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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진상 Nov 24. 2022

한 달에 1억씩 떨어지는 아파트 영끌들은 어떤 심정일까

정말 부동산 폭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저는 올해 최악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자라고 생각했는데 연말이 되면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2020년과 2021년에 영끌해서 집을 사셨던 분들은 정말 밤잠을 못 주무실 것 같아요. 

대구의 모 아파트 분양률(미분양률이 아니라)이 15%라는 경악스러운 뉴스가 있었죠. 사실 텅 빈 아파트에 누가 들어가려고 하겠습니까? 미분양은 본격적인 경기 침체의 시작이고 어쩌면 부동산 폭락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의 주장이 현실화될 것 같은 시점입니다. 

제가 본 가장 극적인 케이스는 제2의 반포라는 흑석 뉴타운의 충격이에요. 흑석 뉴타운의 대장은 2019년 2월 입주를 시작한 아르코리버하임입니다. 당시 전용면적 25평 분양가는 7억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올 초 2월에 25억 4천만 원에 팔렸습니다. 동작구 신축이 평당 1억 원을 넘는다는 것은 아마 그 동네에 사시는 분들 외에 어느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액수일 겁니다. 놀라운 사실은 같은 평수로 비슷한 층(5층과 4층) 아파트가 8월에는 18억 5천만 원에 나갔습니다. 6개월 사이에 7억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아마 지금 계약된다면(사실상 매수할 사람이 없을 테지만)이보다 훨씬 더 낮아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죠. 지금 상황은 매수와 매도가 10대 1이 아니라 거의 100대 1의 비율일 듯싶습니다.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도 팔리지 않아 경매로 내려가고 경매도 낙찰되지 않는다는 뉴스 보도도 줄을 이을 정도입니다. 

신길 뉴타운은 어떨까요? 신길 뉴타운은 11구역의 래미안프래비뉴)이 2015년 가장 먼저 완공됐고 7구역이 래미안에스티움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아파트로 신길 뉴타운의 가격 상승을 주도했죠. 2017년 4월 준공됐을  당시 에스티움 25평의 분양가는 5억 5천만 원이었습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25평이 올해 9월 13억 원에 나갔습니다. 작년 10월에는 17억 7천만 원에 거래된 곳입니다. 1년이 안 돼 5억 원 가까이 빠진 겁니다. 이미 가격은 2019년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대로 간다면 내년에는 10억 원 이하로 떨어질 것도 기정사실처럼 보입니다. 작년에 상투 잡으신 분들은 정말 이보다 더 고통스러우실 수는 없으실 겁니다.    

지난 3년 동안 강남보다 더 올랐다는 송도 신도시는 어떨까요? 제가 앞서 말씀드린 두 뉴 타운은 사실 학군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곳이라 가격 상승이 분명 한계에 부딪칠 것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아파트 가격은 제가 볼 때 직주근접이나 교통보다 더 중요한 게 학군이거든요. 인천의 송도 신도시는 송도고 세일고 등 서울대 수시에 최대 7명씩 보내는 일반고도 있고, 10명 이상 보내는 지역 자사고 인천 포스코고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치동을 그대로 복사한 학원가도 있죠. 송도 더프라우 주상복합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무려 4000대 1이었습니다. 송도 더샵 하버뷰 전용면적 30평은 올 10월에 8억 원애 거래됐습니다. 올 4월에는 작은 평수인 25평이 9억 원에 거래된 곳입니다. 2021년 8월에 30평은 9억 5천 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죠. 학군이 좋은 송도 아파트조차 가격 폭락을 피할 수 없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죠.

몇 군데만 살펴봐도 부동산 가격 하락은 특정 지역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죠. 저는 외출할 때마다 부동산 중개소를 유심히 봅니다. 창문 유리를 가득 붙인 매물이 언제 사라지는지 과거와 비교해서 봅니다. 강북의 최고 인기 있는 랜드 마크 아파트들도 몇 달째 그대로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1년 이상 창문에 붙여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물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사려는 사람들은 간을 보는 게 아니라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정답에 가깝겠죠, 

지금 부동산 업계를 보면 재건축도 재개발도 교통호재도 산업단지 개발도 백약이 무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담대가 7%를 넘어 8%대를 향해 달려가는 세상이죠. 20대~30대 중에서 내 집 마련을 뒤로 미룬 사람들은 좋겠지만 영끌해서 지난 2년 동안 집을 산 사람들은 정말 마음고생이 심할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는 어떤 위로도 통하지 않겠죠. 저는 대한민국의 부동산에 회의적이고 집값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지만 이렇게 몇 년을 간다면 정말 걱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하나 달자면 주식과 부동산의 가장 큰 차이가 하락장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을 말씀 드리고 싶네요. 하락장에서 주식 유튜버들과 그 방송에 출연하는 애널리스트는 떨줍의 찬스다, 저가 매수하라고 조언하고 있지만 하락장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의 전부 지금은 집 살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는 사실이죠. 이런 점에서는 주식 전문가보다 부동산 전문가가 최소한 양심이라는 측면에서는 우위에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여튼 영끌했던 2030이나 집 외에 다른 금융 자산이 별로 없는 5060이나 대한민국 부동산이 타이타닉처럼 침몰하는 모습은 정말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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