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출신 서민갑부 고명환에게 도서관은 돈서관

기자 시절에 대중문화 파트를 취재한 적이 있었죠. 제가 만나는 개그맨들이 TV에서 보이는 모습과 달리 거의 전부 똑똑해서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남을 웃기려면 그만큼 창의적이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그 생각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에 독서량도 상당하다는 사실을 취재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개그맨보다 사업가로 더 유명한 고명환 작가의 책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때 제가 받은 느낌이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죠. 재미도 있고 유익하고 좋은 정보와 통찰력도 갖췄습니다. 재테크 분야나 자기 계발서 분야의 저명한 작가의 책 못지않은 내공과 깊이가 느껴지더라고요.

일단 그는 제가 부자들의 생각법에서 다루는 수준의 부자는 아닙니다. 제가 지금까지 다룬 부자들은 대부분 조 그것도 수십조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업가들이었죠. 국내 부자도 1000억 대 이상의 자산가였습니다. 그는 메밀국수 체인점으로 성공한 사업가지만 아직은 백종원 대표 급으로 성공한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의 생각법은 정말 앞에서 다룬 부자들 못지않게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 그의 생각법 중에서 부자 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 다섯 가지만 뽑아 봅니다.

1) 책을 읽어라. 10억 원을 벌고 싶다면 10억 원 벌 때까지 책을 읽어라.

고명환 작가는 모든 성공 자신이 이룬 모든 부를 독서로 돌렸습니다. 자신이 개그맨 시절 월 3000만 원을 벌고도 빚에 허덕이던 삶과 교통사고 후 극적인 부활(병원에서 누워 독서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준 존재가 바로 책이었다는 거죠. 그 후부터 그는 기승전 독서가 됐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고명환의 책 읽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실 버핏을 비롯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등 세상의 모든 부자들은 다독가죠. 그는 말합니다. 기적을 바란다면 당장 책을 읽어라. 10억을 벌고 싶으면 그 돈을 벌 때까지 책을 읽으면 된다고 합니다. 그는 사업의 모든 아이디어 인생에 대한 통찰을 책에서 찾습니다.

2) 도서관을 창의성의 터전으로 삼아라.

그는 책을 어떻게 읽을까요? 쉬는 날 그는 남산도서관으로 출근합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습니다. 그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이유는 이겁니다. 도서관을 갈 때 그의 발걸음은 빨라지면서 그의 두뇌는 창의적으로 바뀝니다. 그런 면에서 그에게 도서관은 돈서관이기도 합니다. 그가 성공한 모든 아이디어는 책에서 나왔으며 정확히는 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각난 창의성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책 빌리러 가는 마음이 얼마나 흥분되고 기뻤으면 그 과정에서 사업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솟았을까요?

3) 왜를 물을 시간에 어떻게 물어라.

책을 읽고 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그는 인생에서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왜를 묻지 않고 어떻게를 묻기로 했습니다.

왜 손님이 없지?->손님이 많이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왜 난 돈이 없지? -> 목표한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

질문을 올바른 방향으로 던지면 정답이 찾아옵니다. 사소한 것부터 심각한 것까지 모든 것에 적용 가능하다는 게 고명환 대표의 주장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책을 읽고 고요한 침묵 속에서 해결 방법을 생각하면 못 할 일이 없다고.

4) 10권을 펴놓고 10쪽씩 일어라. 엉망진창의 힘을 느낄 것이다

고명환 식 독서법은 그야말로 난독 닥치는 대로 읽기입니다. 동시에 10권의 책을 펴놓고 10쪽씩 읽습니다. 전혀 다른 성격의 책들을 함께 읽으면 두 생각이 만나 새로운 생각을 낳으며 창의성의 스파크를 이뤄냅니다. 융합은 의도한 연결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무작위적인 연결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건 심리학자들이 밝혀낸 연구 결과입니다. 고명환 대표는 이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엉망진창의 힘. 저는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기도 하고 한 책을 읽은 뒤 다른 책으로 넘어가기도 하는데 두 방법 모두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좋은 글감은 오히려 전자의 독서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건 저도 확인한 바 있습니다.

5) 운은 소명대로 살 때 저절로 만들어진다

김도윤 작가의 책 제목대로 인생에서 성공 특히 돈은 운이 작용합니다. 사실 주식도 코인도 선물 옵션도 모든 투자에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지식만이 아니라 운도 필요합니다. 운이 때로는 지식보다 더 필요할 수도 있죠. 운 없이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가 나왔겠습니까? 운에 대해서 그는 독특한 철학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운이란 소명대로 살 때 저절로 만들어진다는 믿음이죠.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명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소명을 자신의 일로 삼을 때 운도 찾게 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운도 따라주고 돈도 버는 것이 인생임을 수많은 부자 및 현자들이 증명한 바 있습니다. 일이 고통스러우면서 절대 그 일로 돈 벌 수는 없습니다.

고 대표는 세네가의 ‘인생은 왜 짧은가’ 같은 고전부터 세스 고딘의 모든 경영서적까지 독서의 폭이 넓습니다.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도 읽으며 유미주의에도 관심이 있었던 것 같네요. 결국은 돈이 아니라 책이었습니다. 우리가 돈을 벌려면 꼭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개그맨 출신 사업가 고명환 대표만큼 잘 보여주는 사례는 국내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