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알파가 2023년 서울대 수시 일반 전형 1단계 합격자 수를 공개했습니다. 모든 학교를 공개한 것은 아니고 베알이 취재 가능한 학교들을 중심으로 20명 이상 1단계 합격자가 나온 학교를 공개했죠. 영재고는 빠져 있고요, 1위부터 20위까지는 거의 지난해와 비슷합니다. 하나고(55명)-외대부고(45명)-대원외고(37명)까지는 거의 몇 년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4위가 올해는 대일외고(33명)로 지난해 명덕외고와 자리바꿈을 했죠. 5위가 지난해 7위였던 한영외고(32명)가 두 계단 상승했고요, 6위는 명덕외고(30명)입니다. 7위가 민사고와 충남 삼성고입니다. 충남 삼성고는 지난해 17명에서 올해 29명(지균 1명 포함)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전국 단위 자사고도 아니고 충남 지역 광역 자사고로 주로 천안 아산에서 학생들을 선발하는 학교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기적 같은 실적이죠. 공학 인증제, 일반고 처음으로 IB를 도입했다는 점 등 삼성의 힘은 정말 대단합니다. 9위는 전국 단위 자사고인 천안북일고와 파주의 한민고(24명)입니다. 파주는 비평준화 지역으로 한민고는 육군이 운영하는 학교입니다. 11위는 경기권 외고의 선두주자 안양외고와 고양외고로 23명이고요, 13위는 고양국제고 14위는 인천 지역 자사고인 인천포스코고와 과천외고, 16위는 올해 가채점 결과 수능 자연계 만점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 포항제철고와 강북을 대표하는 광역 자사고 선덕고로 20명입니다. 서울대 일반 전형은 1단계 통과자 수가 정원의 2배 수로 이들 중에 평균적으로 절반 정도가 최종 합격합니다만 이과의 경우 의대로 빠지는 인원이 적지 않은 관계로 절반보다는 더 많은 숫자가 최종 합격을 합니다. 대원외고는 합격률이 75%를 넘길 정도로 면접에 강한 학교죠.
수시 순위를 보면 전국 단위 자사고와 광역 자사고 외고의 독무대로 수시는 이 기사만 보면 확실히 특목고 자사고가 유리한 전형으로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정시는 수능 점수만 보지 학교를 보지 않느냐, 대학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학교를 00고로 블라인드 처리한다지만 사실 학교를 다 보는 것 아닌가, 서울대 수시만 생각하면 자녀를 특목고 자사고에 보내는 게 당연히 유리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겁니다. 저도 그런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혹시 고교 평준화 이전에 명문고가 존재하고 대입 본고사가 존재하던 70년대 서울대 입결을 보신 분들이라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는 서울대 정원이 3110명으로 2022년도 서울대 정원 3433명보다 10% 정도 적습니다.
동아일보 72년도 보도에 의하면 서울대 최다 합격고는 경기고로 333명입니다. 2위가 서울고로 248명, 3위가 경복고로 212명입니다. 4위가 경남고 173명, 5위가 부산고 141명, 6위가 경기여고 118명, 7위가 광주일고 113명, 8위가 경북고 112명, 9위가 대전고로 100명, 10위가 용산고로 96명입니다. 22학년도 수시 정시를 모두 합친 넘버 1이 외대부고 72명인데 이는 72년도와 비교하면 16위 정도입니다. 당시 서울대 합격자 배출 고교는 42개 고등학교에서 합격자의 90%를 배출했습니다. 참고로 서울대 2022년도 합격 고등학교 숫자는 900개 고등학교입니다. 서울만 비교하면 72년도는 55.3%가 서울 출신, 2022년도는 38.1%가 서울 출신입니다. 물론 서울의 인구 20% 내외인 걸 고려하면 확실하게 서울이 서울대를 많이 보내는 게 맞지만 솔직히 수치상으로만 보면 72년도보다 서울대를 보낸 서울 학교는 많이 줄었고, 서울대를 보낸 학교 숫자는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합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끝났다.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이 났었는데 지금은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여기서 개천이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 서초 목동 경기도 분당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의미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죠. 용은 당연히 서울대이고요.
그런데 50년 전 고교 평준화 이전에 정말 개천에서 용이 났을까요? 경기고가 333명인데 당시 경기고에 학생을 보낼 정도면 서울에서 혹은 지방에서 살 만큼 사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지방에서도 경기고에 보내는 경우가 물론 있었는데 대부분 유지의 아들이었습니다. 일부 소수를 빼면 대부분 서울 거주자의 아들이었을 텐데 다만 그들이 당시에는 강북에 주로 살았다면 지금은 강남에 더 많이 산다는 차이 정도일 뿐이죠. 당시와 다른 점은 당시는 공부 잘하면 서울대에 무조건 가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서울대 그다음에 의대 그다음에 서울대 공대 하는 식으로 의대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정도일 겁니다. 물론 70년대에도 의대는 인기였고 의사라는 직업 또한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만 주어지는 자격이었습니다만 2000년대 들어서 의대의 인기와 위상은 더욱 높아진 건 분명합니다.
저는 비평준화 시대보다 평준화 시대, 정시 100%의 시대에서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비슷하게 유지되는 지금 같은 시점이 오히려 개천에서 용이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개천에서 더 이상 용이 안 난다는 이야기는 팩트가 틀렸거나 기억을 못 하는, 아니면 기억을 안 하는 기억력의 문제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