그들이 지지하는 국힘에 집중되지 자신들에게 돌아올 리는 없다는 착각이죠. 어떤 경우에도 2030은 미명박근혜를 만든 국힘을 찍지는 않을 것이라는 오만 같은 게 386 세대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구 NL 출신 운동권들이 공유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죠. 민주당은 이른바 유스퀘이크에 정권을 내주고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거죠. 아마 지난 5년 동안 20대의 중위소득은 크게 떨어졌을 겁니다. 집값 폭등 현상은 강남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진 게 아니라 지난 정권의 위선과 오만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분노로 이어진 거라고 봐야죠.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서 우 작가의 주장에 적극 공감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지방선거가 끝날 때쯤 이 책을 집필한 저자는 앞으로 윤석열 5년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뭐라고 예측했을까요? 그는 부동산 가격이 궁금하면 윤석열을 공부하라고 조언합니다. 그에 따르면 윤석열은 정치 신인이지만 중고차 같은 사람입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어서 처음 모는 차지만 마치 오래된 차를 탄 느낌을 국민들이 받을 것이란 말이죠. 그리고 그는 정치적으로 빚을 진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부동산맹이나 다름없는 김현미 의원 대신 서울대 수석에 사빕고시 수석을 차지한 천재 중의 천재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를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을 보면 윤 대통령이 부동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고 그것이 2024 총선과 2027 대선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임을 분명 깨닫고 있는 증거겠죠. 그리고 규제완화와 시장에 맡긴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철학이 앞으로도 부동산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뒷받침해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점에서 그는 솔직합니다. 그는 집값 상승의 요인을 6가지, 개발 기대감의 상승, 매몰비용의 오류와 앵커링 효과(한 번 20억에 거래되면 그 이하로는 안 팔려고 하는 경향), 교통 여건 개선에 관한 기대감,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로 인한 수요 증가,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 서울 경기의 주택공급 부족 등 6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집값이 이미 6월부터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는 장기적으로 서울 특히 강남과 인근 지역(서초 송파 분당)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죠. 용산구 역시 떨어지지 않을 지역입니다. 그러나 집값이 서울에서 가장 낮았던 금천구와 노도강은 그에 따르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지역입니다. 서울과 경기는 서울의 주택수가 경기도의 절반(인구는 3분의 2)인 현실을 이유로 들어 서울보다 경기의 하락이 더 클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그의 말대로 1기 신도시 조기 재건축이 사실상 물 건너가자 일산에는 거의 절반으로 떨어진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는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집값이 하락한다면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주택공급 확대(년 50만 호), 미국 기준 금리 상승(달러로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대부분 돈을 빌려 투자하는 국내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규제 완화 정책이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겠다는 보이지 않는 의도가 있다는 점에서 집값은 내릴 수 있다는 거죠. 6월을 기점으로 정말 그동안 미친 듯이 오르던 집값이 하락이 아니라 거의 폭락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이 하락 추세가 26년까지 이어질 것이고 강남은 덜 떨어지겠지만 강북이나 경기도는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26년은 대선 전해이고 그때까지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면 반대로 윤 정부는 재집권을 위해 오히려 집 값을 올리려고 하겠죠. 그러니까 내 집 마련의 마지막 기회는 2026년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도 이런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집값이 정부의 정책과 대통령의 뜻대로 움직여줄까라는 의문이었죠. 저는 문재인 정부가 일부러 집값을 안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집 없는 2030이 민주당을 안 찍을 게 뻔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솔직히 2년 만에 젊은이들의 민심이 이렇게 갑자기 돌변해 정권을 적극적으로 심판할 줄 몰랐을 거라는 게 제 추측입니다. 그는 분명 집값을 잡으려고 노력했고 다만 코로나 이후 전 세계에서 벌어진 유동성 파티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부동산은 분명 사이클이 있고 정책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데 분명 시간이 걸리는 투자 수단입니다. 어찌 보면 지금 집값이 하락하면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운이 좋은 측면, 즉 지난 정부의 규제 덕분일 수도 있죠. 여하튼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집값이 잡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앞으로 4년 8개월 정말 그의 말 대로 부동산 가격이 흘러갈지 지켜보는 것도 제게는 큰 흥미입니다.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자기 일처럼 관심을 갖는 종목입니다. 그게 부동산의 매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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