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안 좋을 수 있을까요? 2300 밑으로 추락할 거라는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 2900에서 2300 그전에 작년 여름부터 시작된 스멀스멀 하산 작전이 1년 6개월째 이어지며 그때 막차 탔던 개미들은 거의 3분의 1 토막이고 종목에 따라서는 반토막도 수두룩한 최악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특히 12월 산타 랠리를 기대했던 심리와 반대로 한국 증시 사상 최초로 7주 연속 마이너스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선사하며 증시에 뛰어든 거의 모든 개미들이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주변에 가족이든 친구든 주식으로 큰 손해를 본 사람들이 반드시 한 명 이상은 있을 겁니다. 저는 ‘재벌집 막내아들’이 예상과 덜리 삼성으로 상징되는 순양 재벌의 해체로 결론을 낸 이유 중에 하나가 삼전에 투자한 많은 개미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병철-이건희 회장에 비해 이재용 회장은 경영 능력을 믿을 수가 없다는 동학개미들의 생각과 분노를 반영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개미가 타고 있어요’라는 드라마까지 등장했지요. 개미가 호랑이 등을 탄다는 게 아니라 마음이 탄다는 뜻이겠죠. 원망의 연속입니다. “그걸 왜 샀을까?” 이 자책이 투자자들을 괴롭히죠. 공매도하는 외국인과 기관을 미워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식 유튜버를 탓하기도 하고 이 시점에도 매수를 권유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삼성전자가 8만 전자라고? 아닌 7만 전자되었다고? 뛰어든 개미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5만 원대 중반으로 이 하락세면 어쩌면 코로나 폭락 시점 때 최저점인 4만 전자까지 갈 수도 있다는 공포가 편도체를 지배합니다. 월드컵 결승까지 올라간 TSMC의 승승장구와 너무나 대비되는 악몽의 한 해였죠
현재 연초 대비 주식에 몰린 돈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다 은행 예금으로 갔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코스피나 그보다 더 떨어진 코스닥이나 여름부터 하락세에 접어든 부동산이나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비트코인이나 미국 주식 그리고 믿을 수 없는 나라 중국주식 모두 대안이 아니죠. 그냥 은행에 맡기는 최선의 재테크가 된 우울한 한 해였습니다.
올 한 해 주가를 하락시킨 으뜸 요인은 매크로 이슈고 그 가장 큰 책임은 푸틴에게 있습니다. 사실 지난 해말 푸틴이 전쟁을 일으킬 거라고 예측했던 사람들이라면 풋옵션이나 공매도를 쳤겠죠. 그런데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이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릅니다. 지난해 3600 정도는 갈 거라고 예상했던 증권사 하우스들도 모두 몸을 사립니다. 2600 정도를 예상하는데 이 정도만 되어도 한국증시가 선전하는 거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사실 많은 투자자들이 내년에는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서 지금보다 더 떨어질 거라고 불길한 예측을 하기 때문이죠.
정말 2022년보다 더 암울한 2023년이 될까요? 그렇게 될지는 미리 살아본 진도준 같은 이가 아니라면 알 수 없지만 저는 그래도 희망을 갖는 게 희망을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입니다. 일단 정신적으로 그렇다는 거죠. 결국 KBS 박종훈 기자의 말 대로 금리 물가 전쟁 에너지라는 4대 악재를 만난 인류가 어떻게 위기를 대처하느냐에 따라 주가는 결정되겠죠. 주가가 먼저 올라 경제나 정치를 바꾸는 일은 제가 볼 때 안 일어날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 동학 개미들은 전 세계 개미들과 연대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도록 노력하는 게 대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휴머니즘이라는 대의명분에도 맞는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