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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주커버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by 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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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구 페이스북)의 최근 모습은 거의 절망적입니다. 틱톡에 밀리고 메타버스 사업은 도무지 돈이 보이질 않고 애플과 갈등은 해결되지 않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300달러 넘는 주가가 100달러까지 추락했습니다. 작년 8월 고점에 비하면 거의 4분의 1 토막입니다.

월 가는 실망감을 넘어 절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요, 2023년의 전망을 올해보다 더 안 좋게 보는 하우스들도 적지 않습니다. 국내 서학 개미들도 메타의 주식을 많이 들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정말 이런 현실이 믿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떡락하는 날 메타의 마크 주커버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일단 쉐릴 샌드버그의 공백이 간절할 것입니다. 그녀는 COO를 그만두고 이사회 멤버로만 참여하고 있죠. 사실상 메타를 시진핑이 중국 다스리듯 마음대로 했던 주커버그의 유일한 견제세력이 사라지면서 메타에서 주커버그를 막을 이는 아무도 없어졌으며 어쩌면 주커버그는 회사의 실적보다 더더욱 위기인식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세계를 잇는 아이디어는 주커버그에서 나왔고 친구 추천으로 자신도 모르는 친딸을 찾아내는 궁극의 AI는 얀 르쿤이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메타를 인터넷 광고의 절대 강자로 키운 인물은 샌드버그였습니다. 그동안 메타는 비즈니스 모델(주커버그), 기술(얀 르쿤), 영업(샌드버그) 등 세 축으로 움직였는데 한 축이 빠지면서 나머지 두 축도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경기침체가 오면 광고 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인터넷 광고는 더더욱 위축될 겁니다. 광고 외에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는 메타로서는 내년이 더욱 힘겨워질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죠. 구글과 나누던 광고 시장에 넷플릭스까지 뛰어드니 메타는 더욱더 힘들어질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주커버그는 가상현실과 메타버스에 뛰어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작년에 메타버스가 비즈 워드로 부각하면서 주커버그는 메타로 이름만 바꾸는 게 아니라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까지 바꾸기로 결심했는데, 많은 이들이 SNS와 가상현실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의아해했습니다. SNS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디지털 허풍선이 본질입니다. 글이든 영상이든 누군가를 인식하면서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범위 내에서 타인과 교류하고 싶은 현대인의 심리에 딱 맞았죠. 즉 SNS는 현재 인터넷 수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서비스였던 겁니다. 그런데 가상현실을 주커버그는 너무 가깝게 생각했습니다. 이미 온 미래까지는 아니지만 이제 곧 올 미래로 생각한 거죠. 그리고 자신의 선견지명을 믿으며 자신이 가는 길이 옳다고 확신했겠죠. 그런데 SNS는 아직 가상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나 ‘블랙 미러’의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같이 네트워크를 통해 같은 가상현실을 공유하는 세상이 와야 SNS의 가상현실화 즉 메타버스의 일상이 구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큘러스의 현재 기술 수준은 여전히 헤드셋 끼고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백일몽의 세계죠. 결국 시간이 지나면 주커버그가 옳았음이 증명되겠지만, 그 세상을 열 기업은 페이스북이 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 선봉장이 AI나 하드웨어 업체가 아닌 SNS 기업이 하는 것은 무리였죠.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이끌고 이들이 기술을 개발하면 페이스북은 그 플랫폼을 이용해 사람들을 계속 모으는 식으로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메타가 다시 페이스북으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메타버스가 미래이며 그 시장에서 반드시 1등을 하겠다는 주커버그의 의지는 확고하거든요. 주커버그는 애플과 구글 그리고 아마존을 뛰어넘는 진짜 넘버 1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금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겁니다. 지난 8월에 메타는 시상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 거죠. 영업이익이 거의 절반이나 되었던 돈 잘 벌던 페북이 앞으로 벌겠지만 지금 당장은 불확실한 메타가 되면서 이제는 제조업체 수준으로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겁니다. 현금 보유가 30조 원 이상 줄었다는 보도도 나왔죠. 그런데 주커버그를 괴롭히는 건 메타버스는 철저하게 기반 기술을 장악하는 쪽이 시장을 장악하는 사업이고 기반 기술에는 당연히 큰돈이 투자되어야 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더 많은 투자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죠. 주커버그는 절대 물러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현금이 바닥나면 회사채 등급도 낮아지고 이자 부담도 점점 높아질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주커버그를 좋아하고 메타버스는 더더욱 좋아하는 사람이라, 주커버그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메타버스의 일인자로 올라서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입장입니다만 샌드버그가 없는 주커버그 혼자만의 메타는 왠지 불안한 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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