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교수의 책 ‘중국의 통치 체제’를 읽다 보면 중국 공산당에 관해서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게 되는데요, 그중에 백미는 중국 공산당이 새 당원을 뽑을 때 도덕성을 중시하면서 혼외정사 여부를 검증한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렇죠. 중국은 도덕경을 쓴 도덕의 나라죠. 그런데 중국에서 부패한 공산당원 기사 뜰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게 축첩입니다. 부패를 하는 이유가 첩을 여러 명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특히 젊은 여자들의 사치를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하고 이는 부패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는 게 시진핑의 생각 같습니다. 시진핑이 부패와의 전쟁을 하면서 호랑이도 잡고 파리도 잡히면서 중국 특유의 부패 문화도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지만 아직 멀었다는 게 조교수의 지적입니다. 현재 중국의 부패 정도는 아시아에서 주요 경쟁국인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에 모두 뒤처집니다. 20위까지 선진국이라고 할 때 싱가포르 홍콩 일본이 여기에 해당하죠. 중국은 조사 대상국 중에서 40위 정도입니다. 옛날에는 뒤에서 새는 게 빨랐는데 시진핑 집권 이후에는 확실히 순위가 상승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처음부터 축첩제와 전족 등을 봉건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공격했습니다. 어쩌면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의 부패와 전통적인 여성착취 문화 덕분에 집권할 수 있었겠죠. 중국 공산당 원 중 여성 비율은 초창기에 10% 이하에서 최근에는 25% 정도까지 상승했습니다. 아직 5대 5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올라가는 중이죠. 그러나 시진핑을 비롯 주요 정치국원 중에서 여성이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 이 비율은 사실 의미가 없는 셈입니다. 여전히 중국 공산당은 한족 남성들을 위한 당이라는 설명이죠. 마치 실리콘밸리가 백인 남성의 놀이터이듯이 말입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공산당은 우리 대학생들이 일 년에도 수 백 개의 자소서를 쓰듯 자기검토서를 수시로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자기소개서 전문가인 저에게는 중국으로 건너 가 중국 공산당 대상으로 자기검토서 잘 쓰기 특강이나 개인 컨설팅을 하면 돈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 공산당이 공개한 샘플을 보고 포기했습니다. 이건 자기소개서의 반대입니다. 즉 장점 잘 한 점 위주로 치적을 쓰는 게 아니라 내가 뭐가 문제인지 뭐가 단점인지를 쓰는 자기 비하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런 글의 지도는 아마 ‘인간 실격’을 쓴 다자이 오사무가 환생하면 최고의 1타 강사가 될 것 같습니다. 책에는 샘플이 실려 있는데요. 일단 시작은 이렇게 하랍니다.
“나는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사, 덩샤요핑 이론, 삼계대표 중요 사상에 근거하여 자기 검토서를 작성했다.”
마르크스가 지옥에서 이 검토서를 읽다 보면 쓴웃음을 치겠습니다. 아마 이렇게 말하겠지요. 지금 중국이 마르크스 레닌주의라면 아마 제가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닐 겁니다.
그리고 모범 사례로 제시된 글들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나는 정치 학습에 대해 잘못된 태도와 자세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정치 학습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중략)
“나는 과학적 발전관을 수립하여 생활과 가치에 적용하는 데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과학적 발전관이 갖는 중요성과 긴박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중략)
그리고 마지막은 이렇게 끝내랍니다.
“나는 당원으로서 당이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중략)
보니까 중국 공산당은 자기검토서 사교육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도록 내용과 형식 그리고 표현법을 정해놓고 있더라고요. 이런 공통된 규제 하에서만이 생각과 행동이 하나로 통일(획일이 맞겠죠.)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조 교수의 분석입니다. 이런 똑같은 글을 매일 씀으로써 반복적으로 당이 요구하는 가치를 암기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정확한 사상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게 조교수의 지적입니다.
이거야말로 언어공학이며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등장시킨 신언어 아닐까요? 중국의 개방 개혁을 진짜 자본주의로 착각하고 중국 자산에 투자하시려는 분들은 조영남 교수의 책을 꼭 읽고 정치적 리스크를 반드시 고려하신 뒤 투자하시는 게 답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이 시진핑의 3 연임과 공동부유론을 연결시키려는 서구의 우려를 서둘러 진화하며 계획 경제로 돌아갈 일은 절대 없다고 말하는 지금이야말로 중국 공산당의 속내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