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은 영원히 우상향 한다. 이 말만큼 부동산 투자자 혹은 일반 국민 사이에서 널리 퍼진 이야기가 없습니다. 부동산 투자를 하든 1가구 1 주택에 영원히 만족해서 살든 사람들은 부동산으로 돈 번 사람들은 많아도 주식으로 돈 번 사람들은 주변에 없다며 대한민국에서 재테크의 끝판왕은 부동산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죠. 부동산 불패는 신화이고 그중에서 절정은 아파트 영원한 우상향 신화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부동산 전문가 중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 소장의 세 번째 책 ‘아파트 주자는 사이클이다’에서 이 말은 절대 진실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강남의 아파트가 2009년부터 시작된 침체기에 미분량 되어 분양가보다 40% 할인된 가격에 자동차까지 덤으로 주면서 팔아야 했던 것을 기억하는 분들은 얼마 안 되실 겁니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 34억 원에 팔렸던 타워 팰리스 아파트는 침체기가 이어지던 2013년에 18억 원에 팔렸습니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거의 반 토막 나는 침체기가 수십 년 전도 아닌 불과 10년 전에 일어난 일임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지 못하고 부동산 불패 신화를 철썩 같이 믿고 있다는 이야기죠. 그에 따르면 이 세상에 영원히 우상향 하는 투자 수단은 없습니다. 그 높던 비트코인도 2022년 최악의 한 해를 보내며 2017년 이전으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책 부제에도 있지만 무라가미 구니오의 4계절 이론처럼 부동산에도 상승장이 있고 하락장이 았습니다. 주식 시장에 뛰어든 개미들은 상승장에 뛰어들다 하락장에 손해 보고 팔듯이 부동산 투자자들도 얼마든지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사람들이 손절을 하지 않고 그냥 버티고 앉아 살다가 상승장이 오면 그때 팔기를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주식과 비교했을 때 부동산은 투자자들이 조금 더 인내심을 발휘한다는 점 외에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없습니다. 흔히 부동산은 사놓으면 떨어지지 않는 예금계좌 같은 안전자산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보다 더 한 사기는 없다는 것이 이 소장의 직언입니다.
이 소장은 부동산은 입지가 전부라는 주장도 잘못됐다고 말합니다. 입지가 중요한 건 맞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시장 상황이라는 거죠. 지금 같이 거래량이 정체된 절대 빙하기에서는 강남 아파트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그는 지금의 부동산 폭락을 금리 하락으로만 설명하지 않습니다. 상승 뒤에 하락은 반드시 찾아오기 때문이라는 거죠.
물론 그는 부동산 하락론자는 아닙니다. 부동산 전문가가 부동산 가격 하락론자가 된다는 건 밥줄이 끊어져도 좋다는 뜻이겠죠. 그러나 그는 부동산을 움직이는 4대 요인으로 심리, 전세가, 분양, 정책을 꼽으면서 4 가지 요인 모두 부동산 가격 하락을 조장하지 이를 뒤집을 모멤텀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2009년부터 4년 간 있었던 침체기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죠.
이런 상황에서는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있는 1 주택자가 유리할까요? 아닙니다. 그에 따르면 하락장에서 더 피해를 입는 이는 똘똘한 한 채를 지닌 사람들입니다. 실거주가 아닌 투자로 집을 구매한 사람들은 버티면 됩니다. 그러나 2020~2021 영끌을 하면서 집을 구매한 실거주자들은 금리 올라가지 세금 내야지, 아파트 가격은 산 가격보다 떨어지지 정말 지옥이 따로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죠.
저자는 부동산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쉽다지만 이 하락장이 언제 끝날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투자에 있어서 한 가지 상황으로 사고가 고정돼 버리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다며 상황은 늘 가변적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예측보다 빠른 대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가 볼 때 하락장에서 상승장으로 돌아설 때 분명 징후는 있습니다. 전세가 율 상승이 신호입니다. 지금은 전세가도 떨어지면서 갭 투자를 더 어렵게 만듭니다. 그러나 전세가와 매매가의 갭 차이가 줄어든다면 구매자들이 그럴 바에야 집을 사고 말지라는 식으로 생각을 바꿉니다. 그리고 지금은 대구를 중심으로 미분양이 폭증하는 상황이지만 그 미분양이 줄어드는 시점이 매수 타이밍입니다. 앞으로 오를 수 있다는 신호죠 그리고 폭등하기 시작하면 주변에 아파트 주인들이 계약 파기를 한다, 위약금을 준다 는 등의 소식이 들릴 때입니다. 강남 서초보다 오르고 그다음 송파 목동 그리고 마용성이 오르고 맨 나중에 지방이 오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은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의 벽에 부딪친 한국 경제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죠. 한국은 전세 제도란 게 있어서 집 값이 일본처럼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이 소장의 주장이지만 저는 어쩌면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듭니다. 저는 부동산 매매에서 심리보다 더 중요한 게 학군이고 실 수요자들은 학군 때문에 상급지로 옮기고 싶은 초등 고학년 학부모들이라고 생각하는데 1~2월 신학기를 앞두고 이들이 움직인다면 약세장이 빨리 끝날 수도 있지만 이들마저 움직이지 않는다면 침체장이 길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처럼 빈 집이 속출하면서 집 값이 몇십 년 동안 떨어지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대한민국 맹모들의 교육열은 이런 걱정을 기우로 만들어 버릴 힘이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소장의 탁견 중 제가 동의하기 힘든 주장을 짚고 넘어가죠. 그는 아파트는 오히려 중대형 평수가 소형 평수보다 전망이 좋다는 주장을 합니다. 1인 가구 증가로 소형 평수의 수요가 늘 것이라는 일반인의 예측과는 반대로 생각하고 있죠. 그 이유는 공급 때문입니다. 지금 소형 평수의 공급은 너무나 늘어났습니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중대형 평수의 아파트는 건설사들이 거의 짓지 않고 따라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는 벼락 거지는 상승장이 아닌 지금 같은 하락장에서 생겨나는 법이라며 부동산 전문가의 말을 너무 믿지 말고 부동산 경매 공부한다고 학원에 비싼 수강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부동산 공부는 모두 가짜라는 충격적인 주장도 하죠. 저는 부동산도 공부가 꼭 필요하며 공부한 만큼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입장이라서 이 소장과 견해가 다르지만 부동산 공부=경매=권리분석 이란 식으로 단순화시켜서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백 만원을 들여 경매 학원에 달려가는 사람들은 일종의 부화뇌동 매매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그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나온 부동산 책들과 다른 관점에서 좀 더 객관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현상황을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 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