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CEO가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도 50%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테슬라의 현재 주가는 일론 머스크가 있었기에 이 정도까지 올라왔고 올해 그렇게 죽을 쑤는 이유도 바로 CEO 머스크 때문이죠. 삼성전자의 오늘을 만든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무리 못해도 50%는 될 겁니다. 저는 CEO는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며 따라서 제가 가장 맡기 싫은 직업이라는 점을 잘 압니다. 그 대신 저는 좋은 CEO를 찾아 그 기업의 재무제표보다 일단 CEO의 통찰력과 선견지명 그리고 결단력을 믿는다면 무조건 투자하고 보렵니다. 저는 숫자보다 어쩌면 인간을 더 믿는 거죠.
그래서 저처럼 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CEO 각 개인의 리더십과 예지력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하지만 CEO 일반론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요긴한 책이 ‘세계 최고의 CEO는 어떻게 일하는가 : 맥킨지가 밝히는 최정상 리더들의 성공 마인드셋’입니다. 세계 최고의 CEO는 아무나 만날 수 없죠. 살인적인 스케줄이 곧 성공한 CEO의 일상입니다. 그들을 만나 조언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맥킨지 컨설팅이죠. 이 책은 미국의 맥킨지 본사 컨설턴트 중에서도 톱 파트너들이 함께 쓴 CEO학입니다.
저자들은 CEO의 역량을 평가하는 데 6가지 툴을 제시합니다. 채의 목차이기도 한데요,
1) 방향 설정 능력입니다. 비전 제시 능력이면서 자원 배분 능력이죠.
2) 조직적 합의입니다. CEO가 맡은 분야를 얼마나 꼼꼼하게 챙길 것인가의 문제죠.
3) 리더를 통한 조직 운영 : 팀워크와 인재 발굴 역량입니다.
4) 이사회와의 협업 : CEO는 이사회에 책임을 지고 이사회는 주주에게 책임을 집니다. 이사회외 CEO의 관계는 껄끄러울 수도 있고 협력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사회와 갈등을 빚으면 스티브 잡스처럼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자신이 쫓겨나기도 합니다.
5)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를 챙기는 몫도 CEO의 역량입니다.
6) 개인의 효율성 관리 : 자신의 리더십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CEO가 주주들에게 돈을 벌게 해 줄 가능성이 높죠.
이 여섯 가지 항목에서 어떤 CEO들이 최고의 평가를 받을까요? 맥킨지에 따르면 일단 비전 설정에서 중요한 역량은 담대함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강심장인 CEO라도 위기를 앞두고 담대해질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병철 이건희 회장 같은 CEO는 하늘이 내려주신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담대함에 관해서 두 부자를 따를 수 있는 사람은 제가 볼 때 없습니다.
두 번째 항목은 추상적인 것들을 얼마나 구체화할 수 있는지 그 역량이 중요하죠.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연구진과 개발진에게 분명한 구체적인 목표로 바꿔 말할 줄 알았습니다. “일본을 이기면 되겠네요.” 이건희 회장은 전형적인 카리스마형 리더인데, 상당히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자율에 맡기면서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MS의 사티아 나텔리도 이런 관점에서 좋은 CEO죠.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할 때 소니의 반대를 예상하고 우리는 당신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비디오 게임을 하려는 게 아니라 클라우드 게임을 하려는 것으로 우리와 당신은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죠.
세 번째 항목은 얼마나 팀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능력이 없다면 절대 좋은 CEO가 될 수 없습니다. 맥킨지에 따르면 좋은 CEO는 천재적인 악기 연주자가 아니라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는 사실이죠.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장 탁월했던 CEO는 실제 독일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공부했던 소니의 오가 노리오 회장입니다. 그는 음대 출신이니 가전이나 IT 쪽을 모를 수밖에 없죠. 그는 소니의 전성기를 위해 그 자신이 회장으로서 전권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적임자를 찾아 그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쪽으로 포지셔닝했습니다. 결과는 2000년대 삼성에게 잡히기 전까지 근 40년 간 이어져 온 세계 최강의 자리였죠.
네 번째 항목은 이사회의 이사진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우리나라는 기업의 CEO 아니면 회장들이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과 일본은 다릅니다. 맥킨지는 좋은 기업은 사외이사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기업이라고 말합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견제는 반대되는 개념 같은데 재가 볼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유니클로 아나이 다디시 회장은 일본 극우본색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입니다. 손 회장이 그에게 삼고초려를 하면서 사외이사를 부탁한 것은 자신과 스타일이 정 반대인 이나미 히장이 자신에게 진정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소프트뱅크에서는 현 미야우지 CEO부터 시작해 손정의와 가까운 모든 인사들이 손정의교 교도라고 해도 될 정도로 주군에게 충실합니다. 반대를 절대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죠. 그래서 그는 매사 따지고 보수적인 이나미 회장이 진정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와 친해지려고 적극 노력한 겁니다. 이나미 회장은 손 회장이 보다폰을 인수해 통신 사업으로 뛰어들 때는 대 환영이었지만 우버다 디디추싱 등에 투자해 공유경제에 투자하려고 할 때는 손 회장에 반대를 하면서 사외이사를 직을 버리고 소프트뱅크에서 나갔습니다. 실제 최근 2년 동안 소프트뱅크가 사상 최악의 해를 보내는 이유는 암 인수 때문이기도 하지만 코로나로 공유경제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진정한 반대자를 진정한 친구로 여겼던 손회장의 리더십은 역시 대단하다고 봐야죠.
다섯 번째 기준에서 매킨지의 제안은 사회적 목적 실천의 의지를 가지고 기업을 포함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사회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ESG를 만든 블랙락의 래리 핑크 회장 같은 이가 전형적인 사례겠죠. CEO는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요구되며 그 관계자에는 노동자는 물론 시민 사회도 포함됩니다.
마지막 기준에서 맥킨지가 제시하는 대안은 오직 CEO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지 여부입니다. CEO로서 자신만의 캐릭터가 있는지 있다면 일관되게 유지하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팀 쿡은 최고의 CEO죠. 애플이 위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애플이 그래도 애플인 이유는 팀 쿡이 보여주는 일관적인 리더십입니다. 맥킨지는 좋은 CEO는 회사 내에 키친 내각을 만들어 좋은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볼 때는 알파벳의 이사회 의장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업무 시간 중에도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을 만나도록 장려해 CEO는 물론 엔지니어까지 낯선 사람들로부터 창의성을 주입받도록 하는 낯선 사람 효과는 구글이 그 느슨한 조직 문화에도 불구하고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도록 만든 주요인이죠.
어떻게 보면 투자자의 입장에서 그 기업의 사업 모델보다 그 기업의 CEO를 먼저 보는 게 중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6가지 원칙 위에는 너무나 분명한 CEO의 역할, 이윤을 내겠다는 목표가 분명히 있고 좋은 CEO가 나쁜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하는 경우보다는 반대의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수익모델이란 시장에서 기업으로 건너오는 게 아니라 역으로 좋은 CEO는 없는 수익 모델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은 위대한 CEO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전제조건이고 투자자는 그것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요즘 제일 뜨고 있는 재벌집 만내 아들의 진양철 회장 버전으로 마무리를 하자면 그 회사는 뭐 하는 회사인데 주가가 잘 나가노? 가 아니라 그 회사는 누가 경영하길래 실적이 좋노라고 질문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