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살다 보니 이런 일을 다 겪네요. ‘짱개주의의 탄생’의 저자 김희교 교수는 연초만 하더라도 시진핑의 3 연임에 관해서는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는데, 누구나 예상했듯이 시진핑은 기어이 3 연임을 택했습니다. 그를 주석으로 지명한 후진타오조차 3 연임에 회의적이며 거수투표에서 손을 안 들어 회의장에서 쫓겨날 정도로 그의 연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히는 중국인들은 적지 않죠. 그래서 그는 마오로 회군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금 중국의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는 흑묘백묘론의 혁신이 피어나기는 어렵고, 외부의 적(미국)과 내부의 적(빅 테크와 부동산)을 수시로 바꾸면서 함께 잘 살자(결론은 함께 거지가 되지는 말임)로 국론을 통일시키려고 할 겁니다. 이미 중국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성장 동력이 끊겼습니다. 3.9%라는 GDP 성장률도 사실 믿기 어려운데,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동안 보여준 5.5%와 비교해보면 시진핑이 왜 덩사요핑이 아니라 마오쩌둥에게서 희망을 얻으려는지 그 의중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치고 나갈 자신이 없는 거죠. 21세기 마오이즘인 공동부유론을 내걸며 다른 한쪽으로 대만 정복의 야심을 내비친 그에게 미국 월 스트리트는 중국 기업 공매도와 위안화 매도 즉 차이나 런으로 응수했습니다. 이제 중국 자본주의는 끝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개혁파인 리커창 총리도 쫓겨나고 상하이 봉쇄를 밀어붙인 리창을 총리로 앉히는 등 예스맨들로 상무국 전원을 채운 시진핑은 한정훤 작가의 지적대로 납치범 마오쩌둥과 사랑에 빠진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입니다.
미국 월 스트리트에서는 시진핑 리스크의 최대 수혜주가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매도 때리기 바빴던 삼성전자 주식을 롱 포지션으로 돌아서고, 대신 TSMC를 공매도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시진핑이 대만을 침공하려는 이유는 마오쩌둥의 유지는 명분일 뿐 실제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바이든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반도체 굴기에 실패하면서 손발이 묶인 시진핑은 TSMC 합병 외에는 산업 굴기의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반도체 없이는 빅 데이터도 없고 AI도 없습니다. 대만을 먹으려는 게 아니라 TSMC를 먹으려고 하는 게 진짜 목적이죠. TSMC의 소유자 모리스 창은 절대로 시진핑에게 먹히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차라리 회사를 미국과 일본에 분할할지언정 시진핑 뜻대로 움직여줄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TSMC는 시진핑이 침공하면 공장을 파괴하는 등 모든 수를 다 쓰면서 적극적으로 맞설 겁니다. 그래서 월 스트리트는 TSMC의 미래를 불안하다고 보는 거죠. 14억 2천 만의 중국을 상대로 아무리 공군력이 막강한 대만이라고 해도 3500만 명의 인구로는 대항할 수가 없습니다. TSMC가 중국 기업들 주식들이 폭락할 때 같이 폭락하는 것도 월 스트리트가 TSMC도 결국은 중국 가업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증거죠.
월 스트리트기 TSMC를 최고로 칭송하다 분위기가 바뀐 데에는 한 권의 책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경제사학자이며 터프츠 대 교수인 크리스 밀러가 최근에 쓴 ‘반도체 전쟁’(아직 한국 미출간)에서 그가 삼성전자가 TSMC를 꺾을 것이라고 내다보았기 때문이죠. 그에 따르면 3 나노 전쟁에서 이미 삼성전자는 승리했다는 거죠. 3 나노를 이미 시작한 삼성전자와 달리 TSMC는 3 나노 양산을 일주일 전에 또 연기했습니다. 이제 시작인 전쟁이지만 이 전쟁에서 이기면 정말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15회 반도체의 날이며 삼성전자는 어쩌면 연말 특별 배당을 결정할 수도 있는 날입니다. 일본에서 배워(이건희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났고 625 때도 일본에 있었죠. 대학도 일본에서 나왔으며 일본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잘하죠. 그와 개인적으로 가장 친한 사람도 후쿠다 보고서를 쓴 후쿠다 다미오 고문이죠. 그에게 일본은 애증 그 자체였을 겁니다.) 일본을 이긴 지 30년째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반도체의 역사를 쓰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건희 회장의 제안을 거부하고 50대 창업을 결정한 모리스 창을 이재용 부회장이 꺾을 수 있는지가 그 관건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