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트렌드 코리아 2023이 제시하는 돈의 방향

by 신진상
트렌드 코리아 2023.jpg

김난도 교수는 최고의 소비자 마케팅 전문가이며 궁극의 신조어 설계자이고 동시에 압도적인 미래 트렌드 예측가죠. 그의 예측력은 그의 책이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것과 양의 함수 관계입니다. 사람들이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그의 책은 수많은 독자들을 이끌고 있죠. 운명이 예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예언이 운명을 만드는 것은 오이디푸스 이래 인류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일단 그는 2022년을 어떻게 예측했을까요? 과연 그의 예측대로 흘러갔을까요? 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2‘에사 임인년 새해의 키워드 10개를 TIGER OR CAT로 명명했습니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나노 사회, 머니 러시, 득템력, 러스틱 라이프, 헬시 플레저, 엑스틴이즈백, 바른생활 루틴이, 실제감 테크, 라이크 커머스, 내러티브 자본입니다. 10개의 키워드를 움직이는 상위 개념어가 있으니 바로 문화입니다. 개인으로 쪼개져서 각자도생 하는 사회에서 모두가 돈 돈 돈 하며 투자에 나서는 상황으로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문화가 정면에 등장합니다. 득템력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희귀 아이템으로서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떠올리게 합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도시를 떠나 시골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러스틱 라이프 역시 문화 코드죠. 젊은 사람도 건강을 위해 운동에 나서는 헬시 플레저 역시 문화의 일환입니다. 40대로 10대인 자녀들과 적극 소통하는 엑스세대의 귀환 역시 문화 현상입니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루틴을 만들어내는 루틴이 역시 문화의 한 부분이죠. 실제감 테크는 바로 가상현실에서 몰입감과 체험감을 느끼는 메타버스를 뜻합니다. 라이크 커머스는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 좋아요를 통해 새로운 유통의 가치 사슬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가 기반인 경제 행위고요, 마지막 키워드인 내러티브는 2022년에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서 자신만의 서사를 갖추는 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 인플루언서가 되는 현재 온라인 공간의 문화를 지칭합니다. 언뜻 들으면 그렇게 흘러갔던 것처럼 보입니다. 이 모든 키워드는 컬처 코리아로 표현될 수 있죠. 그런데 2022년이 정말 문화의 해였나요? 사실 대한민국 국민을 포함해 인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뜻밖에 변수를 만나 1년 내내 두 악몽을 교차로 겪었습니다. 바로 인플레와 고금리 때문에 문화생활을 제대로 못 했습니다. 극도로 위축된 소비가 내년에는 경기침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기는 판입니다. 올해 가장 안 좋았던 섹터가 엔터테인먼트로서 게임업체와 엔터업체의 주가는 그야말로 피파다였던 한해였습니다. K컬처가 확실히 한 풀 꺾였다는 증거는 넷플릭스입니다. 작년도 오징어 게임과 지옥에 비하면 올해 한국판 종이의 집과 수리남은 그 위상이 현저히 약해졌습니다. 메타버스와 NFT는 2021년도에 급속히 떠올랐다가 2022년 한 해는 거의 수면제를 먹고 일 년 내내 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잠잠했습니다. 실제로는 트렌드 코리아 2022는 그의 예상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걸 김난도 교수도 잘 알 것입니다. 물론 김 교수는 타이거 혹은 캣이라고 했죠. 아마 푸틴이 없었다면 우리는 캣이 아닌 진정한 타이거를 보았을 겁니다. 인간의 예측은 운명을 만들어가는 것 같지만 예측 못한 돌발 변수 하나만으로 방향이 틀어지는 일이 발생한다는 진리를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3은 어떨까요? 저는 조금 더 현실과 가까울 거로 전망합니다. 일단 그는 검은 토끼의 해에 맞춰 김 교수는 래빗 점프라는 기막힌 신조어를 만들어냈습니다. R은 평균의 실종입니다. 양극화의 다른 말이죠. 소득은 소비의 어머니입니다. 소비는 소득대로 양극화가 되는 건 분명하죠. 소비의 양극화 즉 평균을 겨냥한 제품 생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이유는 고급 제품,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에 투자를 하는 게 맞다는 통찰을 재공해 줍니다. A는 오피스 빅뱅입니다. 재택근무와 히이브리드 근무는 코로나 이후에도 이어진다는 이야기죠. B는 체리슈머입니다. 구매는 하지 않고 혜택만 보려는 약은 소비자들이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죠. 소비재 기업들이 갈수록 돈 벌기 어려워지는 진짜 이유죠. 진짜 실력자만이 살아남을 겁니다. 또 하나의 B는 인덱스 관계입니다. 페북이나 SNS 친구처럼 관계의 밀도보다 스펙트럼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입니다. I는 뉴 디맨드 전략입니다. SNS는 메타버스와 만나 더욱더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진화할 겁니다. 다만 혁신이죠. 소비자가 생각지 못한 제품을 스티브 잡스처럼 내놓으라는 주문이죠. T는 디깅모멘텀입니다. 끝까지 파고드는 과몰입의 세상입니다. 올해는 잠잠했지만 메타버스가 언제든 다시 화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죠. 가상현실 기술을 가진 하드웨어 업체(삼성과 애플)는 내년에도 기대주입니다. J는 알파 세대가 온다는 줄임말입니다. 이제는 MZ세대가 아니라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알파 세대를 노려야 합니다. U는 선제적 대응기술입니다.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기술이 중요해진다는 뜻이죠. M은 공간력입니다. 멋지다고 소문난 공간의 힘은 리테일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 P는 네버랜드 신드롬입니다. 나이를 먹어도 젊게 사는 피터팬 신드롬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죠. 5060도 그들의 소비 패턴을 MZ에 맞추려고 노력할 테니 MZ가 좋아하는 ESG는 더욱더 뜰 전망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리세션이 오지 않는다면 정말 그의 말 대로 2023년은 토끼가 캥거루처럼 점프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월의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의 반등은 어쩌면 내년에 V자 반등이 올 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2022년이 예측과 달리 불행한 한 해로 끝난다면 2023년은 검지 않고 밝기만 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어떤 예측은 틀림으로써 인류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개그맨 출신 서민갑부 고명환에게 도서관은 돈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