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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진상 Dec 24. 2022

이 비탄의 투자 세계에서 힐링의 수학책을 발견하다

요즘 코스피 나스닥을 보면 그야말로 비참합니다. 나스닥은 닷컴 버블 이후에 최악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애플 아마존 구글 테슬라 메타 마소 등 6대 기업이 올해 빠진 주가가 8000조 원으로 국내 주식 시장 전체 규모의 4배 수준입니다. 2900으로 시작했던 국장은 지금 2300 밑에서 한 해를 끝낼 것이 기정사실로 보입니다. 다음 주 초에 대주주 보유세를 피할 목적으로 수 조 원의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게 뻔하거든요. 참으로 비탄스러운 한 해죠. 시장은 어려운데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투자자들은 올 한 해 지독한 상실감을 느끼며 속은 쓰라림 그 자체고 얼굴은 분노와 슬픔으로 화끈거립니다. 

이럴 때 위로가 되는 책이 자기 계발서겠지만 저는 이 수학 책에서 정말 많은 힐링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수학에서 위로를 찾을 수 있을까요? 프랙털 기하학자인 마이클 프레임 전 예일대 교수의 책 ‘수학의 위로’는 비탄이라는 정서의 하부구조를 프랙털 이론으로 풀어가는 독특한 책입니다  비탄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때 느끼는 상실감입니다. 저자는 고모를 시작으로 어머니 아버지 고양이를 차례로 잃은 뒤 비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비탄은 자기 복제를 큰 특징으로 합니다. 비탄은 비탄을 낳고 그 비탄은 또 다른 비탄을 낳아 끝없는 비탄의 연속을 만들어내는 프랙털입니다. 비탄은 어찌 보면 무한과 가장 유사해 보입니다. 슬픔을 넘어 비탄에 빠지면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주식 시장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무기력과 비탄 두 단어입니다. 저자는 평행 우주 무한 프랙털 이론 그리고 비탄을 하나로 묶습니다. 

비탄의 슬픔과 차이점은 그 감정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는 느낌입니다. 비탄은 어찌 보면 끝이 없는 슬픔이지요. 영원히 지속되는 무한은 그 어떤 가능성도 0이 아닌 평행 우주를 자연스럽게 결론으로 제시합니다. 비탄에 빠졌을 때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차선책은 또 다른 우주 어디에 선가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상상입니다. 그 상상력에서 테드 창의 멋진 단편 소설이 탄생한 거죠. 비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본인의 정서는 어찌 보면 프레임 교수의 생각과 많이 닮았죠. 저자는 말합니다. 

“아름다움의 초월성은 비탄과 아름다움, 그리고 아름다움과 기하학 사이의 관계를 보고자 할 때 필요한 마지막 조각이다. 우리가 비탄과 아름다움을 경험할 때에는 주변 환경의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지닌 엄청난 정서적 무게를 지각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사람이 극단적인 슬픔을 느낄 때 오히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은 언뜻 보면 반직관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시간의 불가역성이야말로 이 우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열쇠말입니다. 이는 우주의 영원한 법칙으로 저자는 인간들은 그 불가역성을 가까운 존재의 죽음으로 느낀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 열렸던 문이 닫히면서(죽음) 새로운 기하학 공간이 열리는 프랙털 구조처럼 인생을 지헤롭게 그리고 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자세를 배우고자 말합니다. 부모님의 죽음이나 사랑하는 반려 동물의 죽음처럼 비탄스럽지는 않지만 존재할 수 있었던 이 모든 것이 그저 가능성으로 끝나면서 사라질 때 그는 비탄의 연습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는 조언합니다. 실재할 수도 있었지만 사라진 것에 대해 비탄을 느끼는 연습을 한다면 실제 만나게 될 진짜 비탄의 세계에 대한 백신을 미리 맞는 셈입니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새로운 선택을 하지 않는 순간이 오지만 그때까지는 나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선택의 기회가 놓여 있다는 믿음을 갖고 산다면 이는 기하학적으로도 옳을뿐더러 비탄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대처법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죠. 시장이 어렵다 보니 어려운 수학 책은 왠지 꺼려지는 시점인데 이 책은 수학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면서 동시에 인생과 삶에 대한 통찰이 인문학자만의 고유한 능력이 아님을 보여준 아름다운 수학에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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