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매도의 왕 마이클 버리는 왜 교도소 업체에 몰빵했을까

by 신진상
마이클 버리1.jpg

영화 ‘빅 쇼트’의 주인공 크리스천 베일은 마이클 버리라는 신경외과 의사 출신 공매도 투자자가 모델인 것은 너무 유명하죠. 마이클 버리 같은 공매도꾼은 올해처럼 베어 마켓에서 돈을 법니다.

공매도는 사실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남들이 슬플 때 돈을 벌어야 한다는 도덕적 불편함과 기본적으로 우상향 하려는 주식 시장에서 빈틈을 노려 떨어지는 칼날에 베팅하는 판단력과 강심장까지 갖춰야 합니다. 내릴 줄 알고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팔았는데 갑자기 게임스탑처럼 튀어 오르면 그 손해는 어마 무시합니다. 게임스탑 때 공매도꾼들이 총 200 억 달러를 날린 것은 유명하죠. 내릴 때는 마이너스 100%가 한계지만 오를 때는 한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썩은 고기 냄새를 맡는 예민한 후각도 필요합니다. 꿈만 먹고사는 성장주들은 일반 투자자도 구분할 수 있지만 모럴 해저드로 기업보다 자신의 이윤을 더 챙길 CEO를 미라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보통 투자자보다 몇 배는 더 힘들고 스트레스받죠.

잭 슈웨거의 명저 ‘헤지 펀드 시장의 마법사들’에 보면 공매도꾼이 어떤 마음으로 투자를 하는지 잘 드러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911 테러 때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잘 아시는 대로 테러가 일어난 건물은 헤지 펀드와 투자 회사들이 몰려 있던 금융의 메카죠. 세계 무역 센터에서 그날 아침 근무를 하던 공매도꾼은 창문 너머로 비행기가 자신이 있는 건물에 정면충돌하는 걸 목격했습니다. 다른 투자자들이라면 ‘걸음아 나 살려라’라고 도망쳤을 탠데 그는 어떻게 했을까요? 그 걸 목격하는 순간 전화로 항공사 주식 공매도를 때린 뒤 남들과 함께 무너져 가는 건물을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목숨과 돈을 등가로 여기는 이런 자세나 마인드 없이 공매도꾼으로 성공하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쉽지 않습니다.

마이클 버리는 모두가 주가 하락 때문에 괴로워하는 현실에서 자신 같은 공매도꾼들만 돈 버는 현실이 편할 리가 없었을 텐데요, 그는 나스닥이 폭락할 때 최고의 주식 애플의 공매도를 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항공기 추락하는 걸 보고 있는 심정이다. 나라고 마음이 편하겠냐?” 공매도 때문에 내 주식이 더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들으면 정말 화가 나실 수도 있을 이야기입니다. 악어의 눈물로 마이클 버리의 눈물보다는 진정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공매도의 제왕 마이클 버리가 모든 기업의 주식은 팔아치우기 바쁜데 한 기업은 주식 보유를 크게 늘리고 있어 화제입니다. 과연 어디일까요? GEO 그룹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기업인데 바로 민영교도소 업체입니다. 미국은 교도소도 민영화된 지 오래죠. 유전무죄의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마이클 버리는 올 2분기에 평균 단가 6달러 65센트에 들어갔는데, 현재 8달러 36센트입니다. 이 주식은 2017년 27달러를 고점으로 스멀스멀 하락하기 시작해 작년 5월 5달러 51센트로 저점을 찍은 뒤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클 버리는 공매도꾼이고 공매도꾼은 매도 타이밍을 기각 막히게 잘 잡는 사람들인데, 버리는 매수 타이밍도 잘 잡았던 듯합니다. 이미 20%를 먹었죠. 공매도가 아닌 롱(물론 보유 주식을 팔지는 않았으니 평가상의 이익이지만)으로 먹은 건 이 기업이 최초입니다. 아니 이 기업이 유일한 주식 보유 기업입니다. 어차피 공매도는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빌려서 파는 거니 보유 주식은 밝힐 필요도 않죠.

공매도 꾼인 버리가 왜 민영교도소 기업에 몰빵을 할까요? 제가 보기에 공매도꾼들은 SF 영화로 치면 디스토피아 마니아들입니다. 세상이 지옥 같고 곧 망할 거라고 생각해야 주식이 떨어지는 쪽으로 베팅을 하겠죠. 세상이 망한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좋은 증거는 미국의 교도소죠. 미국 내에서 현재 600만 명이 교도소에 들어가 있고 교도소가 넘쳐나서 이제는 국가가 포기하고 죄수 관리를 민영화시킬 단계라는 것은 세상의 종말 적어도 정부의 종말까지는 오는 것이 아닐까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게 만듭니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는 오바마가 극찬했던 책이죠, 미국 민영 교도소의 민낯을 폭로한 논픽션 ‘아메리칸 프리즌’이 출간됐습니다. 교도소가 민영화되면 철저한 시장 논리가 좌우할 겁니다. 돈 없는 사람들(주로 흑인)의 교도소 생활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수준으로 떨어지고 경제 사범 등 있는 사람들은 스테이크 먹으며 편하게 언제든 친구들을 불러 담소하면서 호화스러운 교도소 생활을 보낼 수 있습니다. 법과 정의를 시장에 맡기면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지켜줄까요? 아무리 시장과 자유가 좋고 정부가 문제가 많아도 교도소 민영화,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필독서 리스트로 저도 조만간 읽을 예정입니다. 마이클 버리는 아마 이 기업을 장기 보유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마이클 버리 답죠. 월 스트리트에서 비관론자는 명에를 얻고 돈을 못 번다는 말이 자자하지만 버리는 반대로 돈은 벌고 명예는 추락하는 비관론자입니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남의 고통으로 먹고사는 공매도꾼이라! 이건 정말 슬픈 일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주커버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