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초까지만 해도 넷플릭스에 투자하는 사람은 바보로 취급받았습니다. 러시아 우크라니아 전쟁으로 러시아 가입자 수가 빠지면서 전체 가입자 수도 줄어든 게 주가 폭락의 견인차였죠. 그렇게 200달러 밑으로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면서 리틀 버핏 빌 애크먼까지 3억 달러 가까이 손해를 보며 전량 매도에 나셨죠. 이게 바닥의 신호였습니다. 거의 모든 미국 주식 전문가가 넷플릭스는 끝났다며 더 손해 보기 전에 팔라고 조언했죠. 그런데 그때부터 넷플릭스는 저력을 발휘하며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다가 넷플릭스의 22년 4분기 실적(770만 신규 가입자 증가)이 나오면서 넷플릭스의 주가는 더욱더 올라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두 배 올랐습니다. 회복탄력성 하나는 끝내주죠. 작년 4월에 넷플릭스에 들어가신 분들은 이 끔찍한 하락장 속에서도 두 배를 먹을 수 있었던 거죠. 이래서 주식 전문가의 말은 전혀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 반대로만 하면 꿀이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즉 사라는 주식을 팔고 팔라는 주식을 사면 돈을 번다는 이야기죠. 주식은 알고 보면 역설로 넘쳐나는 비정상이 정상인 세상입니다.
그런데 빌 애크먼은 좀 다르죠. 그는 버핏의 리틀 버전이라고 불리는 천재 투자자니까요. 개인자산도 34억 달러가 넘고 얼굴도 아주 잘 생겼습니다. 현재 와이프는 할리우드 최고 미남 배우 브래드 피트를 이기고 쟁취한 MIT 박사입니다. 그가 자신이 잘못 선택했다며 3개월 동안 5000억 가까이 손해를 보며 마침내 최저점에서 손절했으니 사실 내일 주가는 아무도 못 맞힌다는 말이 진리인 듯싶습니다. 그 이야기는 증시에서는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업다는 말도 됩니다. 지금은 이를 땅을 치고 후회를 하고 싶겠지만 제가 아는 한 애크먼은 매몰비용에 함몰되는 사람이 아닙니다. 분명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사람이죠.
빌 애크먼은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캐피털의 회장입니다. 아직 만 60이 되지 않은 젊은 부자지만 그는 여러 면에서 버핏과 닮았습니다. 특히 생각이 비슷합니다. 그는 꾸준한 수요가 있는 비즈니스인지, 남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강력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지, 지금 형성된 주가가 합리적인지를 중요하게 본다는 점에서 버핏의 투자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수제자입니다. 물론 그도 한 때는 공매도로 돈을 벌기도 했지만 2021년부터는 포지션을 정리해서 오직 매수 입장에서만 시장을 바라봅니다. 그의 말은 미국 경제 언론들이 받아쓰는 교과서처럼 여겨지는데요, 그는 23년도에도 고금리 고물가가 이어질 거라고 보며 주식의 매수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사례처럼 그가 한 말이 반드시 실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 때는 지옥이 온다며 대 폭락을 예견했었는데 시장은 급반등 하며 사상 최고의 한 해를 보냈죠. 그러나 그는 예측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선물 옵션 투자에서는 끝내주는 실적을 보였습니다. 헤지펀드라는 개념을 만든 설립자나 다름없는 조지 소로스나 그의 동업자 짐 로저스나 모두 선물 옵션으로 돈을 벌였죠. 그도 작년 초에 미국 달러 상승에 베팅을 해서 4억 달러 짜리 스왑션 매수로 28억 달러를 벌었습니다. 하루에도 7배 아니 수 백 배를 먹을 수도 있는 게 옵션이고 이를 외환 시장과 연동한 스왑션은 고수 아니면 시도하기 어려운 진정한 달인의 영역이죠. 저도 자산관리사 시험 준비하며 파생 상품 공부를 했는데 스왑션은 옵션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더라고요.
그런 그가 넷플릭스 대신에 사랑을 듬뿍 주는 주식이 있어 화제를 끕니다. 도대체 어떤 주식일까요? CP라는 철도주를 400% 늘렸습니다. 넷플릭스 외에 도미노는 전량 매도해고 이 카나디안 퍼시픽 주식은 지난해 대폭 늘린 겁니다. 그가 주식 매집에 나선 이유는 두 가지로 풀이됩니다. 결국 리오프닝이 되면 물류가 늘 것이고 철도 시장의 전망은 더욱더 밝아질 것으로 본 것이죠. 리쇼어링 정책이 트렌드가 되면서 항공 운송보다 자국 운송에서 주로 이용되는 철도 운송은 더욱더 수요가 늘 것이라고 예측한 겁니다. 미국은 중국과 거래는 계속 줄이고 캐나다와 멕시코와 거래는 늘릴 텐데 CP는 멕시코까지 노선을 늘리면서 북미 물류의 핵심이 될 것으로 그는 전망한 거죠. 실제 그가 주식을 매입한 이유는 CP 주식은 10% 정도 올랐죠. 그는 CP 외에 치플레와 힐튼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죠. 그리고 로우스라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테리어 회사입니다. 종합 인테리어 자재를 판매하는 미국의 소매기업으로 현재 애크먼의 포트폴리오 중 무려 25%를 차지합니다. 2018년에 들어간 그는 당시 2위였던 로우스가 업계 1위가 되는 걸 보았죠. 100 달러 밑에서 사서 지금은 두 배를 먹었습니다.
빌 에크먼을 보면 그는 선물 옵션 장기 투자를 별개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리 구사하는 일종의 변화구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을 알 수 있죠. 아무리 빨라도 직구만 던지면 타순이 한 바퀴 돌아 눈에 익으면 맞기 시작합니다. 빠른 직구가 주식이라면 체인지업 포크 볼 커브 볼 등의 다양한 변화구는 선물 옵션이라고 할 수 있겠죠.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변칙에도 능한 자가 부자와 미인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빌 에크먼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