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외롭게 폭락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한국 증시 나스닥과 함께 같이 추락했는데 지금은 거의 나 홀로 폭락입니다. 비트코인이 2000만 원을 돌파한 게 2017년 즈음이고 코로나 때 다시 잠깐 폭락했다 미친 듯이 반등해 1년 전에 8000만 원까지 올라왔는데 지금 이대로라면 1년 만에 5년 동안 오른 걸 다 토해내는 진풍경을 보이는 겁니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갑자가 반토막 나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1년 내내 장기 지속적으로 죽 내려오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2018년의 대폭락이 온 뒤에도 2020년 코로나까지 긴 박스권을 보였지만 그때도 횡보장이었지 더 이상의 폭락은 없었죠. 그런데 올해는 그냥 계단을 밟고 내려가는 것처럼 죽죽 떨어집니다. 누가 봐도 비트코인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92년이 지나가면서 당시 아들 둘과 딸 한 명의 이혼 결정과 자신이 어려서 살던 윈저 궁이 불타는 악재를 만나면서 국민들에게 올 해가 가장 끔찍한 해, 사상 최악의 해(라틴어로 아누스 호리빌리스)라고 했다는 말처럼 코이너들에게는 2022년이야말로 아누스 호리빌리스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유동성의 위기, 즉 비트코인에 돈이 안 몰리는 게 가장 큰 이유겠죠. 거의 뱅크 런 수준입니다. 세계 4위 코인 거래소 FTX가 파산할 수도 있으며 이를 막겠다는 1위 업체 바이낸스가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는 코인데스크 기사가 거의 기름을 부었죠. FTX의 거래소 토큰인 FTT 가격은 80% 넘게 폭락했습니다. FTX가 무너지는 건 미국 증시에서 골드만 삭스가 무너지는 것과 비슷한 상황을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지금 비트코인은 거대한 빙산을 만난 타이타닉이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다들 배에서 탈출하기 바쁜데 일부 단타 트레이더들은 반대로 롱 포지션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러다 반등 오면 하루에도 몇 천 배를 먹을 수 있다는 계산이죠. 이 정도면 도박입니다만 그동안 이런 도박이 통했던 것을 생각하면 확률은 낮지만 기댓값은 충분히 높은 도박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징조는 있었습니다. 10월 말에는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코인 비중이 50%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죠, 유동성의 위기를 미리 경고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비트코인도 변동성이 끝내주는데 선물 시장이 올해부터 거래되면서 그 변동성은 통제 불가능한 수준까지 치솟은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폭락 속에서 비트코인은 반드시 오른다는 믿음의 투자자들은 차도 팔고 심지어 집을 담보로 대출금을 받고 있다는데, 정말 위험천만한 행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강심장 아니면 비트코인 투자는 쉽게 못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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