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식시오’의 저자 정신과 의사 박종석 작가가 이번에는 소설책을 썼습니다. 주식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구로동 주식 클럽’이죠. 책에는 흥미 있는 케이스보다 의미 있는 주장이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빅터 프랭클의 역설 의도가 주식 투자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죠. 역설 의도는 간단합니다. 진정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그것을 원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 거죠. 프랭클은 부로 불면증 환자를 치료할 때 이 방법을 씁니다. 무조건 잠을 절대 안 자겠다는 생각으로 버텨 보라는 거죠. 자려고 하지 말고 바티면 인간의 몸은 역설적으로 피곤해서 쓰러지게 되어 있습니다. 불안이 과도하면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니까 그 일로부터 머리와 마음을 비우는 일이 동시에 필요한데 이게 사실 어렵습니다. 특히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진짜로 어렵죠. 사실 호가참을 너무 자주 들여다보면 불안해져서 실수를 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손실을 더욱 키우고 이익은 나자마자 매도 버튼을 누르는 일이 반복되는 거죠. 일리 있는 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이 주식 투자로 전 자산을 잃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그의 클리닉은 노련하고 실용적이었습니다. 그가 사람들이 주식에 실패하는 이유를 심리적이면서 논리적으로 분석했는데 정말 뼈를 때립니다. 일단 실패하는 투자자들은 임의 추론의 오류를 가장 많이 저지릅니다. 지금까지 주식이 계속 떨어졌으니 이제 오를 때가 됐어라고 생각하는 경우죠. 마치 야구 전문가가 해설을 하면서 3할 대 타자가 오늘은 앞에 세 타석에서 안타가 없었으니 지금쯤 나올 때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 경험으로도 떨어지는 주식을 사면 더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확실히 윌리엄 오닐의 말처럼 주식은 오르는 주식을 살 때가 오히려 확률이 더 높습니다. 두 번째 오류는 의미 축소와 의미 확대입니다. 아무리 약세장이라도 계속 손실을 보면 자신의 투자법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데 외면하고 그것을 운의 탓으로 돌립니다. 누구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고 주식 투자에 나선 사람들은 대부분이 자신이 평균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이런 오류가 많습니다. 세 번째는 선택적 우상화입니다. BTS가 있으니 하이브는 무조건 오른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거죠. 주식은 비틀스처럼 좋아하는 음악가를 고르는 게 아니라 남들이 사고 싶어 하는 종목을 사는 미인대회 미인 고르기 게임입니다. 네 번째 흔한 오류는 이분법적 사고입니다. 나는 원래 대박 아니면 쪽박이었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죠. 진짜 투자자 중에서는 그런 사람이 많습니다. 주식과 선물 옵션을 착각하는 거죠. 연 수익률 20%로는 도저히 만족 못하고 하루에 100%를 노립니다. 그러려면 선물이나 옵션을 해야죠.
박 저자가 구경한 투자자의 마지막 오류는 개인화의 오류입니다. 이런 말이 대표적입니다. 왜 주식은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르는 걸까? 사실은 내가 운이 없어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니라 그럴 주식이라 그런 겁니다. 조금 더 정밀하게 설명하면 내가 다른 투자자와 비슷하게 사고하느라 남들 다 포기할 때 포기해 버리고 그때부터 개미와 반대로 움직이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사들여서 주식이 오르는 거라고 볼 수 있겠죠.
저자는 프랭클의 마인드를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주식으로 돈을 잃을까 고민한다면 실제 돈을 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라는 거죠. 잃어도 상관없는 돈은 물론 없지만 그보다는 불안을 통한 2차 3차 악재를 막기 위한 의도라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주식 투자서는 대개 종목 추천이나 차트를 보는 방법을 다룬 책들이 많죠. 이처럼 주식 비전문가이면서 심리 전문가들이 쓴 책도 가끔은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정보 매매가 완전히 사라졌고 결국 모든 공개된 정보에서 남은 건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의 심리 읽기 싸움이 되어버린 느낌이니까요. 주식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첫 째가 통찰력이지만 둘 째는 제가 볼 때 마인드 컨트롤입니다. 내 안의 공포와 싸워서 이겨야 합니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 책이 소설인데 그 소설이 이처럼 주식 투자자의 세계를 다룬 책이라면 일석이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