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컨설팅을 하다 보면 트렌드의 변화에 비해 직업 그리고 대학에 대한 선호도는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김난도 교수의 책을 보면 공통되는 키워드가 없을 정도로 해마다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 같은데 대학 선호도나 직업 선호도는 제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변화가 생겼습니다. 직업에서 선호도가 변하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사실이 느껴집니다. 몇 년 전까지 유튜버가 인기 직업의 상위권에 올라왔다면 최근에는 이 직업이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 마치 예전에 연예인을 꿈꾸던 학생들이 많았던 것처럼요. 일단 몇 년 전부터 웹 툰 작가가 되겠다는 학생들이 많이 발견됩니다. 심지어 고 3인데 수능 학원에 다니지 않고 웹 툰 학원에 다니는 학생을 보았습니다.
학부모들은 화를 내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절망에 빠지는 경우도 보았죠. 그런데 그런 학부모님들에게 조용히 말씀드립니다. 어머님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청강문화산업대가 정시에서 수능 컷이 얼마나 되는지 아냐고 말씀드리면 그런 대학은 처음 들어본다고 말씀하십니다.
제가 학부모들에게 위로가 아닌 희망을 드리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입니다. 2022년에 웹툰 시장은 1조 5천 억 원으로 거의 50% 급증했습니다. 올해처럼 반도체는 물론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에 채권까지 거의 전 종목이 침몰하고 세상이 끝나가는 분위기 속에서도 50% 성장하는 분야가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죠
한국콘텐츠 진흥원에서 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작가 중 1년 내내 연재하는 작가들의 경우 평균 수입이 1억 원을 넘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단서가 붙죠. 1년 내내 연재한다는 것, 아무리 웹툰이 좋아서 웹툰작가가 된다고 해도 이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웹툰작가는 하루에 10시간 이상 주 6일 노동을 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들 중 8-% 이상이 휴식 부족, 건강 악화를 호소한답니다.
사실 출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직장 생활하면서 인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없는 대신 독자들의 악성 댓글이나 플랫폼 업체들의 갑질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한 듯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1년 내내 연재를 할 수 있다면 20대의 나이에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죠.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에 취업해봐야 1년에 5천 만 원 정도 받는 현실을 보면 웹툰작가는 상당히 금전적으로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웹툰 작가에게 과연 정년이 언제까지인지가 문제죠. 게임 코딩은 30대면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통설이 있습니다. 제가 기사가 궁금해서 콘텐츠 진흥원에서 해당 보고서를 다운로드하여 읽었더니 40대 이상의 웹툰 작가도 20% 이상 됩니다. 생각보다 나이가 든 웹툰 작가들이 꽤 많은 거죠. 다만 데뷔 연도가 2017년 이후라는 대답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웹툰 시장의 성장세에 따라 이들이 얼마나 오래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할지가 결정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웹툰 작가를 오래 하고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기 때문이죠.
그런데 기사는 웹툰작가가 평균 1억 원을 번다는 사실에만 주목했지만 가장 중요한 비율을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즉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연예인 같은 사업인지 직업 전반적으로 고소득이 보장되는 의사 같은 경우인지를 짐작케 해주는 자료는 진흥원 자체 자료에 포함되어 있지만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았죠. 그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수입이 5000만 원 이하라고 답한 사람이 80%입니다. 즉 웹툰 작가는 잘 나가는 소수가 평균값을 끌어올리는 프로스포츠나 연예인과 비슷한 직업이라는 이야기죠. 최빈값은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사이로 평균값과 많이 차이나죠.
즉 10억 이상의 소수의 인기 웹툰 작가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평균값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웹툰 작가는 1만 명 수준이고 해마다 웹툰 관련 학과에서 수많은 웹툰 작가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지금 인서울 4년제는 웹툰 관련 대학이 없고, 고양시에 제2 캠퍼스가 있는 중부대에 웹툰 학과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웹툰 학과들은 2~3년제이거나 4년제의 대학 중에서 충청권 이남의 대학들이죠. 그런데 지금 같은 추세로 웹툰 산업이 성장하면 서울권 대학에서도 웹툰 학과가 개설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보니까 현직 웹툰작가 중에는 60대도 있고 22년도에 데뷔한 작가 중에 만 49세도 있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웹툰 작가가 프로 게이머는 물론 게임 개발자보다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웹툰이 아무리 인기가 많아져도 성인 다수는 여전히 미래를 걱정하고 자녀가 정말 먹고살 수 있을지 걱정하시겠지만 문화 콘텐츠 산업에 해박한 저로서는 웹툰의 미래가 아주 밝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