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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진상 Nov 27. 2022

재벌집 막내아들의 이성민은 이병철 더하기 이건희

이성민은 괴력의 배우입니다. 미생에서부터 알아보았지만 그는 굵은 연기와 강한 남성을 연기할 때 이성민 답습니다. 역사상 박정희와 이병철을 동시에 연기한 유일한 배우일 듯싶은데요, 두 사람을 빼고 어찌 한국 현대사를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재벌집 막내아들’이 높은 시청률과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월드컵 못지않게 화제가 되는 이유는 재벌로 환생하고 싶은 수많은 흙수저들의 욕망과 바로 이 사람 이병철(부분적으로는 이건희 회장도 포함) 역을 120% 연기하고 있는 이성민 배우의 명연기도 한몫하고 았습니다. 

이병철과 이성민은 얼마나 닮았을까요?

일단 극 중에서 이성민은 27년생으로 나오니 실제 이병철과는 17살 차이가 있습니다. 이병철 창업주는 한일합방의 해에 일본인으로 태어나서 35년을 일본인으로 살았던 우리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세대 중의 한 명이죠. 제작진이 시차를 둔 이유는 이성민의 캐릭터에 42년생 이건희 전 회장을 추가해 삼성의 과거 현재를 융복합적으로 그리려고 한 의도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송중기가 환생할 때 아버지는 이성민의 셋째 아들로서 영화감독으로 나오는데 이병철 회장의 3남으로 후계자가 된 이건희 회장의 꿈이 영화감독이었던 데서 힌트를 얻은 것 같습니다. 4편에서는 IMF 직전 부채덩어리 한도제철을 인수하도록 만드는 송중기의 계략과 자동차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악전고투를 하는 이성민의 심정이 잘 드러나고 있는데 자동차에 그렇게 목숨 걸고 달려들고 DJ의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자동차 산업에서 한 발 물라서야 했던  것은 이건희 전 회장이었습니다. 

90년대 중반 삼성은 자동차 시장 진입 여부로 현대와 격하게 갈등했었는데요, 당시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으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되었던 모 인물이 이 회장의 마약에 절어 사는 모습 등을 담은 충격의 소설을 써서 난리가 나기도 했었습니다. 법적 소송에 들어가기도 했죠. 

이 회장 부자의 고집과 뚝심 그리고 완벽주의에 대헌 집착과 뼛속까지 파고든 사업가 정신 등은 이성민에 의해 정말 잘 느러 내고 있어 돈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인데요.  

일단 스토리는 이병철과 이건희를 하나의 캐릭터에 담았지만 이성민의 연기는 이병철 회장의 재현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과묵하고 듣는 스타일인 이건희 회장보다 꼼꼼하게 따지고 선두에서 임원들을 격려하고 끌고 가는 스타일이 이병철 회장의 리더십이고 극 중에서 드러난 배우 이성민은 이병철 회장에 빙의되어 있다고 말씀드릴 정도입니다.  

배신에 대한 타고난 거부감, 사업보국의 마음으로 사업에 임하는 자세, 노조와 기업 인수 시 고용 승계에 대한 냉랭함 등 이성민의 모습은 이병철 회장과 많이 오버랩되는데요, 막내 손자가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 같은 경우는 사실적입니다. 이병철 회장의 콤플렉스 두 가지가 서울대를 본인을 포함 자식들도 나오지 못했다는 사실과 미원이란 조미료 분야 넘버 1을 꺾지 못한 두 가지 사실이 있죠. 이병철 회장이 생존 시에는 서울대는 존재하지 않았고 24년 설립된 경성제대가 목표였겠지만 이병철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 모두 서울대 진학에 실패했습니다. 두 부자 모두 일본의 와세다대학을 나왔지만 서울대에 대한 한은 컸고 손자 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미경 CJ 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대 입학으로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렸지만 둘 다 최고의 인재가 입학하는 법대는 아니었죠. 이병철 회장이 죽은 해에 이재용 회장이 서울대에 합격했는데 당시 이병철 회장은 경영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학부에서는 역사를 공부해 먼저 인간을 이해하고 석사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지만 실제 진실은 이재용 회장의 학력고사 점수가 서울대 법대에 갈 점수는 아니었을 거라는 게 상식적인 추론일 겁니다.  

이성민의 가장 강렬한 연기는 미일이라는 두 마리 고래 사이에서 당시 새우 신세였던 반도체 사업을 놓고 고뇌할 때 가장 빛났습니다. 그가 송중기에게 기대했던 답은 새우의 몸집을 키우는 전략이었는데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들었을 때 그의 얼굴에서 묘하게 드러나는 미소는 원하는 것을 얻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사업가의 진정한 만족감이었습니다. 

실제 이병철 회장은 이때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위암에 걸리기도 했죠.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 천연자원이라고는 없는 나라에서 유일한 자원이 교육인 나라 그동안 해왔던 저가품 대량생산을 포기하고 부가가치가 높고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반도체 산업에 진출할 때 서구와 일본 언론들은 조소를 보냈었죠. 일본의 미쓰비시 연구소는 “반도체 사업은 인구 1억 명 이상, 국민소득 1만 달러 이상, 국내 소비 50% 이상(일본을 두고 하는 말이죠.)인 나라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삼성 불가론이란 보고서를 쓰던 시절이었습니다.

작품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80년대와 90년대를 모르는 요즘 MZ 세대들에게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함께 이룬 반도체의 기적을 배우 이성민의 발군의 연기력 덕분에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정말 기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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