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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진상 Dec 05. 2022

재벌집 막내아들 결국 새롬기술 다루긴 했는데

재벌집 막내아들 정말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네요. 90년대 후반 IMF와 닷컴 버블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옛날 생각 날 것 같습니다. 특히 새롬기술 20년 동안 잊고 있었던 그 기억을 다시 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다수는 악몽이고 일부에게는 달콤한 백일몽으로 기억되겠죠.  

드라마에서는 뉴 데이터 테크놀로지로 이름을 바꿨는데 그때를 살아 본 사람들은 그 기업이 새롬기술인 걸 다 알 겁니다. 500원으로 시작해 55일 연속 상한가로 30만원을 돌파한 뒤 수직 낙하한 것까지 비슷합니다. 당시는 하루 상한가가 12%였을 겁니다. 지금처럼 30%면 더 올라갔다 더 폭락했겠죠. 다이얼패드로 인터넷 공짜 전화를 쓸 수 있게 해 준다는 사업 모델은 회원들의 가입을 폭증시켰지만 가장 중요한 것 수익 모델이 없습니다. 폭락과 상장폐지라는 운명은 어쩌면 태생적으로 내재되었던 거죠. 재미있는 사실은 삼성전자도 이 히사에 투자해 600억 가까운 돈을 날렸다는 사실입니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이 이 회사 담당자였는데 결국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벤처로 적을 옮기기도 했습니다. 아마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느낀 건 얼마되지 않아서였겠죠. 당시 대한민국은 벤처와 닷컴에 미쳐 있었고 정확히 1년도 안 돼 대한민국의 벤처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그 상징과도 같은 사건이 새롬기술이고 오상수 대표만큼 99년과 2000년 언론에 많이 보도된 인물은 없을 겁니다. 당시는 서태지급 연예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오상수라는 이름처럼 사람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이름도 없을 겁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작전 세력에 개입했을 것이라고 추정은 하는데 증명은 할 수 없습니다. 송중기는 작전 세력이 들어가서 올리는 중이라며 4만 원을 거쳐 최종적으로 30만 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오세현 사장에게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정말 작전 세력이 들어갔을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송중기는 2000년 총선에 맞춰 자금이 필요한 여당(지금은 야당)이 주가조작에 가담했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 역시 소문만 있을 뿐 증명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송중기는 인생 2회 차로 모든 기억을 갖고 환생했으니까 아는 거지 주가 예측은 아무도 못합니다. 진동기 부회장이 순양 증권 리서치팀의 분석 결과 1만 원에서 곧 4만 원 될 거라고 예측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대로 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단언컨대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기업 가치 분석하고 월간 이용자 수 체크한다고 주가가 어디까지 오를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은 없습니다. 우리나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신봉해 마치 이 회사의 진정한 가치는 천상에 있다며 목표주가를 비현실적으로 제시했는데 이대로 주가가 흐른 적도 있겠지만 거의 99%는 틀립니다. 애널리스트 예측이라면 삼성전자는 작년 초에 15만 전자 갔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애널리스트들은 목표 주가를 높이 잡아야 해당 기업에서 양질의 정보를 계속 받을 수 있고, 매매도 늘어 증권사 수익률도 개선된다는 점 때문에 무조건 매수 의견 목표 주가 더블을 외칩니다. 일단 매수를 하면 조만간 매도 버튼을 누르게 되니 매도 의견보다 매수 의견이 회사에 더 기여하는 이유죠. 미국과 달리 주가가 안 올라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번번이 틀리는 애널리스트라면 미국에서는 퇴출될 겁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망각의 민족이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작전 세력이 언제 얼마까지 올리겠다고 결정했다고 주가가 그렇게 올라가는 일은 없습니다. 실제 작전에 참여한 세력들은 10번 작전에 들어가면 8번은 실패한다고 합니다. 주식시장에 참여한 수많은 이들의 마음 그것도 일관성이 업고 비합리적인 마음이 반영되니 주가 조작 세력도 정말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당시는 지금보다는 쉬울 수 있었지만 그때도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작가는 주가는 작전 세력 마음대로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투자 수단인 것처럼 상황을 단순화시킵니다. 재가 볼 때 새롬기술의 주가가 오른 건 99년부터 매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언론의 화제의 중심이 되면서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달려들었고 정부 또한 이 쪽으로 유동성을 유도했기 때문에 벌어진 전형적인 버블이었습니다. 

환생과 타임 슬립에 복수극을 합쳐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 중인 ‘재벌집 막내아들’은 저도 푹 빠져 보고 있는 작품입니다만 8화 새롬 기술 편은 약간의 옥에 티라고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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