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중국 관련 책들로 홍수입니다. ‘짱깨주의의 탄생’으로 촉발된 경중파와 안미파의 대립이 극에 달해 마치 우리가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구한말로 돌아온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듭니다. 다만 여론은 압도적으로 친미가 대세인데 반해 지식인들과 리더들은 조금 더 양분되어 있습니다. 극단적인 친중파 광운대 김희교 교수의 책 ‘짱깨주의의 탄생’은 그에 대한 반박서의 탄생을 부추겼는데요, 중국 전문가로, 중국인 부인을 둔 개인 연구가 한정훤 작가의 ‘차이나 쇼크. 한국의 산택’이 그 선봉장입니다. 이 책은 중국이 근대 이전에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압박과 두려움을 느끼게 해 준 존재였다며 150년 만에 우리는 다시 중국에 대한 공포와 함께 살아가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중국 눈에는 무적의 치트 키를 얻은 게이머의 교만함이 비칩니다. 중국의 시황제는 이렇게 말합니다. “떼가 되었도다. 이제는 발톱을 드러낼 때다.”
중국이 드러낸 발톱은 미국과 서구에게만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고 우습게 보았던 한국에게는 개미 눈에 보이는 코끼리 다리 같은 공포입니다. 저자는 특히 중국의 산업 굴기는 우리에게 악몽 그 자체라고 주장합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한국을 완전히 궤멸시킨 중국의 산업은 전기차 배터리 등 우리 차세대 먹거리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를 제외한 나머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우리는 중국에게 완전히 추월당하고 삼성 LG 등은 사업 철수를 해야 했습니다. 가장 극적인 몰락은 스마트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까지 점했던 갤럭시 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0%대까지 추락했습니다. 애플과 경쟁에서 밀린 게 아니라 화웨이와 샤오마 오포 비보 때문입니다. 자동차도 2012년 10%로 정점을 찍은 뒤 내려오기 시작해 지금은 5분의 1토막이 난 2.1%에 그치고 있습니다. 니오 BYD 등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급속하게 한국 자동차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베이징 현대차는 2020년 기준 매출 8조 9천억 원에 적자 1조 1천억을 기록했습니다.
2차 전지는 어떤가요? 중국 정부는 한한령에 게임 뷰티 엔터테인먼트 산업만 포함시킨 게 아니라 한국의 배터리 3사를 포함시켜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 퇴출시켰습니다. 그 결과 우리 3사보다 훨씬 못한 경쟁력을 지닌 CATL이 지금은 국내 3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친 규모로 세계 1위의 기업으로 우뚝 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한국 기술을 철저하게 베끼고 국내 엔지니어들을 비싼 돈을 주고 매수하는 등 합법 비합법 가리지 않고 국내 미래 먹거리 산업을 고사시켰습니다. 2015년에 CATL의 매출은 삼성 SDI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았었는데 중국 정부의 비호 아래 마침내 한국 기업들을 따라잡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우리들은 한한령 때문에 엔터 게임 화장품 여행 업체들만 피해를 본 줄 알지만 3년 동안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못하도록 한 중국 정부의 결정이 중국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을 궤멸시킨 결정타라고 그는 설명합니다.
저자는 시진핑은 마오쩌둥에 인질로 잡혀 그와 사랑에 빠진 스톡홀름 증후권 환자라고 맹렬히 비판합니다. 시진핑은 일대일로를 넘어 중국몽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 중국이 발톱을 가장 먼저 휘두를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가 빠르면 5년 안에 그 발톱이 얼마나 날카로울지 깨닫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시진핑은 절대 마오쩌둥과 덩샤요핑과 동급의 인물이 아닌데도 감히 영구집권을 시도하는 이유는 바로 대만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의 전면전을 각오하면서까지 대만의 흡수 통일이라는 꿈을 이룰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시진핑은 3 연임을 선언하면서 대만 무력 통일, 미국과 기술 패권에서 승리하겠다는 두 가지를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빠르면 5년 뒤 겪게 될 중국과 대만과의 전쟁에서 우리는 절체절명의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죠. 시진핑이 버티고 있는 중국은 절대 우리에게 고마운 친구가 되어줄 수 없다는 주장이 그의 결론입니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중국이라는 코끼리와 한 방을 쓰고 있는 불쌍한 나라죠.
그는 결국 대한민국이 살 길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을 수 있는 한국의 압도적인 반도체 초격차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저도 적극 공감합니다. 반도체마저 중국에게 빼앗기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제2의 삼전도 외에는 없습니다. 삼성전자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