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학 개미죠 서학 개미들은 거의 대부분 성장주 장기투자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국내 서학 개미들은 다우 지수, S&P 500보다 나스닥 지수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세 배를 먹는 레버리지 상품도 가장 많이 구입하는 게 나스닥 100 지수의 3배 ETF인 TQQQ입니다. 작년보다 열기는 많이 죽었지만 그래도 테슬라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스포트 엔비디아 그리고 너무나도 충격적인 추락의 주인공 메타의 주식들을 집중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엔비디아 3분의 1 토막 메타 4분의 1토막, 테슬라도 거의 반토막 나는 등 올해 빅 테크 성장주들은 이보다 더 안 좋을 수가 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서학 개미들에게는 최악의 개미지옥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믿었던 테슬라가 이렇게 떨어지는 걸 보면서 멘털이 무너지지 않을 서학 개미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국내 서학 개미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어쩌면 파산할 수도 있는 돈 나무 누나 캐시 우드와도 성향이 너무 비슷하며 워런 버핏과는 반대로 가고 있죠. 서학 개미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궁금증이 듭니다. 왜 서학 개미 중에서는 국장처럼 매일 주식을 사고팔아서 당일로 승부를 보는 데이 트레이더가 없을까 죠. 어차피 차트는 미국 주식 보는 법과 국장 보는 법이 다른 것도 아닌데 기술적 분석을 잘한다면 미국 주식도 국장처럼 단타로 재미를 보는 사람들이 나와야 정상이 아닐까요? 그러나 주변에는 미국 주식을 단타 쳐서 성공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다들 비트코인처럼 테슬라 초기에 들어갔다가 몇십 배가 뛰는 바람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죠. 사실 서학 개미들은 미국 주식을 타이밍이 아니라 종목 선정에 거의 전부를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타로 하루에도 수십 차례 거래해 돈을 불려 나간 사람을 참으로 보기 힘듭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가장 큰 이유는 시차 때문이겠죠. 섬머 타임 적용되기 전이면 밤 11시 반에 개장해서 6시까지 깨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새벽에 6시간 반 동안 장을 수시로 보면서 사고팔고 할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됩니다. 생체리듬을 정상인과 정 반대로 살아야 한다는 일인데 그게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우선 불면증부터 시작해서 몸이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직장인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고요.
또 한 가지 이유는 국장에서도 단타로 돈 버는 사람들이 갈수록 주는 이유와 같습니다. 단타는 초 단위로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빠른 분석력과 실행력이 필요한데,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보다는 AI가 더 많습니다. 국내 증권사들도 이미 알고리즘 매매를 도입한 지 오래고 개인투자자들이 스캘핑으로 돈 벌기는 갈수록 어려워졌습니다.
미국에서는 더 합니다. 미국은 전체 거래량의 80%가 인공지능이 합니다. 이들은 초 단위가 아닌 나노 초 단위로 매수 매도 버튼을 누릅니다. 인간 트레이더들은 절대 따라 할 수가 없죠. 골드만 삭스나 모건 스탠리 등 미국 투자 은행의 투자자들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전부 인공지능이 한다는 거죠. 기술적 분석은 데이터를 읽는 속도 싸움이고 이 싸움에서는 인간은 절대 인공지능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미국 로빈후드들은 인공지능의 상대가 안 된 지 오래고 그들이 인간 펀드매니저를 상대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 겁니다. 아마 미국의 개미들은 한국의 개미들보다도 더 성적표가 초라할 겁니다. 월 스트리트는 인간들이 아닌 인공지능 간의 전쟁터가 되어 버린 지 이미 10년 차입니다. 아직 국장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니죠. 주가는 인간의 마음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의 의지가 결정한다는 게 더 맞는 소리겠죠. 이제는 금융시장에 관련된 논문이 네이처지에 발표되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월 스트리트는 가장 빠른 속도로 인간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는 업종입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이 설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인간보다 더욱더 탐욕적이며 약탈적이 되었다고 경고합니다. 인공지능이 매매하는 방식을 아마 골드만 삭스 사장도 이해 못 할 겁니다. 그런데 결과는 항상 수익으로 증명을 합니다. 그게 인공지능이 인간 트레이더보다 믿음직한 이유죠. 게임스탑이나 코로나 때 마이너스 유가처럼 극단적인 예외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고팔기를 매일 정산하면서 기계와 인간이 대결을 하면 백전백패하게 되어 있는 거죠. 수수료는 수수료대로 나가고 조만간 계좌가 녹아내릴 겁니다.
인공지능이 바둑 이후에 스타크래프트 포커 등에서 인간 고수들을 여지없이 박살 내는 이유도 바로 시간 때문입니다. 인간이 경험하는 시간은 한정된 것과 달리 인공지능의 빅 데이터는 수 백만 시간 심지어 수억 시간의 경험치가 반영된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이런 마당에 주식 매매에 특화된 인공지능과 싸워서 하루나 이틀은 이길 수도 있겠지만 1년 통틀어 플러스 이익을 거둘 수가 있을까요? 서학 개미들은 단타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게 정확한 진실이라고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