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쾌락이 쌍둥이인 이유 ‘도파민네이션’

by 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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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중에 고통을 자주 혹은 매우 자주 느낀다는 응답은 무려 34%입니다. 이 숫자는 세계에서 제일 높고, 전체주의 사회에서 통제된 삶을 사는 중국인 19%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죠. 물론 중국인에게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제대로 답변했을까 라는 의구심도 들지만 세계에서 미국인은 고통을 가장 많이 느끼며 불행하게 사는 비참한 국민들입니다.

고통을 느끼면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물은 반사적으로 쾌락을 찾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약물중독자가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가 됐죠. 약물이 도파민을 끝내주게 많이 배출해내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초콜릿이 주는 도파민을 1로 했을 때 섹스는 2 담배는 3, 코카인은 4, 할리우드 SF 감독들의 영감의 원천 필립 K 딕의 미친 상상력의 비결이었던 ADHD 치료제 암페타민은 무려 2000배입니다. 당연히 도파민의 분비량이 많아지면 중독성은 높아집니다.

학부에서는 인문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 의학 전문대학원에서 신경정신학을 전공한 정신과 의사이며 스탠퍼드 의대 교수인 애나 렘키는 ‘도파민 네이션’에서 고통과 쾌락은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되는 쌍둥이 감정이라고 주장합니다. 쾌락과 고통은 쌍둥이이면서 시소와도 같습니다. 쾌락 쪽에 사람들이 많이 탄다는 것은 비유를 든 것이고 실은 마리화나에 코카인에 헤로인까지 같이 하는 경우를 들 수 있겠죠. 그러면 시소는 반대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즉 고통도 함께 올라간다는 거죠. 지독한 쾌락 뒤에 지독한 고통이 따라오는 것은 이런 이치 때문입니다. 모든 쾌락에는 대가가 따르고 거기에 따른 고통은 그 원인이 된 쾌락보다 더 오래가며 강합니다.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마약이나 약물에 의지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즐거운 자극에 오랫동안 반복해서 노출되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감소하고, 쾌락을 경험하는 우리의 기준점은 높아집니다.

고통의 증가와 쾌락의 증가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악순환의 쳇바퀴가 된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정확히 알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쾌락의 중독된 사람들이 원하는 도파민을 이런 식으로 독특하게 이해합니다. 도파민의 D는 데이터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거죠. O는 목적입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듯이 사람들은 온갖 이유로 고도의 도파민을 야기하는 물질과 행동에 의지합니다. P는 문제입니다. 사용에 관한 문제죠. 중독의 악영향을 찾는 일입니다. A는 절제입니다. 마약이든 초콜릿이든 중독성 있는 물질을 끊으려면 일단 1달부터 도전해 보는 겁니다. M은 마음 챙김입니다. 고통을 없애려 하기보다 고통을 들여다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I는 통찰입니다. 중독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바라보는 순간이죠. 그다음 N은 다음 단계로 중독 대상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E 바로 실험입니다. 중독과 친구가 되어 보는 것입니다. 중독을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스스로 조절할 줄 알아아죠.

저자는 실천적인 측면에서도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음과 같은 10가지 처방책을 제시합니다.

1) 끊임없는 쾌락추구는 고통을 낳는다.

2) 회복은 절제로부터 시작된다.

3) 절제는 뇌의 보상 경로를 다시 제자리에 맞추고, 이를 통해 더 단순한 쾌락에도 기뻐할 수 있도록 한다.

4) 자기 구속은 욕구와 소비 사이에 말 그대로 초인지적 공간을 만드는데, 이 공간은 도파민으로 과부하를 이룬 지금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이다.

5) 약물 치료는 정상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약물 치료로 고통을 해소함으로써 잃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6) 고통 쪽을 자극하면 우리의 평형 상태는 쾌락 쪽으로 다시 맞춰진다.

7) 그러나 고통에 중독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8) 근본적인 솔직함은 의식을 고취하고, 친밀감을 높이며, 마음가짐을 여유 있게 만든다.

9) 친사회적 수치심은 우리가 인간의 무리에 속해 있음을 확인시킨다.

10)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세상에 몰입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쾌락에 찌든 세상, 저울이 주는 10가지 교훈을 개인은 물론 사회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결론입니다. 고통이 너무 괴로워 도파민을 도피처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사회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자 같은 신경정신과 의사들은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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