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미래 아니 영화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저는 넷플릭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봅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경쟁사인 그야말로 압도적인 공룡들인 디즈니, 애플, 아마존과 비교해서 확실하게 콘텐츠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성인이든 청소년이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오직 냇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좋은 영상들이 다른 OTT 업체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또 핱 가지 이유는 10대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동영상 서비스가 유튜브가 아닌 넷플릭스라는 미국의 현실 때문입니다. 미국의 10대들이 넷플릭스에서 보내는 시간은 유튜브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많습니다. 32% vs 29%입니다. 중요한 건 나머지가 다른 OTT 미국 공중파 케이블 TV 등을 모두 합친 것으로 넷플릭스는 10대들 사이에서 TV보다 더 많이 보는 미디어가 되었다는 이야기죠. 성인 콘텐츠가 강한 넷플릭스는 이들이 20대~30대들이 될 때에도 여전히 시간과 돈을 빨아들일 겁니다. 미국의 10대들은 로블록스를 포함해서 어떤 콘텐츠에도 넷플릭스 만한 애정을 주지 않습니다. 우리 10대는 더합니다. 제가 외고생과 독서 수업을 하면서 너희 중에 몇 퍼센트가 넷플릭스를 보냐는 질문을 하면 80% 정도가 손을 듭니다.
넷플릭스의 미래가 밝다면 영화의 미래는 어떨까요? 영화는 게임의 강력한 도전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미래에도 영화는 여전히 엔터테인먼트의 제왕이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공간이 달라집니다. 미래의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한 말처럼 극장이 바로 영화인 세상이 미래에도 전개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미래에도 극장이 한 편에서 자리 잡고 있겠지만 과거처럼 독점적 지위는 사라질 겁니다. 극장의 반대편에는 비디오 DVD IPTV 등이 있었고 지금은 스트리밍이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죠. 스트리밍이 극장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집에서 혹은 휴대폰으로 편하게 개봉 영화를 보는 풍경은 극장의 쓸모를 조금씩 줄여나갈 겁니다. 극장은 큰 화면으로 꼭 봐야 하는 영화들이나 연인들을 위한 데이트 장소로 격하되겠죠. 영화하면 극장을 떠올리는 사람보다 넷플릭스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질 날은 어쩌면 이미 왔을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다면 조만간 올 것입니다.
저는 넷플릭스와 영화의 미래가 궁금한 분들이라면 넷플릭스 블랙 미러의 유일한 인터랙티브 버전인 ‘밴더스내치’를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넷플릭스는 이야기를 구독자가 스스로 골라갈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20편 정도 선보였는데, 그중에 압권은 역시 블랙 미러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모두가 똑같지만 끝날 때 보는 영화는 모두가 다릅니다. 저는 혼자서 보고 와이프와 딸에게 마우스를 넘겨준 상태에서 두 번째 영화를 보았는데 첫 번째 영화와 두 번째 영화는 동일 제목의 완전히 다른 영화였습니다.
영화와 게임의 완전한 합일체인데, 영화 주인공은 비디오 게임 제작자, 영화 세계관은 영화 속 게임의 세계관과 동일한 평행 우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선택이 어떻게 평행우주를 만들어가는지였습니다. 평행우주가 사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단어 대신 운명을 치환하시면 됩니다. 운명은 선택이 만들어갑니다.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그 변화의 파장을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영화는 시사합니다. 다른 영화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때는 감독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죠. 그러나 ‘밴더스내치’에서는 감독과 관객 배우거 함께 메시지를 만듭니다. 밴더스내치는 카오스 그 자체이며 이 세상도 카오스 그 자체입니다. 수많은 선택지에서 인간의 선택은 예측 불가능한 다양성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 선택 이후에 벌어지는 세계는 정말 예측 불가능성 그 자체입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일 때는 모골이 송연해지다가 그 선택을 피한 뒤 맞게 되는 운먕이 자신이 죽음임을 깨닫는 장면에서는 내가 장자가 되어 나비 꿈을 꾼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게임의 몰입감과 영화의 스토리텔링의 재미를 모두 갖춘 작품이었습니다. 어찌나 재미있게 시간이 흘러가던지, 보고 나서 가족 아닌 누군가와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 지더군요. 넷플릭스에는 혁신이라는 DNA가 재미라는 DNA 속에 포개져 있습니다. 마치 편집권을 영화감독으로부터 관객에게 돌려준다는 혁명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영화감독 아니 등장인물을 움직이는 신처럼 느껴지는 고도의 쾌감이 있습니다. 극장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지배감을 안겨 주더라고요. 물론 영화를 지켜보면서 마우스를 수시로 클릭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그 불편함은 영화와 게임을 동시에 즐겼다는 쾌감으로 상쇄됩니다. 이 불편함을 극복하는 문제는 넷플릭스에 남은 숙제죠. 영화와 넷플릭스의 미래는 운명공동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