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가장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고르세요
1) 남들 오를 때 내 주식만 안 오를 경우
2) 그동안 손해 본 주식을 하한가 맞고 마이너스 70% 수익률의 상태에서 팔 때
3) 내가 산 주식이 조금 올라 플러스 20 수익률 때 팔았는데 알고 보니 100% 이상 올랐을 때
4) 살까 말까 망설였는데 결국 안 샀고 나중에 그 주식이 10배 상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주식을 안 해본 사람들은 3번 아닌 다른 번호를 고를 수 있지만 실제 주식을 해본 사람 중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은 3번입니다. 누구 말대로 지상 최대의 스트레스죠. 어쩌면 내가 비싸게 산 주식이 상장 폐지될 때보다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겪어 보지 않으면 절대 공감 못할 심리입니다. 그 이유는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수익률은 마이너스 100이 한계지만 내가 산 주식이 오른다면 만약에 100%를 넘어 1000% 심지어 10000%도 오를 수 있으니까요. 내가 살 때보다 싸게 팔던 비싸게 팔았던 팔아놓고 더 오른 주식은 오른 만큼, 그리고 오르는 동안 내내 나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8편과 9편을 보면 백화점과 물류 호텔을 물려받는 송중기의 고모가 송중기의 조언을 듣고 30억 원을 새롬기술로 추정되는 업체에 투자해 4배 수익을 올려 기분 좋아하다 그 주식이 계속 올라 10만 원까지 올라가자 허탈해하며 앉은자리에서 45억 원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이건 휴리스틱이며 오류입니다. 매몰비용이죠. 이미 4배를 먹었는데 그 후에 더 올라 못 본 미실현 이익은 정신 건강 상 잊고 사는 게 가장 좋습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송중기의 고모는 회의 중에도 호가창을 보면서 오르는 주가 때문에 일에 집중을 못 하며 애간장을 태웁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스트레스 때문에 자신의 돈 외에 회사 돈 1200억 원을 새롬기술에 몰빵 하는 일생일대의 대실수를 하게 되는 거죠. 사람이 냉정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는 상황에서 하는 결정은 실패로 끝날 획률이 높습니다. 탐욕이 정상적인 이성의 작동을 막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성민의 연기만 빛나는 게 아니라 연상호 감독의 명작 ‘지옥’에서 박정자 역을 맡아 후속 편에서 지옥을 다녀온 유일한 인간 역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신록(송중기 고모 역)의 미친 듯한 연기 또한 압권입니다_ 서울대 지리학과 출신으로 싹아지 없는 재벌 2세를 어찌 이리 실감 나게 연기할 수 있을까 감탄사를 연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정말 리얼리티의 궁극입니다. 지옥에서 지옥행 전날 밤을 꼴딱 새우고 문을 연 김신록의 얼굴은 정말 내가 지옥에 가는 구나라고 확신하지 않으면 절대 드러나지 않을 그런 얼굴이었습니다. 보는 사람들은 저승사자가 나오기도 전에 지옥문이 열린 것처럼 느껴져 정말 공포스러웠죠.
시청률이 도대체 얼마까지 올라갈지,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16강에서 떨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이 드라마에 더욱 몰려들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어쩌면 ‘낭만 닥터 김사부’ 이후에 처음으로 시청률 30%를 넘는 심야 드리마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제작사 래몽레인의 주가예요. 주가는 항상 실적을 선반영하지만 래몽레인의 주가는 11월 25일 즉 4회 방영할 때 3만 9천 원으로 상한가였고 그 후 죽 내리막길을 걸어 오늘 3만 원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 사이에 대주주가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하면서 차익 실현을 했던 게 하락의 결정적 원인이었죠. 누구 말 대로 우리는 CEO 믿고 장기 투자하는 건 장기 상하는 지름길인 것 같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재벌집 막내 주식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래몽레인에 뒤늦게 뛰어든 동학개미들은 대주주의 행동이 원망스럽기 그지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