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렇게 단기간에 유명해진 사람이 있을까요? 지난해 추석 연휴 때 삼프로TV 압권에 출연하기 전까지 그의 이름을 아는 일반인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6개월이 안 돼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은 대한민국 그 자체나 다름없는 삼성과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무엇보다 동학 개미 운동 이후 웬만한 언론보다 더 권력이 커진 삼프로TV와 극한의 대립을 유지하면서 명성을 쌓아왔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테슬라를 사랑해 테슬람이라고 자청하는 서학 개미들에게도 전기차는 개나 소나 만들 수 있으며 테슬라는 절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수 없다고 말하며 그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에서 가장 힘센 셋과 어찌 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펼치는 그는 진정한 싸움닭이죠. 바로 주식회사 금양의 홍보 이사이며 ‘K 배터리 레볼루션’의 저자 박순혁 이사입니다. 그가 선정한 믿고 투자할 이차 전지 관련 주식 8 종목은 6개월 동안 한국 주식이 형편없이 위축되어 있는 동안에도 많게는 두 배 평균 50% 정도는 올랐습니다. 21년까지 대한민국 증시를 끌고 왔던 반도체와 바이오 엔터는 완전히 몰락하고 지금 대한민국을 구원하는 산업은 그의 말대로 이차전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유튜브에서 자신 있게 말합니다. 당장 삼성전자 주식 팔고 그 돈으로 LG엔솔이나 에코프로비엠을 사라는 밀이죠. 아마 대한민국에서는 그 어떤 주식 전문가도 이런 말을 할 수 없으며 했다가는 당일로 매장당할 겁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가 선대인 TV 서정덕 TV에 연일 나와 삼프로TV에 거의 진주만 폭격 수준의 공격을 감행해도 삼프로TV는 전혀 대응하지 못합니다. 그 정도로 2023 3월 대한민국에서 배터리 아저씨의 힘과 권력은 막강합니다.
책은 이차전지보다 그래도 반도체가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제가 볼 때도 잘 쓴 아주 좋은 책입니다. 왜 전기차보다 배터리가 만들기 어려운지, CATL보다 LG엔솔의 경쟁력이 왜 더 있는지, 한국이 적어도 2027년까지는 중국의 추격을 걱정 안 해도 되는지, 한국이 그동안 걸었던 길, 음극재보다 양극재, LFP보다 NCMA에 주력했던 선택이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사실들을 탄탄힌 논리와 함께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CATL의 기술력이 동방불패급의 대륙의 허풍이라며 중국 당태종의 고사 “소위말학부수 귀이이천목자야”를 인용해 차이나 이차전지 ETF를 미는 모 증권사를 사대주의자로 비꼬는 장면은 통렬했습니다. 이 말 뜻은 “공부의 깊이가 아주 얕은 사람일수록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는 귀하게 여기고 가끼이 눈으로 보이는 것은 천하게 여기는 경향이 앗다”입니다. CATL의 야심작 CTP 기술은 에너지 밀도 면에서 국내 업체들에게 택도 없다는 주장입니다. 해도 해도 안 되면 중국이 하는 건 덤핑입니다.
저는 CATL의 가격 덤핑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이 중국이 리튬 등 희귀 금속들을 갖고 자원 독점을 통해 한국의 숨통을 옥죄일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물론 한국의 포스코도 아르헨티나의 리튬 광산을 구입해서 2024년부터 생산하지만 중국은 전 세계 리튬 광산을 싹쓸이하려는 듯이 달려들고 있으니까요. 그 이유는 간단하죠. 한국의 배터리 산업을 결국은 고사시키겠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LG 엔솔의 기술력이 좋아도 리튬이나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 초밥왕이 초밥 솜씨를 잘 보이고 싶어도 생선이 없어 그 달인의 솜씨를 보여 줄 없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그는 대한민국이 중국을 완전히 따돌려 경제적 해자를 만들 수 있는 초격차의 그날을 27년까지로 잡은 겁니다. 그 이후에도 지금처럼 중국이 리튬 광산과 공장을 사들이는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가 우려하는 최악의 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다는 걱정이죠. 그래서 그는 여야 진보와 보수를 넘어 이 문제를 국익의 차원에서 달려들어야 한다고 정치권에도 쓴소리를 합니다.
그런데 그의 주장에 적극 공감이 가더라도 지금이라도 삼전 주식 팔고 LG 전자나 에코프로비엠을 사야 할지에 대해서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대한민국이 정발 반도체와 헤어질 경험을 해야 할까요? 그건 절대 아닙니다. 일단 삼전 주가는 정말 지리멸렬하지만 이는 사이클 상의 문제일 뿐 기업의 펀더멘틀이나 반도체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전기차에서 중요한 건 배터리만이 아닙니다. 반도체도 중요하죠. 전기차보다 더 시장이 클 자율주행차에서는 반도체가 정말 더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챗 GTP의 등장 이후 반도체 업체들은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재고 때문에 가격이 하락 중이지만 언제 회복될지는 배터리 아저씨도 모르고 이재용 회장도 모르죠. 저는 믿습니다. 인공지능에서 7년 만에 터진 혁신이 반도체에도 당연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날이 오겠죠. 그리고 일단 삼전 주식을 갖고 있는 개미의 숫자가 700만 명이지만 LG엔솔의 주주는 그 10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유통 주식 자체가 적은 데다 삼전은 국민 기업이라는 생각에서 정말 거의 모든 개미들이 애국심 차원에서 삼전 주식을 보유하려고 달려든 결과죠. 그리고 외국인 소진율만 보더라도 삼전은 외국인의 지분이 50%인 LG엔솔은 5%대입니다. 여전히 외국인 대한민국 하면 삼전리라고 생각하는 증거죠. 그리고 인력의 관점에서 봅시다. 반도체는 대학의 시스템 반도체 학과를 비롯 수많은 전공 학생들이 있고 이를 받아줄 취업의 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차전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무슨 전문대에 생긴 배터리 학과가 다입니다. 고용이라는 측면에서 반도체 못지않게 이차전지가 일자리를 만들지는 미지수입니다. 아마 지금부터 대학들이 반도체 학과 만들듯이 이차전지 학과들을 만들고 계약학과로 인재들이 몰린다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증거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신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는 아직은 대한민국이 반도체와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할 때는 아니라는 쪽에 걸고자 합니다. 박 이사는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은 칭찬을 해도 삼성 SDI에 대한 칭찬은 인색합니다. 삼성에게 이차전지는 반도체 바이오에 이은 3등 수준의 먹거리이기 때문이죠. 설사 그의 말이 맞다고 해도 과연 대한민국이 반도체를 버리고 모든 인력과 투자를 이차전지에 해야 할 때인지 저는 아직까지 그 확신에는 이르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6개월 동안의 주가 흐름을 볼 때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테슬라가 휘청대는 걸 보면 적어도 2차 전지 분야에서 그는 선지자이며 예언자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차전지가 대한민국의 메시아가 되는 날(이 말은 반도체가 가짜 메시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날이죠,)이 진짜 올진 저는 조금 더 낮은 확률로 그날의 가능성을 평가합니다.